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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Cool 플레이스] 추천 피서 키워드 `얼음골`과 `열목어`만 알고 떠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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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강원도평창군봉평면의흥정계곡. 경남밀양의얼음골계곡. 충북제천능강계곡. (왼쪽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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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폭염이 계속되고 있다. 야외로 나가기 무서울 정도다. 그렇다고 집에만 있을 수는 없다. '피하지 말고 즐기자'는 지론은 여름 무더위에도 해당된다. 무작정 떠나는 것은 위험하다. 기껏 떠난 여행에서 일사병이나 열사병에 걸리는 최악 상황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여행+가 추천하는 피서법은 아주 간단하다. 올여름 무더위를 피하기 위해 기억해야 할 단어는 딱 두 개. 얼음골과 열목어다. 한여름에도 얼음이 언다는 신비로운 '얼음골'과 시원한 곳에서만 서식한다는 '열목어'만 따라가면 올여름 피서는 걱정 없다.

믿고 가는 피서지, 얼음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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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 골짜기. 이름만 들어도 확 끌린다. 직관적이고 강력하다. 과장이 아니다. '얼음골'이라고 불리는 곳은 이름값을 한다. 한여름에도 담요 덮고 있어야 한다는 증언이 허풍이 아니라는 말씀이다. 전국 어디든 '얼음골'이라는 팻말을 달고 있으면 믿고 가시라. 폭염은 얼씬도 못하는 성역이다.

전국적으로 '얼음골'이라 불리는 곳이 몇 있는데,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은 단연 경남 밀양이다. 산내면 남명리 천황산에는 천연기념물 제224호로 지정된 얼음골이 있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얼음골 관리사무소를 지나 약 300m를 가면 천황사가 나오는데 천황사를 왼편에 두고서 얼음골계곡이 시작된다. 계곡에서부터 느껴지는 한기는 해발고도가 높아질수록 점점 강렬해진다. 해발 700m 고지에 오르면 바위너덜지대가 시작되는데 그 일대가 일명 '밀양의 신비'라 불리는 얼음골 되시겠다.

얼음골의 계절은 거꾸로 간다. 봄부터 얼음이 얼기 시작해 30도를 웃도는 삼복더위에 절정을 이룬다. 바깥 세상과는 반대로 한겨울에는 더운 바람이 인다. 조사 결과 한겨울 얼음골의 온혈은 영상 10도로 유지된다고 밝혀졌다.

한여름에 얼음이라니 그 위력이 쉽사리 믿기질 않는다. 얼음골의 신비를 영접한 사람들은 얼음골에 들어섰을 때의 느낌을 '집에서 냉동실 문을 열고 찬바람을 맞는 기분'이라고 이야기한다. 천연 냉풍이 쏟아지는 얼음골 내부 온도는 줄곧 0도를 유지한다. 이쯤 되면 자연스레 나오는 질문. 대체 어떤 이유로 뙤약볕 작열하는 한여름에 얼음이 어는 것일까. 안타깝게도 이 질문에 명쾌한 답을 내려줄 사람이 아직 없다. 얼음골의 원리는 아무도 모른다. 원인을 알려면 일대를 다 파헤쳐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불가능하다.

다음 목적지는 경북 청송이다. 고백하자면 딱히 청송을 여름 여행지로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사실 청송은 가을 출사 여행지로 더 유명하다. 물속에 몸의 반 정도를 담그고 자라나는 왕버들나무로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주산지 덕분에 국내는 물론 국외로까지 그 명성을 떨치고 있는 고장이다. 그런 청송에도 얼음골이 존재한다. 청송의 얼음골이 특별한 이유는 바로 이 일대가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등재됐기 때문이다. 주소지는 청송군 부동면 내룡리. 이름하여 주왕산 얼음골이다. 웅장한 바위가 겹겹으로 늘어서 있고 그 사이를 계곡물이 유려한 'S'자 형태로 싸고도는 형국이다. 깎아지는 벼랑에 약 60m 높이로 인공폭포를 조성해 놨는데 폭포에서 100m쯤 떨어진 구리봉에 약수터가 있다. 약수터의 물을 길러 대구와 포항 등 먼 곳에서까지 사람이 온단다.

좀 더 내륙으로 들어가 보자. 청풍명월의 고장 충북 제천에도 얼음골이 있다. 충북 제천 금수산 얼음골은 발품깨나 팔아야 가볼 수 있는 곳이다. 청풍호(충주호)를 끼고 있는 금수산에 위치한 능강계곡 얼음골 역시 더우면 더울수록 그 진가를 발휘한다. 얼음골에 닿으려면 1시간 30분 정도 산을 타야 한다. 그래서일까. 등줄기를 타고 흘러내린 땀을 한 방에 날려주는 얼음골 냉기가 더욱 반갑다. 초복에 얼음이 가장 많이 얼고 중복에는 바위틈에서, 말복에 다다르면 바닥에 널브러진 바위를 걷어내야 비로소 얼음을 발견할 수 있다.

차가운 물에서만 산다 열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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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키워드는 열목어. 놀랍게도 생선이다. 더위와 물고기가 대체 무슨 관계가 있을까. 그 연결고리를 알기 위해선 열목어라는 생선부터 탐구해야 한다. 열목어를 한 문장으로 설명하자면 '맑고 차가운 물에서만 사는 민물고기'다. 포인트는 '차가운 물'. 열목어에게 차가운 물이란 생존은 물론 개체 보존의 문제와 직결된다.

대표적 냉수성 어족인 열목어는 연어과의 민물고기로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생물이다. 최근 기온이 점점 높아지고 수질오염이 심각해지면서 서식지가 줄고 개체 수도 급감하는 위기에 처했다. 해서 열목어의 대표적 서식지인 정선군 고한읍 고한리에 속하는 남한강 상류와 경북 봉화군 석포면 대현리 부근의 낙동강 상류 서식지는 각각 천연기념물 제73호와 74호로 지정됐다. 열목어는 계절에 따라 서식지를 이동한다. 수온이 높아지는 여름이 되면 수온이 낮은 곳을 찾아간다. 산간 계곡이나 찬물이 흘러나오는 샘터 주변이 대표적이다. 열목어를 따라가면 최상의 피서를 즐길 수 있다고 한 이유다.

전국 열목어 서식지 중에 4곳을 추렸다. 이곳에 가려거든 부디 당부 드린다. 앞서 긴긴 설명을 했듯, 이곳은 열목어가 살아가는 곳이다. 열목어의 생존과 개체 보존을 위해 이곳의 생태 보존이 필수적이다. 열목어가 주인인 곳에 잠시 더위를 피하기 위해 들른다는 생각으로 어떠한 훼손 없이 흔적을 남기지 않는 착한 여행을 해주시길 바란다.

소개하는 열목어 서식지 4곳 중 3곳이 강원도에 몰려 있다. 첫 번째로 소개할 곳은 정선군 고한읍에 위치한 천년 고찰 정암사다. 해발 1000m가 넘는 곳에 위치한 정암사 일주문 옆으로 소담한 시냇물이 흐르는데, 이곳이 바로 열목어 서식지다. 이 개천 어딘가에 차가운 물이 솟는 샘이 있어 한여름이면 열목어들이 그 혈을 찾아 이 높은 산속까지 찾아든다. 이곳 열목어들은 이미 수난을 한 차례 겪었다. 5~6년 전 개천 하류 쪽에 폐탄광에서 쏟아져 나온 갱내수가 하천을 오염시킨 적이 있었다. 몇 차례 보도가 되면서 관심을 끌었고 개선 움직임이 시작됐다. 2015년부터 원주지방환경청과 정선군 등이 열목어를 방사해 서식지 복원을 추진하고 있다.

평창군 봉평면 흥정리에 위치한 흥정계곡은 6호선 국도에서 계곡을 따라 10여 ㎞에 이른다. 회령봉 자락에서 발원하는 평창강 상류로 한여름에도 수온이 15도를 넘지 않아 쉬 몸을 담글 수 없을 정도다. 홍천군 내면 명개리 계방천 일원 역시 열목어 서식지다. 서식지 주변에는 아예 열목어를 테마로 꾸며진 체험마을도 있다. 수온은 11~14도로 유지가 되고 주변에 숲이 우거져 열목어가 살아가기 가장 적합한 환경으로 꼽힌다.

경북 봉화 석포면 대현리 백천계곡에도 열목어가 산다. 희한하게도 백천계곡은 상류로 갈수록 수량이 많아져 열목어가 여름을 나기에 완벽한 장소다. 태백산 자락에서 시작해 봉화 쪽으로 뻗은 백천계곡은 태백산 국립공원 안에 포함돼 있다. 백천계곡이 특별한 이유는 세계 최남단의 열목어 서식지이기 때문. 쉽게 말하면 열목어가 살 수 있는 가장 남쪽 지역이 바로 백천계곡이라는 말씀이다. 백천계곡은 봄에는 이끼, 가을에는 단풍으로 언제 가도 아름다운 풍광을 보여주는 보물 같은 곳이다.

[홍지연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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