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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프랑스판 '문고리 권력 사건'… 코너 몰린 마크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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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호실장 역할하는 보좌관 집회 시민 폭행영상 공개돼

조선일보

알렉상드르 베날라(왼쪽)가 지난 14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수행하고 있는 모습. 마크롱의 안전 담당 보좌관인 그는 지난 5월 경찰 장비를 착용하고 집회 참여자를 폭행한 혐의로 조사받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20대 보좌관이 경찰 행세를 하며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을 폭행한 사건이 마크롱까지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대통령 보좌관이 경찰 장비를 착용하고 무차별 폭행을 가하는 장면이 충격을 준 데 이어, 엘리제궁이 이런 월권행위를 알고도 가벼운 징계만 내리고 넘어가려 했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프랑스판 문고리 권력 사건'으로 번지고 있다. 의회는 국정조사에 나서며 마크롱을 압박하고 있다.

사건이 불거진 것은 마크롱의 안전 담당 보좌관인 알렉상드르 베날라(26)가 지난 5월 1일 노동절 집회에서 무차별적 폭력을 행사하는 영상을 르몽드가 지난 19일(현지 시각) 공개하면서부터다. 영상에는 사복 차림에 경찰의 시위 진압용 헬멧을 쓴 베날라가 젊은 여성 목을 조른 채 끌고 가는가 하면, 경찰에 제압당한 한 남성 시위자를 주먹과 발로 마구 때리는 장면이 나왔다. 이날 베날라는 집회 상황을 살펴보겠다면서 현장에 나갔고, 경찰은 시위 진압에 관여할 권한이 없는 베날라에게 경찰 헬멧을 주고 폭행을 방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엘리제궁은 이런 행위가 내부적으로 문제가 되자 지난 5월 베날라에게 정직 15일 처분을 내린 뒤 사건을 공개하지 않고 넘어갔다. 하지만 르몽드가 소셜미디어에 오른 한 폭행 영상을 두 달 넘게 추적해 가해자가 베날라라는 것을 확인해 보도하면서 파장이 커졌다. 엘리제궁은 베날라를 파면했고, 베날라는 폭행 혐의 등으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베날라의 폭행을 묵인하고 그에게 시위 상황을 담은 CCTV를 보여준 경찰 간부들은 줄줄이 직위 해제됐다. 의회는 국정조사에 들어갔다.

마크롱이 대선 후보일 때 사설 경호원이었던 베날라는 엘리제궁 입성 후 경호실 소속이 아니면서도 사실상 경호실장 역할을 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베날라는 마크롱을 그림자처럼 수행하며 의전과 경호를 좌지우지했지만 그의 기세에 눌려 경호실이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베날라는 엘리제궁 예산으로 파리 시내 고급 아파트를 빌려 쓰고, 기사 딸린 승용차도 타고 다닌 것으로 조사됐다.

독선적으로 국정을 운영한다는 비판이 제기되며 지지율이 39%까지 떨어진 마크롱은 베날라 사건으로 코너에 몰렸다. 일간 르피가로는 "베날라는 권력에 취한 카우보이였다"며 "사람을 잘못 쓴 마크롱에게 비판이 집중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파리=손진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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