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무관, 80m 내 출점 불가”
근접출점 자율규약 제정 검토
후발업체 등 반발로 진통 예상
지난해 부산 송도해수욕장의 한 건물 1, 2층에 두 브랜드의 편의점이 나란히 들어서며 논란이 일었다.뒤늦게 문을 연 편의점이 철수하며 사태는 일단락됐으나 지나친 근접출점 문제는 여전히 편의점 업계의 문제점으로 남아 있다. 페이스북 캡처 |
편의점 업계의 최저임금 인상 대책으로 근접출점 금지가 거론되는 가운데 편의점 업계가 ‘근접출점 자율규약’ 제정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무분별한 출점 경쟁으로 인해 편의점 가맹점주들의 생계가 위협받고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데 따른 것인데, 공정거래위원회가 2000년에 이미 이를 ‘부당한 공동행위’라면서 폐지토록 한 데다 후발 업체 이마트24가 반발해 어려움이 예상된다.
22일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한국편의점사업협회는 브랜드와 관계없이 기존 편의점 점포의 일정 거리 이내에는 신규 점포가 입점할 수 없도록 하는 자율규약을 만들어 공정위에 심사를 요청할 계획이다. 자율규약의 거리 기준은 80m가 유력하다. 협회는 CU(씨유), GS25, 세븐일레븐, 미니스톱, 씨스페이스 등 5개사를 회원사로 두고 있다.
현재 편의점 업계는 가맹점주와 계약할 때 250m 이내 거리에는 자사 브랜드 편의점 점포를 개설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자율적으로 넣고 있다. 그러나 업체 간 경쟁이 심화하면서 불과 10~20m 이내에 다른 브랜드의 편의점이 입점하는 등 과밀화로 가맹점의 수익이 악화되고 있다.
업계는 1994년 경쟁사 간 과당경쟁을 막기 위해 80m 이내에는 서로 신규 출점하지 않기로 자율규약을 정했으나, 2000년 공정위가 담합행위로 규정해 시정조치 명령을 내리면서 규약이 무효화했다. 다시 출점 분쟁이 늘어나자 2012년 공정위는 모범거래기준을 만들어 편의점 간 도보 거리 250m 이내 출점을 금지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기업활동을 과도하게 제약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2년 만에 폐지했다.
공정위는 편의점 업계의 공정 경쟁을 위해 근접출점 규제를 두 차례나 폐지한 마당에 협회의 심사 신청을 수용할지 고민에 빠졌다. 근접출점을 제한할 경우 신규 사업자의 시장 진입을 막아 기존 대형 편의점 업체 중심의 시장 점유가 고착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협회 비회원사인 신세계그룹 계열의 이마트24는 2020년까지 6,000점으로 늘리겠다는 계획까지 세운 상태여서 협회의 자율규약 제정에 찬성할 수 없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공정위의 ‘공동행위 인가제도’가 담합 등 부당 공동행위는 원칙적으로 금지하면서도 불황 극복이나 산업 합리화를 위해선 예외도 인정해주고 있어 희망을 걸고 있다”고 말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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