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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세계 사로잡는 K클래식, 한류의 한 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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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콩쿠르 수상자 지속적 배출

조성진·선우예권 등 글로벌 스타로

해외의 최정상급 아티스트들은

아시아 투어 중심으로 한국 꼽아

체계적 영재 발굴·교육 시스템

한국형 비즈니스모델이 발전 한몫

서울경제


불과 수년 전까지만 해도 세계 음악계의 변방에 머물러 있던 국내 클래식이 재능 있는 연주자의 지속적인 배출에 힘입어 글로벌 무대를 당당히 호령하고 있다. 조성진·선우예권 등 ‘슈퍼스타’의 배출 이후에도 국제적 권위를 자랑하는 콩쿠르 입상 소식이 꾸준히 들려오는가 하면 외국의 거장 아티스트들도 한국을 ‘아시아 투어’의 중심으로 인식하면서 K-클래식이 영화·방송·대중가요와 함께 한류의 한 축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한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체계적 영재 발굴과 교육 시스템, 매니지먼트 회사의 한국형 비즈니스 모델 정착 등을 ‘클래식 한류’의 핵심 동력으로 지목하고 있다.

국내 클래식의 비약적인 발전을 앞장서 주도하는 연주자는 역시 피아니스트 조성진이다. 지난 2015년 쇼팽 콩쿠르 우승으로 일대 신드롬을 일으킨 조성진은 그 이후에도 무서운 속도로 경력을 쌓으며 세계 클래식계에 이름을 떨치고 있다. 지난해 베를린 필하모닉과의 생애 첫 협연에 나섰던 그는 오는 8월19일 120년 전통의 음악 축제인 영국 BBC 프롬스 무대에 오른다. 또 12월7일에는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세계적 클래식 레이블인 ‘도이체 그라모폰(DG)’ 설립 120주년을 기념하는 공연을 펼칠 예정이다. 연달아 내년 1월 22일에는 연주자들에게 ‘꿈의 무대’로 통하는 미국 뉴욕 카네기홀에서 청중들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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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클래식이 낳은 또 다른 ‘슈퍼스타’ 선우예권도 굵직한 일정을 소화하며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한국인 최초의 반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자인 그는 이달 말 열리는 평창대관령음악제에 참석한 뒤 올 하반기 뉴욕 필하모닉 스트링콰르텟(10월15일), 뮌헨 필하모닉(11월21~22일) 등과 잇따라 협연을 갖는다. 또 지난 2014년 ‘벨기에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세계 무대에 이름을 알린 소프라노 황수미는 독일 본 오페라 극장의 단원 생활을 청산하고 ‘홀로서기’를 시도한다. 그는 올가을부터 파리·모스크바·리옹·비엔나 등을 도는 유럽 투어에 나설 예정이며 연말에는 피아니스트 헬무트 도이치와 솔로 데뷔 앨범을 녹음한다.

조성진·선우예권·황수미와 같은 ‘스타플레이어’가 대거 등장한 이후 세계적 권위의 경연 대회 입상자가 꾸준히 배출되면서 한국 클래식의 토양도 점점 넓고 단단해지고 있다. 올 들어 피아니스트 신창용은 미국의 3대 피아노 경연 대회 중 하나인 지나 바카우어 콩쿠르에서 우승을 거머쥐었으며 비올리스트 김세준도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도쿄 국제 콩쿠르 입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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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클래식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해외 유명 연주자들의 내한공연도 눈에 띄게 늘어나는 모습이다. 덕분에 국내 클래식 애호가들은 굳이 해외로 나가지 않아도 매년 이름값과 실력을 겸비한 세계 최정상급 아티스트들을 한국 무대에서 만날 수 있다. 지난해에는 베를린 필하모닉, 로열 콘세르트 허바우 등의 오케스트라가 내한 공연을 펼쳤으며 올해는 크리스티안 지메르만, 예프게니 키신 등 세계 최고의 피아니스트들이 줄줄이 한국을 찾는다. 정재옥 크레디아 대표는 “과거에는 해외 연주자들이 일본 공연을 10번쯤 하면 내한 공연은 고작해야 한두 번 끼워 넣는 식이었다”며 “최근에는 오히려 일본이 아닌 한국을 아시아 투어의 중심으로 생각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고 전했다.

재능 넘치는 연주자들이 활약하고 해외 아티스트의 내한 공연도 늘면서 클래식 향유 관객층도 확대되고 있다. 실제로 국내 최대 티켓 예매 사이트인 인터파크를 통해 판매된 클래식·오페라 티켓 금액 현황은 2013년 168억원에서 2017년 239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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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업계에서는 한국 클래식이 거둔 비약적인 발전의 원동력으로 탁월한 영재 발굴 시스템과 우수한 교육 체계를 꼽는다.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이 지난 1998년 시작한 ‘금호영재콘서트’는 20년 동안 손열음·선우예권·신지아·양인모·임지영 등 1,000명에 달하는 ‘음악 영재’를 배출했다. 콩쿠르 수상, 해외 오케스트라 입단 소식을 알려오는 연주자들의 프로필의 첫 줄에는 ‘금호영재’ 출신이라는 이력이 어김없이 등장한다. 정 대표는 “최근 개원 25주년을 맞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과 같은 전문 교육 기관들도 재능 있는 연주자 육성에 큰 역할을 했다”며 “한예종의 경우 클래식 본고장 못지않게 연주 테크닉을 가르치는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주자들이 음악 활동에만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는 기획·매니지먼트사의 역할도 클래식 발전에 한몫했다. 이샘 목프로덕션 대표는 “구분이 명확한 외국과 달리 한국은 연주자의 일정을 관리하는 ‘매니지먼트 회사’와 공연의 전반적인 프로그램 구성에 참여하는 ‘기획사’의 역할을 겸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한국형 비즈니스 모델은 우리나라 클래식 산업이 단기간에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이 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기획사와 연주자가 장기적인 신뢰 관계를 구축하는 게 앞으로의 과제”라며 “기획사들은 연주자를 단기적인 수익 창출의 대상으로 인식하기보다 연주자의 음악 인생을 함께하는 동반자이자 파트너로서 정체성을 확립해야 클래식 산업이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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