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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24년 만에 최고 더위, '온열질환자' 1000명 육박..."더위도 '재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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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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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한낮 기온은 사람의 평균 체온인 36.5도를 넘어섰다. 전국에서 1000명에 육박하는 온열질환자가 발생하며 ‘사람 잡는’ 더위가 계속되고 있다.

일요일인 22일 제주와 전남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 지역에 폭염 경보가 내렸다. 폭염 경보는 6~9월 중 하루 최고기온이 35도 이상인 상태가 이틀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내려진다. 이날 전국 대부분 지역의 낮 기온이 평년보다 4~7도 가량 높은 35도 선에서 머물렀다. 오후 3시30분 기준 서울 38도, 경기 수원 37.1도, 경북 포항 36.8도, 강원 춘천 37.8도 등을 기록했다. 서울의 낮 최고기온은 1994년 7월24일 38.4도 이후로 24년 만에 가장 높은 것이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일사병·열사병 등 온열질환자는 지난 20일 956명을 기록했다. 사망자수는 10명으로 두자릿수에 접어들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온열질환자 407명, 사망자 3명보다 훨씬 많다. 올 여름 들어 가장 뜨거운 주말이었던 21일과 22일을 포함하면 온열질환자수는 1000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평년보다 극심한 더위는 적어도 다음달 셋째주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장마는 이달 초 일찌감치 끝났고 당분간 태풍소식도 없다. 여름철 한반도에 영향을 미치는 덥고 습한 북태평양고기압이 확장해있어 아침저녁 ‘최저기온’마저 높다는 것이 이번 더위를 더욱 견디기 어렵게 한다. 21일 경북 포항은 최저기온이 27.8도였고 전남 여수는 27.0도였다. 22일에도 새벽 기온이 대부분 지역에서 25도를 웃돌았다. 이날 강릉과 양양은 아침 최저기온이 28.1도였다.

기상청 윤기한 사무관은 “습기를 머금은 바람은 건조한 바람에 비해 잘 식지 않는다”며 “장마철 이전 초여름 더위 때는 그나마 아침저녁엔 선선한 편이었지만 이달 들어 습기를 머금은 공기 때문에 아침과 저녁 기온도 30도 이상으로 유지되면서 더 더운 것”이라고 말했다.

경향신문



전국 곳곳에서 더위로 인한 사건·사고가 속출하고 있다. 충남 홍성군에서는 지난 21일 폭염 속 차량에 갇혀있던 ㄱ씨(21)가 온열질환으로 숨졌다. 자폐성 질환이 있는 ㄱ씨가 차에 탔다가 문을 열지 못해 사고를 당한 것으로 보인다. 22일 오후 1시쯤에는 부산 백양산 등산로에서 산악 마라톤을 하던 40대 남성이 현기증을 호소하며 구조를 요청해 소방헬기를 타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바닷물 온도가 높아지면서 전남 등 해안지역의 양식장에서는 집단폐사가 발생하고 있다. 광주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는 전기공급 설비가 고장나 2시간 동안 정전이 일어났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나 프랑스 등에서는 최근 몇년 새 더위로 노약자 등 수만명이 숨졌다. 1994년 한국에서도 폭염으로 3000명 넘게 사망했다. 태풍과 홍수, 가뭄, 지진, 황사처럼 더위도 재난으로 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최근 몇년 새 힘이 실리고 있다. 올여름 극한의 더위가 계속되자 정부는 폭염도 ‘자연재난’으로 규정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국회에서 관련 법 심의 때 폭염을 재난에 포함하는 데 찬성 의견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혜인·백경열 기자 hye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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