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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동두천 어린이집 사건 수사해보니…‘총체적 안전불감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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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운전기사 평소 차 뒤편 확인 않고 안전교육도 안 받아

인솔교사 뒷자리 확인 않고, 담임은 결석생 보고 안 해

시민들, 차일드체크시스템 도입·교사 자격강화 등 제안



지난 17일 4살 어린이가 폭염 속 통원 차량 안에 방치돼 숨진 사건이 발생한 동두천 어린이집의 차량 운전 기사는 평소 어린이집으로부터 안전확인을 해야 한다는 지시나 안전교육을 받은 적이 전혀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또 인솔교사와 담당 보육교사도 기본적인 안전 조처도 하지 않는 등 통학차 안전관리가 거의 되고 있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운전기사 송아무개(62)씨는 지난 20일 경찰 조사에서 “나는 운전만 하고 아이들 지도나 하차는 인솔교사가 담당해왔다. 평소에도 따로 차량 뒤편을 확인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그는 “그날도 평소처럼 운전을 마치고 차 키를 어린이집에 반납하고 퇴근했다”며 “어린이들이 내린 뒤에 차를 확인해 달라는 요청이나 교육은 어린이집으로부터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송씨는 해당 어린이집에서 약 1년간 오전 2시간 동안만 ‘아르바이트’로 통원 차량을 운전하고 있으며, 오후에는 다른 학원 차량을 운전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현행 도로교통법은 어린이 통학차량 운전자는 어린이의 승·하차를 확인하도록 하고 있지만 현장에선 잘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또 인솔교사 구아무개(24)씨는 하차 과정에서 다른 어린이들이 울음을 터뜨리는 등 정신이 없어 차 뒤에 타고 있던 김아무개(4)양을 챙기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담당 보육교사 김아무개(34)씨는 김양이 등원하지 않은 사실을 알고도 원감과 원장에게 알리지 않았다. 오전에 출결 상황을 정리해 보고해야 하지만 다른 업무에 정신이 팔려 보고를 누락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관계자는 “사안이 중하고 추가 수사를 위해 구속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23~24일께 지방검찰청과 협의를 거쳐 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어린이집 원장 등 4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김양은 지난 17일 오후 4시50분께 경기도 동두천시 한 어린이집 통학차량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김양은 어린이집 통원 차량에서 미처 내리지 못하고 약 7시간 동안 방치됐다가 숨진 것으로 조사됐다. 사건 당시 동두천시는 낮 기온이 32도를 넘는 폭염이었다.

사건 발생 5일이 지나도록 시민들은 김양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며 이번 기회에 확실히 재발 방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차일드 체크 시스템(child-check system)과 어린이집 평가인증제·재롱잔치 폐지, 보육교사 자격 강화 등 안전을 강화하는 제도를 마련해달라는 제안이 빗발치고 있다.

한 시민은 “출산 장려 정책보다 지금 자라나는 아이들이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보장해달라”며 “학원,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 버스 등 모든 어린이 통학차량에 의무적으로 차일드 체크 시스템을 장착해줄 것”을 요구했다.

한겨레

미국에서 스쿨버스를 운전하는 장준하 선생의 아들 장호준씨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운전자가 버스 뒷자리 버튼을 눌러야 시동이 꺼지는 차일드 체크 시스템을 직접 시연해 보이며 제도 도입을 촉구했다. 장씨는 “통학버스의 참담한 사고가 반복되는 것은 사고가 단순히 개인의 실수나 잘못이라기보다는 구조적·제도적인 문제 때문”이라며 “차일드 체크 시스템은 혹시라도 운전자가 잊어버리거나 실수하지 않도록 스쿨버스가 가지고 있는 많은 어린이 보호장치 중 하나로 아이들의 생명을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

최창의 행복한미래교육포럼 대표는 “청소년과 어린이를 경쟁으로만 내몰면서 기본적인 안전에 대해 지켜주지 못한 현실이 부끄럽다”며 “어른들의 안전불감증으로 무고한 어린이들이 숨지는 것을 막기 위해 차일드 체크 시스템 같은 확실한 예방책을 즉각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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