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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트럼프, 무역전쟁을 환율전쟁으로 키우는 속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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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중앙은행 통화정책이 강달러 양산 비난

트럼프 발언 이후 위안화 뜨고 달러화 내려앉고

중앙은행 독립성 훼손 발언에 "무지의 소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으로 달러가 강세라며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이와 함께 중국과 유럽연합(EU)이 자국 통화를 절하시켰다고 비난하면서, 불꽃이 튀기 시작한 무역 전쟁이 환율전쟁으로 비화할 조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중국과 EU가 그들의 통화가치를 조작하고 이자율을 낮추고 있다”면서 “반면 미국은 이자율을 올리면서 달러화가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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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각) 중국과 유럽연합(EU)이 통화 가치를 조작했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제공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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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경제 전문채널 CNBC와 인터뷰에서도 “금리가 올라갈 때마다, 그들은 또다시 올리려고 한다”면서 “나로서는 정말이지 달갑지 않다”며 Fed의 긴축기조를 강도 높게 비난했다. Fed 위원들에 대해 “솔직히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말까지 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지난해 중국산 수입품이 약 5000억(500빌리언) 달러인 점을 언급하면서 “이건 불공정하다. ‘500’까지 갈 수 있다”고 말해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중국산 제품에 대해 관세를 물릴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무역과 환율 압박을 동시에 진행하겠다는 의중을 내비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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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강경 발언이 알려지면서 외환시장은 출렁였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를 반영한 달러지수는 연중 최고치로 치솟다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급락세로 돌아섰다.

스티브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중국의 환율조작 여부를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고 밝히는 등 긴장감을 팽팽하게 끌어올리고 있다. 이에 따라 환율전쟁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엑스안테 데이터의 옌스 노드빅 대표는 “환율전쟁의 냄새가 나기 시작한 것 같다”며 “위안화 약세가 매우 빠르게 진행됐는데, 이런 움직임은 관세 효과를 무력화하는 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싫어할 것이란 점은 꽤 설득력이 있다”고 말했다.

BK 에셋 매니지먼트의 보리스 스츨로스버그 외환전략 담당 이사는 “중국 인민은행과 미국의 ‘땅굴 전쟁’이다”며 “중국은 위안화 절하를 통해 미국 기업이 중국 시장에 접근하기 더 어렵게 하는 것을 첫 번째 순서로 설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위안화 약세를 시장의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보는 의견도 있다. 브라운 브라더스 해리맨(BBH)의 마크 챈들러 전략가는 “위안화 약세는 지난 1년 강세에 따른 것이며, 중국 중앙은행이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사용하기 때문”이라며 “위안화가 약세라기보다는 달러가 강세”라고 주장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던 대로 달러가 약세로 돌아서면 미국 기업에 도움을 줄 수 있고, 기업의 실적도 탄탄하게 증가하고 있는 만큼 무역 전쟁 우려 속에서도 주가가 지지력을 유지할 것으로 봤다.

트럼프 대통령이 Fed의 통화정책을 평가한 것에 대해 경제 전문가들은 고개를 갸웃거린다.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는 언사이기 때문이다.

코넬대 경제학과의 에스와르 프라사드 교수는 “경제학의 기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나온 무지의 소산”이라고 깎아내렸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스스로 만든 감세 정책과 재정확대 등으로 경제가 좋아지면서 달러 가치가 올라간 결과인데, 이 상황에서 약달러를 기대하면 곤란하다”고 설명했다.

뉴욕=심재우 특파원 jw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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