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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삼성전자 ‘반도체 백혈병 중재’ 제안 수용,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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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이재용 부회장 재판 앞두고 일종의 ’신뢰 회복책’

2015년 1차 조정은 무산…이번엔 조건 없이 수용 뜻

4월 삼성전자 ’무노조 원칙‘ 깬 것도 같은 맥락

‘중재 아니면 힘들다’ 판단…조정위 배수진도 효과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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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조정위원회(조정위)의 ‘마지막’ 중재 제안을 수용한 데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뇌물죄에 대한 대법원 재판을 앞둔 상황이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의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10년 동안 고질로 있는 ‘반도체 백혈병 문제’ 해결을 수용했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이른바 ’백지 위탁’으로 불리는 이번 중재 방식은 어떤 결론이든 받아들이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보상 주체인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상당한 부담이다. 중재 시기와 과정, 주제 등 대략적인 틀이 짜여 있지만 구체적인 내용이 무엇인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삼성전자는 반도체 백혈병 문제가 발생한 지 10년 만인 지난 21일 ‘실’보다 ‘득’이 크다고 보고 조정위의 중재 제안을 받아들였다.

앞서 2015년 조정위가 시도한 1차 조정 때는 조정안 타결 직전까지 갔으나 삼성전자가 조정위의 공익법인 설립 방안을 거부하면서 무산된 바 있다. 그 뒤 반도체 백혈병 문제는 삼성전자의 후진적 노동인권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로 남았지만, 삼성전자는 적극적인 해결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삼성이 이 부회장 재판을 앞두고 취한 신뢰 회복의 사례로 지난 4월 삼성전자 자회사인 삼성전자 서비스가 협력사 직원 8000여명을 직접 고용하기로 한 결정이 있다. 이 결정으로 50년 가까이 이어져 온 삼성전자의 무노조 원칙이 깨졌는데, 당시 본격화하고 있는 검찰 수사에 대한 고육책이자 동시에 재판을 앞둔 이 부회장의 신뢰 회복책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현재 삼성은 최순실 사태와 이후 불거진 여러 문제로 바닥에 떨어진 이 부회장과 그룹 전체의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반도체 백혈병 이슈는 10년을 이어져 온 삼성전자의 고질적인 문제”라며 “무노조 문제도 그렇고, 백혈병 문제도 지금 이 시점에 해결에 나선 것을 보면, 이 부회장의 재판을 의식한 조처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 쪽은 중재 수용이 재판을 의식한 조처가 아니라는 뜻을 밝혔다. 한 삼성 쪽 관계자는 “중재 제안은 이번에 처음 나왔다. 과거에 거부했다가 이번에 수용했다면 그렇게 볼 수 있지만, 이번에는 문제를 풀 수 있다고 봤기 때문에 받아들인 것”이라고 말했다.

중재 방식이 아니면 반도체 백혈병 문제를 풀 수 없을 것이라는 인식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지난 10년 동안 반도체 백혈병 문제를 풀기 위해 직접 대화, 대리인 협상, 조정 등 여러 방법을 통해 피해자 및 피해자단체와 소통했으나 결국 문제를 풀지 못했다. 조정안을 제시하고 양쪽이 이를 수락하거나 거부할지를 결정하는 방식으로는 난마처럼 복잡하게 얽힌 상황을 풀 수 없다는 것을 인식했다는 것이다.

조정위의 ‘배수의 진’도 효과를 봤다. 조정위가 삼성전자와 반올림에 보낸 제안서를 보면 ’다시 조정절차를 진행하여 문제 해결을 마무리 짓거나, 조정위원회의 활동 종결을 선언하여 새로운 해결방안을 찾도록 길을 열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번 제안이 사실상 마지막 활동이 될 수 있다고 양쪽을 압박한 것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사전에 수용을 전제로 한 방식이 아니면 이 문제의 해결이 어렵다고 봤을 것”이라며 “삼성전자와 반올림이 그나마 신뢰를 가진 김지형 조정위원장이 나설 때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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