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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무역전쟁→환율전쟁'되나… 세계 금융시장 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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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유희석 기자] [中 위안화 5월 초 대비 6% 절하…美 재무 "환율조작 자세히 검토하겠다"
트럼프, 연준 금리 인상 비판…환율전쟁 위험에 세계 금융시장 긴장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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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발 세계 무역전쟁이 환율전쟁으로 확대될 조짐이다. 중국, 유럽연합(EU) 등의 통화가치가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들이 환율조작에 나서고 있다고 공개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달러화 강세를 유발하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정책까지 걸고넘어지면서, 세계 금융시장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中·EU는 환율조작국"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미국은 금리를 올리고, 달러화가 매일 강세를 보이는 동안, 중국과 EU 등은 통화가치를 조작하고 금리를 낮췄다"면서 "미국의 경쟁력을 빼앗는 것으로, 늘 그렇듯이 불공평한 경기"라고 주장했다. 다른 나라들이 환율조작으로 자국 기업의 수출경쟁력을 높여, 미국의 무역적자 문제가 심화했다는 지적이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중국이 위안화 기준환율을 큰 폭으로 낮춘 직후 나왔다. 중국 인민은행 산하 외환거래센터는 지난 20일 위안화의 달러당 기준환율을 전날보다 0.90%(0.0605위안) 높인 6.7671위안으로 고시했다. 하루 낙폭으로는 2년 내 최대였으며, 위안화 가치 절하 흐름도 7거래일 연속 이어졌다. 위안화 가치는 지난 5월 초 대비 6% 이상 떨어진 상태다. 반면 달러화 가치는 연초대비 4%가량 절상됐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위안화 기준환율의 2% 내외에서 움직이는 역내 위안화 환율이 작년 6월 이후 최저로 떨어졌다"면서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전쟁에 대응하기 위해 위안화 가치를 고의로 떨어뜨리고 있다는 의심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미 재무부는 오는 10월 중순 대미 흑자규모가 큰 국가들의 외환시장 개입 여부를 평가하는 환율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며,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위안화 약세가 중국에 불공정한 이득을 주는 것은 확실하다"면서 "위안화 환율 조작 여부를 자세히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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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의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 초상화 아래서 대기업-노동자 대표, 학생들이 참석한 ‘일자리 창출 서약’ 행사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노동자들을 위한 국가위원회 설립과 직업훈련을 강화하는 행정명령에 서명을 했다 © AFP=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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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 독립성 훼손 논란까지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등의 환율조작 혐의를 비판하는 동시에 자국 중앙은행인 연준의 금리 인상 기조에도 간섭하는 듯한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지난 19일 미 경제매체 CNBC와의 인터뷰에서 "(금리가) 오를 때마다 그들(연준)은 또다시 올리려 한다"면서 "정말이지 달갑지 않다"고 말했다. 다음날 트위터를 통해서도 "(연준의) 긴축은 우리가 잘하고 있는 모든 것을 해친다"면서 "미국은 불법적인 환율조작과 나쁜 무역협정 때문에 잃은 것을 되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장에서는 즉각 트럼프 대통령이 경기 부양을 위해 연준의 긴축 움직임을 바꾸려 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의 독립성을 훼손하고 자신이 연준을 장악하려 한다는 비판 여론도 일었다. 이에 므누신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내게 연준 독립을 지지한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며 "금리를 낮추기 위해 연준에 압력을 가하려는 의도가 아니었다"고 급히 수습에 나섰다.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무역과 세금 정책이 실패할 것에 대비해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희생양으로 삼으려 한다"고 지적했다. 연준이 금리를 무리하게 올려 미국 경제가 망가졌다는 논리를 펼 것이란 예상이다. 월스트리트저널도 "파월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 의장으로 지명할 수 있었던 인물 가운데 가장 비둘기파(온건파)에 가깝다"면서 "만약 매파(강경파)가 의장이 됐다면 현재 기준금리가 3%에 이를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신흥국 위험자산 등 충격 우려

무역전쟁이 환율전쟁으로 비화할 위험이 커지면서 세계 금융시장의 긴장감도 커지고 있다. 외환시장뿐 아니라 주식, 원유, 신흥국 자산 등 다방면에 걸쳐 큰 충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환율전쟁이 벌어지면 위험자산과 유가 가치가 급락하고 러시아 루블, 콜롬비아 페소, 말레이시아 링깃 등 원자재 수출에 의존하는 나라의 통화가치가 폭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터키, 아르헨티나, 브라질 등 금융위기를 겪고 있는 나라들의 대외부채 부담도 가중될 전망이다.

2015년 8월에도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급격하게 내리면서 세계 금융시장이 휘청였다. 당시 8월 11일부터 13일까지 단 사흘간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은 4.6% 급락했으며, 유로와 엔화는 물론 주요 신흥국 통화 가치까지 줄줄이 하락하면서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블룸버그통신은 "환율전쟁은 세계 금융시장에 엄청난 파급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며 "그 결과는 참혹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희석 기자 heesuk@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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