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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대남비난 볼륨키우는 北의도는…더딘 남북교류에 불만표시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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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봉 선 노동신문…개인필명 사용 등 나름대로 수위 조절 기색

남북화해 분위기속 북한 주민 대남 환상·기대 차단 노림수도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 북미정상 약속 주시 (PG)



(서울=연합뉴스) 지성림 기자 = 두 차례의 남북정상회담 이후 화해 무드가 이어져 온 가운데 북한이 최근 잇따라 대남비난을 하고 나서 그 배경이 주목된다.

북한은 다음 달 하순 이뤄질 이산가족 상봉과 연계해 집단 탈북 여종업원들의 송환을 요구하는 가하면 사실상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해 '쓸데없는 훈시질' 말라고 격한 반응을 보인 데 이어 이번에는 남측의 경제정책을 걸어 비난하고 있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이런 대남비난에 노동신문이 앞장서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 노동당의 기관지인 이 신문의 이런 논조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포함한 수뇌부 의지를 담은 것으로서, 우리 정부를 정면 겨냥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물론 노동신문이 이런 대남비난을 개인 필명으로 전하는 것은 나름대로 '수위조절'을 하는 것으로 보이나 남측을 향해 강한 불만을 표출하는 행위임은 분명해 보인다.

이 신문은 20일 논평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싱가포르 렉처' 발언을 거론하면서 "현실에 대한 맹목과 주관으로 일관된 편견이고, 결과를 낳은 엄연한 과정도 무시한 아전인수격의 생억지이며, 제 처지도 모르는 희떠운 훈시"라고 맹비난했다.

이는 문 대통령이 이달 13일 싱가포르 명사들을 초청한 강연식 연설에서 "(북미) 정상이 직접 한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국제사회로부터 엄중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며 북미 합의의 성실한 이행을 촉구한 것을 겨냥한 거친 공격이었다.

"감히 입을 놀려댄 것", "무례무도한 궤설", "쓸데없는 훈시질"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원색 비난했다.

노동신문은 "남조선 당국은 우리와의 대화탁에 마주앉아 말로는 판문점선언의 이행을 떠들고 있지만, 미국 상전의 눈치만 살피며 북남관계의 근본적인 개선을 위한 아무런 실천적인 조치들도 취하지 않고 있다"며 "북남 사이에 해결하여야 할 중대문제들이 말꼭지(말의 첫마디)만 떼놓은 채 무기한 표류되고 있다"고 비난했다.

신문은 이 논평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싱가포르 렉처를 거론해 비난함으로써 사실상 문 대통령을 공격했다.

노동신문은 21일에는 2016년 중국 저장성 닝보 소재 북한 식당인 류경에서 일하다가 '집단 탈북'한 여종업원 사건의 진상규명 조사와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면서, 남측의 현 정부가 과거 정부의 반(反) 인권적 행위를 왜 그대로 두는지 모르겠다고 압박했다.

신문은 그러면서 "김련희 여성을 비롯해 강제억류하고 있는 우리 여성 공민들을 공화국의 품으로 즉시 돌려보내라"며 여종업원 송환이 시급히 이뤄지지 않으면 남북 이산가족 상봉에 장애가 조성될 수 있다고도 했다.

노동신문은 22일에는 남측의 경제 상황을 거론하면서 비난의 강도를 높였다.

이 신문은 세계적인 경기 침체 속에서 미중 무역전쟁으로 미국을 뺀 세계 대부분 국가가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는데도 그런 설명은 쏙 뺀 채 남측의 경제 상황이 위기라면서 반정부 투쟁이 격화된다는 식으로 전했다.

구체적으로 '남조선 경제위기와 민생파탄에 대한 심각한 우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남조선에서 경제위기가 심화되고 있어 각계의 우려가 커가고 있다"며 "경제위기로 수많은 기업체가 문을 닫거나 합병되는 통에 노동자들이 무리로 해고되어 실업자로 전락하고 있다"고 묘사했다.

이어 "남조선에서 경제파국과 실업사태는 그대로 민생파탄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전반적인 분야에서 물가 폭등이 계속되고, 반면에 주민소득은 급격히 줄어들어 사회양극화지표는 역대 최고를 기록하였다고 한다"고도 했다.

신문은 그러면서 "지금 남조선에서는 경제위기의 영향 속에 기업경영에서 실패한 중소기업가들, 생활난에 시달리고 빚에 쫓기던 수많은 사람이 사회현실을 저주하며 자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노동신문의 연이은 이런 보도가 남북교류에 속도를 내지 않고 있는 현 정부에 대한 불만 표시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의 최근 행태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계속 공조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불만을 지속해서 표출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북한의 대남비난에는 미국과 보조를 맞추면서 남북교류와 협력에서 자신들이 원하는 만큼의 속도를 내지 않고 있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불만이 깔렸다"고 설명했다.

노동신문은 20일 논평에서 "낡고 망해버린 보수세력이 만들어놓은 사대와 대결의 족쇄에 묶여 새로운 역사의 출발선에서 씨엉씨엉(성큼성큼) 내달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 남조선 당국의 현 처지"라는 주장도 폈다.

이런 가운데 노동신문의 이런 보도 태도는 북한 인민 교육용도라는 지적도 있다.

임 교수는 "대내적인 측면에서 볼 때 다방면적인 교류가 이뤄지는 등 남북화해 분위기 속에서 주민들이 남쪽에 대한 과도한 환상이나 기대를 하지 않도록 차단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yooni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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