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19 (화)

[풀 인터뷰]동물권단체에 물어봤다 “개고기랑 쇠고기랑 뭐가 달라요?”

댓글 163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경향신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1000만명 시대에 들어서며 ‘동물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다. 일부 한국인이 복날에 즐겨 찾는 개고기를 거부하는 분위기도 확산됐다. 지난달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사실상 개 도살을 금지하는 동물보호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축산법의 ‘가축’ 범위에서 개를 제외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기준인 추천 20만명을 넘겨 청와대의 공식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개고기는 축산법상 ‘가축’이지만 축산물 위생관리법상 소, 돼지, 닭 등 ‘식용을 목적으로 하는 동물’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개 농장은 애매한 법의 경계에서 축산업 허가나 등록 없이 운영돼 왔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전국의 개 농장이 얼마나 되는지 규모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다. 동물권단체들은 국내 개 농장 규모를 최소 6000여곳에서 1만여곳으로 파악하고 있다.

축산업의 환경오염과 동물윤리 문제를 이유로 육식을 거부하는 채식주의자들도 하나둘씩 늘어난다. 인간을 넘어 동물의 권리를 생각하는 시대다. 경향신문은 이지연 동물해방물결 대표, 전진경 카라 상임이사,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 박소연 케어 대표 등 한국의 대표적 동물권단체 대표에게 동물권과 개식용 문제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왜 동물권까지 챙겨야 하나

이지연(동물해방물결 대표)=모든 종이 다 고통받는 존재라면 ‘누가 우선이냐’는 의미가 없다. 우리는 동물권이 인권보다 우선이라는 사람들은 아니다. 동물권에 목소리를 낼 뿐인 것이다. 인간이 먹기 위해서 기르는 가축이 인구보다 10배 많다. 인간과 종이 다르다는 이유로 동물이 너무 고통스럽게 착취당하는데 대변해 줄 이들이 하나도 없다면 비인도적인 사회라고 생각한다.

전진경(카라 상임이사)=테레사 수녀가 인도에서 빈민 구호활동을 할 때도 영국에 굶어 죽는 사람이 있었다. 마찬가지다. 인간이 동물과 깊은 연대를 갖고 있다는 걸 모르기 때문에 하는 말 같다. 인간이 모든 것을 갖고 나서야 자연이나 동물을 돌아본다면 이미 황폐화돼 아무 것도 남아있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인간은 살아갈 수 없다. 인간과 동물의 깊은 연대를 생각하면 인권과 동물권은 함께 발전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인권이 우선이라는 것은 단편적인 생각이고 근시안적인 판단이다. 공장식 축산업의 환경오염으로 조류독감 등이 발생하는데 동물의 삶과 인간의 복지가 상관 없다고 할 수 있겠나.

조희경(동물자유연대 대표)=사회적 약자를 돕는 두 운동이 있다면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을 비난하지 않잖나. 같은 개념으로 봐야 한다. 동물이 야생에서 자연스럽게 살고 있다면 동물권을 주장할 여지가 없지만 인간이 동물을 이용하면서 문제가 생기고 있다. 동물권을 생각하는 것은 인간이 저지른 일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생명 존중 없이 인간이 무슨 일을 하든지 용인된다면 흉악한 사회다. 고통받는 개체가 있는데 사회적으로 방치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고통받는 동물을 보고 ‘나랑 아무 상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결코 인간과 동물을 나눠서 생각하면 안 된다.

박소연(케어 대표)=저는 인간과 동물이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인간에게 인권이 있다면 동물에게도 동물권이 있는데 인간이 동물에게 너무 과도한 폭력을 휘두르고 있다. 사실 그 폭력성은 결국 인간을 향해서도 확장된다고 본다. 인권과 동물권이 모두 함께 가야 하는 것이지 인간의 복지가 동물의 복지보다 우선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인간의 복지가 얼마나 완벽하게 돼야 동물의 복지를 생각할 것인가. 약자를 배려하는 인도주의적 입장에선 인간이나 동물이나 어떤 것이 우선일 수 없다.

■개고기는 존중받아야 할 한국의 전통 문화 아닌가

이지연=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 인간이 인간을 죽이는 것을 자유라고 표현하진 않지 않나. 윤리의 경계가 비인간 동물에게도 확장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동물을 해치는 인간의 자유도 똑같이 제한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전진경=개는 다른 동물과 다르다. 개가 농장동물보다 우월하다는 것도 아니고 먼저 보호받아야 한다는 것도 아니다. 개만의 특수성이 있다는 것이다. 개는 1만5000년 전부터 사람과 같이 살아왔고 사람의 언어를 잘 이해하게 됐다. 그래서 탐지견, 맹인견, 안내견 등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단백질 부족도 아니고 전쟁 중도 아닌데 인간과 가족처럼 사는 동물을 그렇게 많은 고통을 주면서 잡아먹을 필요가 전혀 없다. 이런 동물을 개 농장에서 키우는 것은 그 자체로 엄청난 학대다. 개고기가 한국의 전통이라는데 인간과 동물이 맺고 있는 더 큰 동류의 유대가 있다. 이 유대는 체제도 넘어서고 국가도 넘어서는 것이다.

조희경=인간의 육식문화 때문에 동물이 너무 많이 희생되고 있다. 개고기는 합법적이지 않은 축산물인데 계속 방치하는 것보다는 금지시키도록 해야 한다. 한국에도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사회적으로 동물과 교감하기 시작했다. ‘이런 동물을 먹는 것이 옳은가?’라며 정서적인 거부감이 생겼다. 사회적인 인식 변화를 논리적인 잣대로 ‘옳다, 그르다’할 수 없다. 개가 식탁에 오르는 것을 거부하는 현상은 밀물처럼 오는 것이고 받아들여야 한다.

박소연=과거에 있던 모든 것이 현대 사회에서 다 문화로 인정되진 않는다. 공공의 이익과 가치를 기준으로 평가했을 때 모든 관습이나 전통이 인정받을 수는 없다. 거부될 수도 있고 사라질 수도 있다. 시대가 변하면 인식이 변하고 문화도 변한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동물권에 대한 대중적 인식도 향상되는 상황에서 개라는 동물을 굳이 잡아먹는 과거 관습이 옳은가. 기르던 반려견을 잃어버렸을 때 가장 먼저 걱정하는 것은 ‘어디서 잡아먹히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 중에서 개 식용을 유일하게 허용하는 나라다. 국제적인 이미지에도 분명히 문제가 있는데 고집해야 할 가치 있는 문화라고 보지 않는다.

경향신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개고기와 쇠고기는 뭐가 다른가

이지연=일단 개와 소는 동물로서 다를 것이 없다. 모두 지각력이 있고 고통받을 수 있는 존재다. 다만 실용적인 측면에서 인간과의 관계나 정부의 규율은 다르다. 먹는 동물이 아니라 함께 사는 동물이라고 인식하는 사람들의 수가 다르다. 본질적으로는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고 둘 다 먹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인간 고기와 똑같은 것이라고 본다.

전진경=개는 학명에 ‘가족(familiaris)’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다. 이런 동물은 개가 유일하다. 개는 인간과 함께 살다 보니 어떤 동물보다도 인간을 많이 알고 이해하고 있다. 갓 태어난 강아지도 사람 얼굴에 반응한다. 반려동물은 인간과 가장 깊숙한 관계를 맺고 살고 있으니 여기서부터 운동이 시작된 것이다. 농장동물은 이미 먹거리화가 돼 있고 야생동물도 법적으로 보호받고 있다. 개만 중요하다는 것이 아니라 가까운 것부터 운동을 시작하는 것이다.

박소연=개는 소, 돼지, 닭과 같다. 모두 고통을 느낀다. 개 한 마리라도 고통에서 제외시켜 주는 노력을 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소, 돼지, 닭을 고통스럽게 죽이니까 개 역시 죽여도 된다는 생각이 과연 옳은가. 모두 ‘상향적 평등’을 해야지 ‘하향적 평준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한 종의 동물이라도 고통에서 제외시켜주려고 노력하는 인간의 양심은 절대적인 선이지 논리로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윤리를 논리로 설명하는 것은 옳지 않다. 사실 궁극적으로는 고기를 먹지 말아야 한다. 인간의 이기심 때문에 공장식 사육을 하면서 동물의 고통뿐 아니라 환경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인간의 욕심으로 자연에서 살아있는 모든 것들이 희생되고 멸종되고 고통받을 필요는 없다.

■반려견과 식용견은 구분돼야 하지 않나

이지연=개는 한 가지 종인데 반려견은 식용견과 뭐가 다른가. 하운드나 시츄나 말티즈나 모두 아종일 뿐이다. 어떤 아종이 반려견인지 식용견인지 구분이 이뤄질 수 없다. 반려견과 식용견 다 똑같은 개다. 누군가의 반려견이 될 수 있는 개도 개 농장에서 도축된다.

전진경=개는 치와와부터 하운드까지 하나인데 인간이 다양한 이름으로 구분한 것이다. 사람으로 치면 인종과 마찬가지다. 이른바 식용견은 일본에서 들여온 도사견과 한국의 황구나 백구 같은 토종견을 교배시켜 몸집을 불린 것이다. 덩치로 먹어도 되는 개를 구분할 수 없다. 개는 우리가 가장 잘 이해하는 동물이고 우리를 가장 잘 이해하는 동물이다. 식용견이라는 것은 없다.

조희경=육견업자들의 변명이고 핑계라고 생각한다. 식용견이라고 선을 그어야 비난을 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의 속성은 똑같다. 흑인과 백인이 다른 게 아니잖나.

박소연=어떤 생물학적 기준으로 식용견과 반려견을 나눌 수 있겠나. 개 식용이 허용된 나라에서는 모든 개가 고기가 될 수 있다. 개 농장에서 사육된 개뿐 아니라 집에서 기르다 버려진 개도 도살장으로 간다. 반려견 공장에서 번식능력을 상실한 순혈종도 99.9% 개고기가 된다. 일부 보호소도 안락사 비용이나 사체 처리비를 절감하기 위해 개 농장으로 보내는 경우가 있다. 반려견과 식용견이 다르다는 것은 개고기를 취식하는 사람들이 스스로를 위안하기 위한 수단이지 현실에서 전혀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개는 고기가 될 수도 있고 반려동물도 될 수 있다. 저희가 개 농장에서 구출한 개들이 반려견으로 입양돼 정말 잘 사는 경우를 많이 본다.

■축산물 위생관리법상 ‘식용 가축’에 개를 포함시켜 철저히 관리하도록 합법화할 수는 없나

이지연=정부가 아무리 방관하고 있었다고 해도 합법화 결정을 내릴 수 없다. 전 세계가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 정부가 체계적으로 관리한다지만 근본적으로 공장식 축산업은 학대다. 이미 동물을 학대하고 있는 공장식 축산업에 또 개라는 종을 넣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 그나마 아직 개는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에 포함되는 것을 막으려고 전략적으로 개에 운동을 집중하는 것이다. 개를 사랑하고 식용을 반대하면서도 합법화를 임시 해결책으로 생각하는 시민들의 마음을 돌리고 싶다.

전진경=개고기가 안전해야 하는데 방법이 없다. 1978년 정부가 개를 축산물 가공관리법(현 위생관리법)상 ‘식용을 목적으로 하는 동물’에서 제외한 것은 위생관리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육류의 위해요소는 중점관리 대상인데 개 사육·도살·유통의 국제적 표준을 만들 수 없었다. 개를 꼭 그렇게까지 해서 먹어야 할 필요도 없다. 개 도살은 동물보호법에 이미 저촉된다. 이때 이미 정부가 개 식용을 법적으로 안 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다만 제대로 된 관리가 없어 육견업자들이 법의 맹점을 노려 영업했고 이익을 취해 온 것이다. 그들은 위생을 얘기할 자격이 없다.

조희경=절대 안 된다. 개 식용이 합법화되면 가공식품도 가능하다. 개 소시지가 현실이 된다면 사회적으로 많은 사람들의 거부감이 있을 것이라고 본다. 우리 사회가 절대로 못 한다. 육견업자들의 합법화 주장은 물러설 곳이 없어 떼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회가 변화하면 직업이 없어지기도 하고 생기기도 한다. 사회가 문제로 인식하고 점점 변하고 있다면 받아들여야 한다.

박소연=이미 합법적인 축산물로 인정받는 소, 돼지, 닭의 사육과정이나 도살과정이 동물복지적일까? 그렇지 않다. 그렇게 동물복지적이라면 조류독감이나 구제역이 일어날 리가 없다. 한 종의 동물이 축산물이 되면 해당 동물이 보호의 법망에서 완전히 제외된다. 합법화 주장은 사육과정을 전혀 모르는 소리다. 이미 정부가 합법화 시도를 한 적이 있지만 반대 목소리로 번번이 실패했다. 지금은 가능성이 0%다. 전 세계에서 최초의 개식용 합법 국가가 되는 것인데 그런 오명을 가질 이유가 없다.

경향신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왜 동물을 팔면 안 되나

이지연=동물을 판매한다는 것은 동물을 물건으로 보고 값을 매긴다는 것이기 때문에 반대할 수밖에 없다. 이미 한국에서 버려진 동물이 굉장히 많아 포화 상태다. 번식한 동물을 팔지 않고 유기된 동물만 다시 입양해도 수요를 만족시킬 수 있다. 독일 등 해외에서는 펫숍을 금지하고 오로지 구조된 동물만 입양하는 법이 있다. 결국 사회는 동물판매업이 없어지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전진경=매년 반려동물 25만 마리가 경매장을 통해 유입되는데 버려지는 유기동물 수는 매년 10만 마리에 달한다. 행정추계니까 실제로는 더 많을 것이다. 반면 재입양률은 떨어지고 있다. 안락사는 매년 5만 마리로 소폭 증가했다. 한국 사회가 동물을 수용하는 데 한계가 왔다는 신호다. 멀쩡한 개들이 도살되는 상황에서 동물들을 매매하기보다 입양해야 하는 것이 맞다. 정부의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 생명이니까 함부로 매매되지 않게 해야 하고 주인에 대한 교육도 중요하다.

조희경=해외 선진국은 동물판매업을 공식적으로 금지하는 곳이 많다. 반려동물은 매매하는 게 아니라는 인식이 강화되고 있다. 반려동물은 인간과 정서적인 교감을 나누는 동물인데 태어난 곳은 ‘강아지 공장(동물생산업)’이다. 기계처럼 새끼만 낳게 하는 강아지 공장은 해외에서 점점 없어지고 있고 펫숍도 마찬가지다. 강아지 판매가 없어진다고 강아지를 못 키우는 일은 없다. 펫숍이 없는 나라에서는 보호소에서 입양하거나 이웃에게 분양받는다. 선진국이라도 반드시 개가 늙어 죽을 때까지 키우는 것이 아니라 여러 사정으로 못 키우게 되면 보호소가 새 주인을 연결해 준다. 한국은 동물을 사고 파는 것이 너무 쉬워서 입양의 틈이 없다. 동물을 위해선 펫숍이 점점 없어져야 하는데 이마트 같은 대기업이 이런 사업에 뛰어드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

박소연=대형마트에서 강아지를 파는 것이 동물복지 입장에서는 문제가 많다. 오가는 사람이 많은 대형마트에서 동물을 파는 게 적절하지 않고 동물보호법이 규정한 기준을 어긴 경우가 많다. 시설 기준이 동물보호법 기준에 못 미치는데도 정부의 관리감독이 미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사실 인원도 없고 지자체에 담당자가 이것만 하는 게 아니다. 농식품부에서도 겨우 동물보호팀이 만들어졌고 서울시 동물보호과 있고 경기도에 생긴다는데 대부분 전담부서는 없다. 일반 펫숍도 사실 그렇지만 대형마트에 살아있는 동물을 파는 것은 훨씬 더 물건처럼 인식할 수 있다. 대기업이 굳이 살아있는 생명을 판매해서 이익을 취하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반려동물 카페나 호텔이 인기인데

이지연=반려동물 인구가 많아지니까 관련된 서비스업이 생기는 것인데 그 자체를 강하게 반대하진 않는다.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반려동물 호텔(동물위탁관리업)이나 미용실(동물미용업)에서 동물학대가 일어나서는 안 되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동물카페(동물전시업)는 다르다. 동물카페는 심하게 말하면 ‘앵벌이’잖나. 동물카페는 동물을 사 와서 적절하지 않은 환경에서 키우며 돈을 버는 착취 행위다. 무분별하게 영업하다 보니 국제멸종위기종으로 지정돼 거래가 금지된 동물도 데리고 있는 경우가 있다. 특히 야생동물을 콘크리트 건물에 두고 사람이 만지게 하는 것은 엄청난 스트레스다.

박소연=반려동물 호텔은 시설이 훌륭한 곳도 있지만 열악한 시설에서 제대로 관리를 못해 사고가 많이 일어난다. 관리할 인력에 비해 맡는 개들이 많기 때문이다. 시설도 자격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형식적일 수도 있겠지만 동물 관련 서비스업에 엄격한 자격조건을 둬야 하지 않나. 이론교육 몇 시간만 받고 실기교육은 아예 이뤄지지 않는데 현장에서 많은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동물생산업은 신고제가 허가제로 바뀌었는데

이지연=지난 3월 동물보호법이 개정되면서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바뀌었다. 동물복지 측면에서는 긍정적일 수 있겠지만 한편으로 허가제는 그런 동물생산업을 정당한 산업으로 공고하게 만들어준다. 장기적으로 보면 동물원 등을 없애는 데 걸림돌이 된다. 허가제가 무방비한 신고제보다 좋을 수는 있지만 어떻게 관리하는지 추적하고 철저하게 따져봐야 할 것이다.

전진경=완전히 난리가 났다. 개 번식장이 이전에는 신고제였는데 허가제로 바뀌어 강화된 기준을 충족할 수 없는 업장이 생겼다. 정부가 업자들에게 2년 유예기간을 주면서 기준을 맞추도록 하고 있는 중이다.

조희경=동물생산업은 10년 전부터 합법적 요건을 갖출 수 있는데도 안 갖췄다. 못 하면 과감하게 폐업해야 한다고 보는데 폐업해도 남겨지는 개들이 문제가 된다. 정부와 동물권단체가 머리를 맞대고 함께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박소연=동물생산업은 정부의 관리감독이 잘 안 되고 있다. 허가받지 않고 영업하는 업장이 농림부에서도 전체의 80%로 본다고 들었다. 이런 불법 업장을 찾아내면 철거할 수 있지만 정부는 관리감독에 유보적인 입장이다. 바로 단속할 수 있는데도 안 하고 있는 상황이다.

경향신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당신은 왜 동물권을 위해 나섰나

이지연=저는 어렸을 때부터 놀이공원보다 동물원을 좋아했다. 그땐 동물이 고통스럽겠다는 생각은 못 했다. 제가 가던 동물원은 서울에 있던 큰 동물원들이라서 충격적인 경험은 없었다. 그런데 어느 날 강원 춘천에 있는 사설 동물원에서 호랑이를 봤는데 엄청나게 좁은 콘크리트 우리에 갇혀 있었다. 사육사가 먹이로 닭을 던져줬는데 호랑이가 닭은 건들지 않고 문을 때리면서 우는 모습을 봤다. 동물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식탁에 올라오는 삽겹살도 다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국 옥스포드 대학에서 생물다양성을 공부하며 동물권을 위해 행동하게 됐다. 한국에서는 동물보호가 아닌 동물해방에 대한 목소리는 작아서 작년 11월15일부터 ‘동물해방물결’이란 단체를 만들었다.

전진경=어릴 적부터 동물을 좋아했고 동물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었다. 약학대학을 졸업했는데 워낙 동물을 좋아하니까 ‘아름품’이라는 동물단체에서 봉사활동을 했다. 체계적인 운동을 하기 위해 ‘아름품’이 동물보호단체 ‘카라’가 됐다. 저도 동물행동학을 공부하러 대학원을 다시 갔다. 그저 동물이 불쌍하다는 차원이 아니다. 동물복지는 반드시 실현돼야 하고 결국 인간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동물권 단체가 지금 가장 집중하고 있는 문제는 무엇인가

이지연=우리 활동은 동물권과 동물복지 문제로 나뉜다. 구체적으로는 동물마다 상황이 다르니 농장, 동물원, 시장 등 나눠서 동물운동을 한다. 개별 동물에 대한 운동은 개 식용 금지 운동에 집중하고 있고, 동물해방을 실용적으로 이끌어나가기 위한 완전채식주의 인식 확장에 주력하고 있다. 우리가 먹는 계란은 다 공장식 양계업인데 좁은 공간에서 착취된 것이다. 건강이나 환경을 위해서 채식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저희는 종이 다르다는 이유로 동물에게 마음껏 고통을 줄 권리는 인간에게 없다고 본다.

전진경=농장동물을 복지축산으로 전환하는 문제가 중요하고 개 식용 문제도 있다. 법 제도 개선을 통해 공장식 축산과 개 식용 철폐를 이루려 한다.

조희경=모든 동물의 권리 침해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지만 실제 생활에서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문제가 반려동물이다. 자연스럽게 활동 영역이 반려동물 분야에 집중되고 있지만 다른 동물에 대한 활동도 꾸준하다. 지난해 5월에는 서울대공원에서 돌고래쇼를 하던 남방큰돌고래를 제주 앞바다로 보내기도 했다.

박소연=사회적으로 가장 뜨거운 문제가 개 식용이라 올해 들어선 가장 집중하고 있다.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개 도살을 금지하는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내는 등 개 식용 산업을 법적으로 유례 없이 압박하는 상황이다. 불법적인 개 농장의 존재를 고발하는 ‘와치독’ 운동을 벌이면서 개 농장을 보호소로 바꾸는 실험도 하는 중이다. 식용견으로 취급받던 개들을 반려견으로 입양보내기도 한다. 지금까지 개 200마리 정도를 입양 보냈다.

경향신문

■동물권에 사회적 관심 늘어나나

이지연=저는 때가 왔다고 생각한다. 서구사회에서 먼저 동물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한국에서도 반려동물이 늘어나다 보니 자연스럽게 때가 도래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예전에는 대학에 동물권을 외치는 동아리가 없었는데 서울과 부산의 몇 대학을 중심으로 동물권 동아리가 조직되고 있다. 동물해방물결에서 활동하면서 젊은 대학생의 힘을 끌어오고 싶다. 초복(지난 16일)에 했던 추모행사에도 대학생들이 와서 개 사체를 들고 참여했다. 한국에서는 아직 시작 단계지만 점점 동물권 동아리들이 많아질 것이다.

전진경=굉장히 많은 변화가 있다. 농장동물의 권리에도 공감해 주는 분들이 많이 있고 반려동물에 대해서는 더 깊은 이해를 갖고 있다.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이 여러 동물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는 것을 느낀다.

조희경=예전에는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하는 분들이 많았다. 지금은 좋은 일이고 필요한 일이라는 것에 공감하는 분들이 많아졌다. 반려동물을 ‘책임지지 못할 것이면 키우지도 말아야 한다’는 인식도 커졌다. 성숙해진 인식이 법에 반영돼 동물 학대에 대한 법적 처벌도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강화됐다. 물론 아직 멀었다. 좀 더 구체적인 논의로 발전해야 한다. 불필요한 생체실험을 없애는 논의부터 농장동물에 대한 논의까지 확장돼야 한다. 막연하게 동물을 보호하라는 것이 아니라 실제적인 변화가 더 이뤄져야 한다.

박소연=우리 ‘케어’ 회원만 봐도 대부분이 자신의 반려동물을 키우면서 다른 동물로 관심이 자연스럽게 확장됐다. 동물원에 대한 대중의 시선도 달라지고 있고 채식 인구도 늘어나고 있다.

■반려인과 비반려인의 갈등은 어떻게 해결할까

이지연=일단 동물의 해방을 주장하는 저희로서는 대답하기 애매한 문제다. 서로의 상호 이해가 중요하다. 동물은 사람의 말을 못하니 반려인과 비반려인이 공존하는 사회를 이루기 위해선 상호 이해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모두에게 공통적으로 동물에 대한 주체성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저는 반려동물도 노동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에게 즐거움을 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건데 노동하는 주체로 바라보고 동물 관점에서 이해해야 한다. 만약 어떤 개가 짖으면 왜 짖는지 동물의 행동을 이해해보려고 했으면 한다.

전진경=나만 좋으면 되는 게 아니라 주변에 피해를 끼치면 안 된다. 한국 사회의 반려동물 의식이 성숙해가는 과도기이기 때문에 반려동물 보호자로서 자세가 미비한 경우가 있다. 법으로 규정된 목줄이나 배변 수거도 안 지키는 분들이 있는 게 사실이다. 그렇게 반려동물 문화를 저해하면 그 피해는 결국 동물이 받게 된다.

조희경=사실 반려동물 문화가 성숙해져야 한다. 변을 치우는 사람들이 많아졌지만 아직도 많이 개선돼야 한다. 반려동물의 사회화 훈련을 전문 훈련사에게 맡기지 말고 가족 내에서 보호자가 스스로 해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키우면 갈등이 줄어들 것이라고 본다. 외국에서는 개들이 식당에서 굉장히 얌전하게 있잖나. 그런 사회화 훈련이 돼 있어서 그렇다. 안타까운 부분이 있다면 특별히 반려동물이 자신에게 해코지하는 것이 아닌데도 백안시하는 분들도 있다. 타인에 대한 존중이 부족한 것과 마찬가지다.

박소연=반려동물 인구가 늘어나면서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반려인에 대한 교육, 반려견에 대한 교육 모두 이뤄져야 한다. 비반려인도 반려동물 문화가 커지고 있는 것을 받아들이며 모두 함께하는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 반려인도 목줄 착용 등 본인의 의무를 다해야 제대로 주장도 할 수 있는 것이다. 논란이 됐던 대형견 입마개 같은 경우 개의 문제가 아니라 억압적인 사육방식의 문제다. 개 물림 사고의 근본적 원인을 분석해야 하는데 ‘대형견은 치명적 상해를 입힐 수 있으니 입마개를 하자’는 단편적인 생각으로 개의 입만 틀어막는 것이다. 그저 입마개를 채우는 것으로는 갈등 해결이 안 되고 개에게 사회성을 기르는 교육을 해야 한다.

■정부나 사회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이지연=정부가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동물보호과의 예산을 더 늘려야 한다. 보호소에 예산이 없어 주인도 못 찾고 안락사하게 되는 반려동물이 많다. 반려동물 문화를 동물 주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교육도 이뤄져야 인식이 바뀔 수 있다. 비인간 동물도 사회적 약자라는 인식이 정말 많이 퍼졌으면 좋겠다. 인간만으로 구성된 사회라고 생각해서 사회적 약자는 장애인, 여성, 성소수자 등 인간만 생각하는데 자본주의적 사회에서 착취되는 동물들이 많다. 동물도 사회적 약자로 보고 고통을 감해주는 방법을 고민하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

전진경=이유 없이 동물을 혐오하고 천시하는 분들도 있다. 잘못된 인식을 갖고 있는 비반려인에 대한 교육도 있어야 한다. 사회적 인식을 변화시키려면 제도를 만들어야 하는데 결국 정부가 예산을 확보해 동물복지 의식을 갖도록 도와야 한다. 반려인이 반려동물 문화를 마찰 없이 향유하고 주변이 피해를 입지 않게 하는 법과 제도가 중요하다. 개 식용부터 없어져야 사회의 인식도 바뀔 것이라고 본다.

조희경=반려동물을 키우는 분들은 에티켓이 많이 필요하다. 반려동물 인구가 많아지는 만큼 정부가 올바른 문화를 선도하는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다. 반려동물의 사회화 훈련에 정부가 나서줘야 한다.

박소연=비반려인은 자신이 누리지 않는 문화에 대해서 인정하고, 반려인은 자신이 누리는 문화가 다른 사람들과 충돌을 일으키지 않도록 질서 안에서 권리를 주장했으면 한다. 올바른 사회적 인식이 형성될 수 있도록 정부, 지자체, 시민단체, 기업 등이 공식적인 홍보활동이나 교육을 통해 도움을 줬으면 좋겠다.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 경향신문 SNS [트위터] [페이스북]
[인기 무료만화 보기]
[카카오 친구맺기]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전체 댓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