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19 (화)

"만만하게 봤다 망했다" 5년 내 죄다 폐업…식당 사장의 절규

댓글 1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자영업자 폐업 속출…84만명 육박
외식업 폐업률 가장 높아…20% 이상
일자리안정자금 지원도 받지 못해…악화일로

아시아경제

폐점한 한 상가.


[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장사를 너무 만만하게 본 것 같습니다. 잘 다니는 회사를 계속 다닐 것을, 왜 빚까지 내며 치킨집을 차렸을까요? 치킨집 하면 못 벌어도 500만원은 번다고 들었는데 저는 하루종일 닭을 튀겨도 300만원 벌기가 힘드네요. 장사를 하면 5년 내 망하기 쉽다고 하는데, 저도 그 저주에서 못 벗어나네요." -중구의 한 치킨전문점 사장 A 씨.

개인사업자 폐업률 80% 시대. 10개의 가게가 문을 열었을 때 5년 안에 8곳이 폐업한다. 경기침체 장기화에 따른 소비위축과 임대료와 최저임금 등에 따른 각종 비용 부담, 일과 삶의 균형을 중요시하는 워라밸 문화와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등이 맞물리면서 자영업자들의 곡소리는 끊이지 않고 있다. 이들에게 내년 최저임금 10.9% 인상은 '생존권'이 달린 문제다.

22일 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 개인사업을 시작한 자영업자는 110만726명. 반면 같은 기간 83만9602명의 개인사업자가 문을 닫았다. 창업 대비 폐업 개인사업자 비율은 76%를 넘는다. 조사 기간마다 근소한 차이는 있지만, 최근 10년 동안 개인사업자의 단순 폐업률(창업 대비 폐업 개인사업자 비율)은 평균 80%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창업 후 1년 동안 생존한 기업형 사업체(2인 이상)의 비율은 79%로 알려졌다. 다만 창업 5년 뒤 생존한 비율(5년 생존율)은 39%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자영업 중에서도 외식 자영업자의 폐업률이 가장 높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외식업 전체 폐업률은 산업 전체 폐업률보다 평균 1.5배가 높다. 폐업률 수치도 매년 20%를 웃돈다. 고용노동부 고용보험통계 조사결과 1년간(2017년 6월~2018년 5월) 음식점업 3367개가 문을 닫았다.

아시아경제

서울의 한 먹자골목.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외식 자영업자들의 절규는 비명에 가까운 상황이다. 광명시에서 A 프랜차이즈 치킨전문점을 운영하는 박지환(가명) 씨는 "인건비 부담 때문에 직원을 내보내고 혼자 하루종일 닭을 튀기는데 한달에 고작 쥐는 돈은 300만원 남짓"이라며 "월급쟁이 생활 15년을 정리하고 창업한 것인데, 월급쟁이 때보다 돈을 더 벌지 못하는 데 왜 치킨창업을 했는지 후회가 든다"고 하소연했다. 그가 벌어들이는 월 매출액은 2300여만원 정도. 임대료와 배달수수료 등 각종 비용과 본사 납입금 등을 지출하고 나면 순이익은 250만원에서 300만에 불과하다. 그는 "인건비 부담 때문에 직원을 고용하는 것이 부담스러워 바쁜 시간에는 아내가 나와 일을 도와준다"며 "계속 가게를 운영할지 고민이 깊다"고 전했다.

대출을 받아 강남에 주점을 연 송 모씨는 최근 가게를 정리했다. 그는 "한달 번 돈으로 직원 월급을 주고 임대료를 내면 내 손에 쥐는 돈이 전혀 없었다"며 "장사를 너무 만만히 본 내 탓도 있겠지만 우리나라는 장사하기에 좋지 않은 환경인 것만은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빚만 쌓인 채 폐업해 가장으로 얼굴을 들 자신이 없어 집에 들어가는 것도 고역"이라고 토로했다.

한국외식업중앙회가 전국 외식업체 285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77.5%가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해 경영상태가 악화됐고 80%는 앞으로도 나빠질 것이라고 답했다. 서용희 한국외식산업연구원 수석연구원은 "극심한 경영난을 견디지 못하고 많은 외식업체가 폐업, 전업을 고려 상황은 심각하다"고 우려했다.

이 같은 상황에도 외식 자영업자들은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보완책 중 하나인 일자리안정자금 지원을 거의 받지 못하고 있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이 자체 조사한 결과 외식업체의 고용보험 가입률(2017년 기준)은 49.8%에 그쳤다. 외식업 근로자 2명 중 1명은 고용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은 것. 업계에서 일자리안정자금 지원책이 '그림의 떡'으로 불리는 요인이다. 일자리안정자금은 근로자가 30인 미만 사업장이고 월평균 보수 190만원 미만 근로자를 고용한 사용자에게 월 최대 13만원을 지급하는 제도다. 다만, 근로자가 고용보험에 가입돼 있는 것을 전제로 한다.

아시아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외식업체의 경우 야간 근무수당 및 장시간 근로 등으로 인해 급여 총액이 증가해 안정자금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다. 실제 고용노동부의 사업체노동력조사 결과 지난해 지원대상 기준 규모의 음식점 및 주점업 평균 월정액 급여는 약 230만원으로 지원 기준보다 높았다. 외식산업연구원 관계자는 "보수 총액 기준 뿐 아니라 고용보험 가입 지원의 일자리안정자금 조건 역시 외식업체로서는 현실적으로 지키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근로자 본인이 소득금액 감소, 최저생계수급자로 소득 신고시 자격을 박탈당할 수 있다는 이유로 4대보험 가입을 기피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피하지 않는 근로자를 채용하면 된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서도 구인난이 심각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실제 외식산업은 사업 존속 연수가 짧아 임시일용직 채용이 많을 수 밖에 없다. 외식업 전체 폐업률은 산업 전체 폐업률보다 평균 1.5배가 높다. 폐업률 수치도 매년 20%를 웃돈다. 지난해 숙박 음식점업의 근로자 약 9만6000명중 임시 일용직은 6만6000명(68.9%)에 달한다. 10명 중 7명이 임시 일용직으로 취직한 것.

외식산업연구원 관계자는 "외식업체가 4대보험에 가입하지 않아 생기는 불이익을 외식사업주에게만 묻고 있는데 고용보험 가입률 제고를 위해 근로자 개인의 환경개선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과 해결책 마련이 필요하다"며 "외식산업은 고용안전문제의 사각지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이 같은 현실을 감안한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전체 댓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