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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길어야 소년원 2년" 주고받은 문자…관악산 집단폭행 10대들 처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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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지난달 26일부터 이틀에 걸쳐 노래방·관악산에서 집단 폭행당한 피해자의 상처(오른쪽). [사진 피해 학생 가족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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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법 폐지' 여론에 다시 기름을 부은 '관악산 1박 2일 집단 폭행 사건'의 10대들은 어떤 처벌을 받게 될까. 검찰로 송치된 이들 중 혐의가 무거운 7명은 현재 구속된 상태다. 법원이 내릴 수 있는 판단은 크게 두 가지지만, 일반적인 형사처분과 비교해 형량이 높지 않아 제도 개선 목소리가 높다.

보호처분이냐 부정기형이냐


재판부가 내릴 수 있는 결정 중 첫번째는 '소년부 송치'다. 소년부 송치는 형사법원에서 가정법원 소년부로 사건을 이송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소년법상 '보호처분'에 해당한다. 1~10호의 처분을 받게 되며 가장 높은 처분은 10호 소년원 송치다.

소년원 송치 결정을 받은 청소년들은 전과기록 없이 소년원에서 최장 2년 동안 생활하게 된다. 관악산 폭행 가해 청소년들이 메시지를 통해 '길어야 소년원 2년' 등 메시지를 주고받은 것은 바로 소년원 송치 보호처분 10호를 의미한다. 지난해 7월 강원도 강릉에서 또래를 집단으로 폭행한 10대 6명이 모두 소년부로 송치된 바 있다.

둘째는 장기·단기로 구분되는 부정기형이다. 일반 형사재판에서 피의자가 정기형을 받는 것과 달리 부정기형은 장기 2년 이상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19세 미만 청소년을 대상으로 선고된다. 최대 장기 10년, 단기 5년을 선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단기가 지난 소년범은 수형태도 등에 따라 장기가 만료되기 전 형 집행이 종료될 수 있다. 청소년 보호를 목적으로 사실상 단기 쪽으로 형 집행을 유도하는 제도다.

지난해 9월 부산 여중생 폭행사건에서 검찰은 가해자 두 명에 대해 장기 5년 단기 4년, 공범 한 명에게 장기 3년 단기 2년을 구형했지만, 법원은 소년부 송치를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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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자 성폭행 가해자 처벌 강화 청원. [사진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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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벌주의 경계해야" vs "법, 시대 따라가야"



미성년자 범죄가 성인 못지않게 조직화하고 흉포해지면서 소년법 폐지 여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 3월 대구에서 15세 여중생을 10대 청소년 6명이 집단으로 성폭행한 사건이 알려지며 소년법 폐지 여론에 힘이 실렸다. 과거에 만들어진 법이 시대 변화를 따라가지 못해 청소년들에 관대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는 목소리다.

실제로 관악산 폭행사건이 알려진 이후 '미성년자 성폭행범 처벌을 더 강화해 달라'는 청와대 청원이 32만명의 동의를 얻었다. 지난 18일 경찰청이 내놓은 '2018년 상반기 청소년범죄분석'에 따르면 촉법소년(만 10~13세) 범죄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7.9% 늘어난 3416명인 것으로 늘어났다. 이 중 13세 청소년의 범죄 증가율이 14.7%로 나타났다.

서정욱 법무법인 민주 변호사는 "우리나라 형법은 1960년대 일본 형법을 그대로 들여온 것이다. 법은 시대에 따라 바뀌어야 한다"며 "60여년 전의 소년 개념과 지금의 소년, 성인 개념이 달라졌다. 세계적인 추세로 봐도 형사상 미성년자 개념이 12세 미만인 곳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인천 초등생 납치 살인사건에서 보듯 19세 미만 청소년에게는 무기징역이나 사형을 구형할 수 없게 돼 있어 법감정과 괴리되는 부분이 있다. 소년법을 폐지해 일반 형사사건과 동일하게 취급하거나 소년법상 소년의 나이를 낮추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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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상반기 청소년범죄 분석. [사진 경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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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소년법은 청소년에 대한 국가의 보호를 법제화한 것이어서 이를 쉽사리 폐지하거나 바꿔서는 안된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양홍석 참여연대 공익법센터장은 "최근 청소년 범죄가 흉포화·조직화하는 경향이 있어 대응이 너무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엄벌주의로 청소년 범죄를 막을 수 있느냐 하는 문제는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양 변호사는 "엄한 처벌은 범죄를 막는 효과보다는 피해자들의 감정, 피해를 보는 시민 전반의 불안을 없애는 착시효과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며 "엄벌을 통한 실제 범죄 예방 효과를 따져보고, 청소년을 위한 제도적 장치 전체를 고려하는 등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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