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7 (수)

‘12년 만에 눈물의 복직’ KTX 해고승무원들…“우리가 옳았다”

댓글 2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겨레] 해고 12년, 천막농성 59일 만에 코레일과 복직합의

승무업무 직접고용 전환 확정되면 승무원 전환 배치

“투쟁 조끼 벗게 돼 믿기지 않는다” 승무원 설렘 미소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해고된지 12년, 서울역에서 천막농성한지 59일 만이었다. 10년전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자신들의 몸에 쇠사슬을 둘렀던 바로 그 자리에서 KTX 해고 승무원들은 코레일 정규직 복직을 알렸다.

KTX 해고 승무원들은 21일 오후 2시 서울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과 코레일은 5차례 교섭 과정을 거친 결과, 오늘 새벽 4시께 해고 승무원 180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지난 2006월 5월 해고된지 12년만이었다.

이날 철도노조와 코레일은 해고승무원 문제 해결을 위한 노사합의서 3개 항과 부속합의서 7개 항에 합의했다. 근로자 지위확인 소송을 제기한 승무원을 대상으로 특별채용하기로 했다. 다만 철도공사나 자회사에 취업한 경력이 있는 승무원은 이번 채용에서 제외된다. 철도노조는 “해고승무원 290여명 중 복직 대상 승무원은 180명”이라고 밝혔다. 코레일은 올해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세차례에 걸쳐서 해고승무원들을 채용할 계획이다.

해고 승무원들은 일단 사무영업(역무) 6급으로 채용된다. 이후 코레일이 KTX 승무업무를 직접 수행할 경우 승무직으로 전환배치하기로 합의했다. 김갑수 철도노조 수석부위원장은 "KTX 승무업무는 현재 코레일이 아닌 자회사 코레일관광개발에서 하고 있다”며 “노사전문가협의회 의견을 들어 직접고용전환 여부를 확정하기로 했기 때문에 승무업무를 코레일이 맡기로 확정되면 전환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노사는 이달 9일 첫 번째 교섭을 시작으로 20일까지 총 5차례 만났으며, 20일에는 밤샘교섭을 벌인 끝에 새벽 4시께 잠정합의에 도달했다. 코레일은 해고 승무원들이 제기한 ‘근로자 지위확인 소송 재심절차’가 진행되면 해고승무원들의 권익을 보호하는데 협조하기로 했다. 또 정리해고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재판거래’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박아무개씨의 명예회복을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발언 전부터 이미 눈물을 흘리고 있었던 김승하 KTX열차승무지부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쉽사리 입을 떼지 못했다. 김 지부장은 “감사합니다. 드디어 이곳에서 농성이 아닌, 투쟁이 아닌 문제가 해결됐다고 국민 여러분께 감사 인사를 하게 된 것이 꿈만 같고 믿기지 않는다”며 “처음엔 촛불정권이 탄생했는데도 우리 세상만 바뀌지 않는다고 원망도 많이 했다. 오늘로서 우리사회가 변하고 있다는 희망으로 받아들이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김 지부장이 지난 2015년 떠난 박아무개 승무원의 이야기를 꺼내자 기자회견에 참석한 해고 승무원들은 곳곳에서 눈물을 쏟았다. 김 지부장은 “이렇게 기쁜 순간에도 이 자리에 함께 할 수 없는 한 친구에게 그래도 우리가 옳았고 우리가 정당했으며 우리가 끝까지 투쟁했기에 좋은 결과가 나왔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며 “무엇으로도 보상할 수 없겠지만 우리가 힘을 모아서 모든 것을 밝혀내고 사법농단을 되돌려 놓는 것이 그 친구를 위해서 할 수 있는 마지막 행동이라고 생각하고 투쟁할것”이라고 말했다.



박 아무개 승무원은 지난 2015년 대법원이 1,2심의 판결을 뒤집고 “코레일과 KTX 승무원 사이 직접 근로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사쪽의 손을 들어주자 이를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KTX 해고승무원 재판’은 법원행정처가 지난 2015년 작성한 ‘상고법원의 성공적 입법추진을 위한 BH(청와대)와의 효과적 협상 추진전략’ 문건에 언급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상고법원을 추진하기 위해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청와대와 재판거래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이에 KTX 해고승무원들은 지난 5월 김환수 대법원 비서실장에 직권재심을 요청했다.

해고승무원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마친뒤 약 2달동안 이어온 서울 서부역 천막농성을 해제했다. 이로써 지난 5월24일부터 시작한 천막농성은 59일째로 끝을 맺게 됐다. 천막 농성장 인근에서 해고승무원 차미선·문은효(37)씨는 ‘KTX승무원 원직복직 직접고용’이 적힌 초록색 조끼를 벗으며 “이 조끼를 더이상 입지 않아도 돼 좋다”며 “오영식 대표가 ‘코레일 직원’이라고 말할 때 믿기지 않았다. 복직한다고 생각하니 지난 12년의 일들이 스치며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KTX 승무원들은 코레일에 직접 고용을 요구하며 2006년 3월1일 파업을 시작했다. 코레일은 자회사 KTX관광레저(현 코레일 관광개발)로의 이적을 거부한 승무원 280명을 같은해 5월21일 정리해고했다. 해고 승무원들은 2008년 10월1일 코레일을 상대로 근로자 지위확인소송을 냈고 1·2심 법원은 코레일이 승무원들의 실질적인 사용자라고 판결했으나 2015년 대법원은 이 판결을 파기환송하고 승무원들의 청구를 기각했다.

장수경 기자 flying710@hani.co.kr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한겨레 절친이 되어 주세요! [오늘의 추천 뉴스]
[▶ 블록체인 미디어 : 코인데스크] [신문구독]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