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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최저임금 늪에 빠진 자영업자-상] 소상공인 "아프니까 사장이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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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0만 자영업자들이 지난 한 해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일했음에도, 막상 손에 쥔 돈은 전년 대비 거의 늘어나지 않은 것으로 집계됐다.

세계일보

자영업자 돈벌이가 갈수록 시원찮은 것은 경기가 나아지지 않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너도나도 생계형 창업에 나서면서, 관련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내수가 좋지 않아 매출은 늘지 않는 상태에서 임대료는 천정부지로 치솟아 자영업자들을 옥죄고, 폐업률이 창업률을 앞지르고 있다.

이달부터 시행된 주 52시간 근무가 정착되면 직장 회식도 줄어 음식점, 술집 등 자영업자 매출이 타격 받을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자영업자 대출 증가는 역대 최대 수준으로, 금리가 상승기에 접어들면서 이자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어 벼랑 끝에 내몰리고 있다.

21일 한국은행과 통계청 등에 따르면 자영업자의 영업잉여 증감률은 자영업자 수 증감률과 음(-)의 상관관계를 보였다.

자영업자 영업이익 증가율이 2.9%로 2010년대 들어 가장 높았던 2013년에 자영업자 수는 전년보다 1.1% 줄었다.

영업잉여 증가율이 2년 연속 2%대를 기록한 2015년(2.1%)과 2016년(2.3%) 자영업자 수는 각각 1.7%, 0.2% 감소했다.

반면 영업이익 증가율 1.0%로 6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자 전년 대비 하락 폭(-1.3%포인트)이 컸던 작년엔 자영업자 수는 1.2% 늘어 2012년(2.0%) 후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처럼 자영업자 수와 영업잉여가 반대로 움직이는 것은 자영업 시장이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방증이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3%대인 저성장 국면에서 내수가 부진하자 경쟁 정도에 따라 수익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기 때문.

노후 준비가 안 된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가 비교적 손쉽게 할 수 있는 음식점 등의 창업에 뛰어들며 자영업 시장이 포화에 이르게 됐다.

일자리가 부족해 자의반, 타의반으로 퇴직한 이들이 증가해 자영업자가 증가하고, 성장률이 낮아 소비가 잘 안 돼 자영업 수익률이 떨어지고 있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치열한 경쟁 탓에 자영업자는 휴일도 없이 일해 제대로 쉴 수조차 없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가 전국 소상인 7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들은 한달 평균 3일 밖에 쉬지 못했다.

◆한달 평균 3일 밖에 쉬지 못하는 자영업자

이처럼 힘겹게 일하지만 돈은 거의 모이지 않는 이유로 자영업자들은 임대료를 지목한다.

일명 '둔기 폭행'이란 비극적 결말이 난 서울 종로구 서촌의 한 족발집 사건도 임대료 문제가 발단이었다. 특히 임대료는 자영업자들이 주로 임차하는 소규모 상가에서 상승 폭이 컸다.

서울지역 소규모 상가 임대료는 2015년 3분기 15만3700원에서 작년 3분기 17만3000원으로 2년 새 12.6% 올랐다. 같은 기간 중대형 상가 임대료는 20만300원에서 19만5600원으로 오히려 2.3% 하락했다.

자영업자 상황이 좋지 않다보니 폐업률이 창업률을 앞지르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작년 하반기 전국 8대 업종 폐업률은 2.5%로 창업률(2.1%)보다 높았다. 특히 음식업종은 폐업률 3.1%, 창업률 2.8%로 창업과 폐업이 가장 빈번했다.

영업잉여 증가율도 낮지만 손에 쥐는 소득 자체가 높지 않다. 2016년 자영업자 60%가 연평균 소득이 4000만원을 넘지 못했다. 20%는 한해 1000만원도 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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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의 3년 생존율은 2010년 40.4%에서 2015년 37.0%로 떨어졌다. 청년 실업난에 자영업으로 눈을 돌리는 2030대의 상황도 악화하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작년 발간한 고용이슈 9월호를 보면 청년(23∼37세)의 자영업 지속기간은 평균 31개월에 불과했다. 창업 후 2년도 안 돼 폐업하는 비율은 절반 이상(55.3%)에 달했다.

◆청년 실업난 지속, 2030대 자영업으로 눈 돌려보지만…

사면초가에 내몰린 자영업자 부채는 한국 경제의 '뇌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최근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국내 주요 시중은행 금리 상승으로 이같이 늘어난 부채는 영세한 생계형 자영업자에게 직격탄을 날릴 공산이 크다.

영세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은 이미 위험 신호를 보내고 있다. 작년 6월 기준 음식점이나 여관 등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차주가 연체할 확률은 4.13%로, 부동산·임대업(0.73%)의 5.7배에 달했다.

많지 않은 소득에서 이자 부담이 늘면 적자를 볼 수 밖에 없고, 이자를 내지 못해 결국 문을 닫게 될 수 있다. 대출이자율이 0.1%포인트 오르면 도·소매업과 수리 및 기타서비스업의 폐업 위험도는 7∼7.5%, 음식숙박업은 10.6% 증가한다.

전국 15만여 명의 자영업자들이 가입한 국내 최대 자영업 카페인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지난달 23일 한 제안이 올라왔다.

지난 1월1일부터 6월22일까지 전년 대비 매출 증감 현황을 올려 달라는 이 카페에는 총 143명이 참가했는데, 전년 대비 매출이 하락했다고 밝힌 응답자가 62.18%에 달했다. 특히 응답자 중 절반이 넘는 자영업자들이 20% 이상 매출이 빠졌다고 답했다.

이는 벼랑 끝으로 내몰린 자영업자의 실상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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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그간 우리나라는 직장 회식과 같은 독특한 문화로 저녁 시간대 음식점, 술집 수요가 비교적 높았는데, 앞으로 주 52시간제가 뿌리내리면 수요가 급감해 상당한 충격이 발생할 것이라며 자영업에서 밀려나도 고용상황이 좋지 않아 취업하기도 쉽지 않은 상태라 보완책이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말한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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