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3 (화)

[서소문사진관]여행 중인 당신,잠시 쉬어갈 수 있는 쉼터 세 곳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서른으로 넘어가는 해에 자전거로 제주도를 일주했다. 날은 더웠고 길의 끝은 보이지 않았다. 오르막은 왜 그리 많은지. 페달을 돌리는 다리가 무감해져 갈 때쯤 구멍가게 앞에 자전거를 세우고 바로 평상에 드러누워 버렸다. 오분쯤 지났을까. 가게 주인 할머니가 주섬주섬 무엇인가를 챙겨주신다. 떡, 귤, 물을 손에 쥐여주시며 힘내라고 하셨다(물론 제주도 방언이라 다 알아듣기는 힘들었지만 대략 저런 맥락이었다고 생각한다). 여행 중에 만나는 작은 쉼터는 사막의 오아시스와 견주어도 모자람이 없다. 게다가 선한 도움까지 더해진다면 그 순간은 오랫동안 마음속 보석상자에서 반짝일 거다. 여행 중인 당신이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쉼터 세 곳을 소개한다.

#낭만 충전소, 클라우프
중앙일보

최지훈씨는 유라시아횡단 스쿠터 여행 후 경리단길에 클라우프라는 카페를 운영중이다. 장진영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스물다섯의 청년은 스쿠터를 타고 유라시아 대륙을 달렸다. 4개월간 1만 5000km를 달리며 길 위에서 먹고 잤다. 러시아 하바롭스크에서 열 시간째 비를 맞으며 달리고 있을 때 선뜻 다가와 저녁 식사와 잠자리까지 내어준 사람을 만났다. 길 위에서 벌어진 대가 없는 선행. 낯선 여행자를 향한 따뜻한 시선은 그의 삶을 바꿔놨다. 돌아와서 여행자를 응원하는 카페 클라우프를 차렸다.

중앙일보

최씨는 4개월간 1만 5000km를 달렸다. [사진 최지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중앙일보

클라우프는 여행정보 공유와 함께 떠나는 여행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청년 최지훈의 클라우프는 2017년 4월에 만들어졌다.

“여행에서 돌아와서 무엇을 하고 살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제가 받은 도움과 감동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어요. 사람들의 가슴속에 있는 방아쇠를 당겨주는 것. 여행을 응원하는 일을 해야겠다 생각했죠. 이곳은 단순한 카페가 아니에요. 이 장소를 베이스로 제 경험에서 나온 용품제작과 여행정보를 공유하는 공간으로 채워나갈 계획입니다"

중앙일보

최씨에 여행에 항상 함께하는 배낭. 장진영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클라우프는 함께 여행하는 공간이다. 야영생활 경험이 없는 사람들을 위해 한 달에 한 번 ‘낭만 투어’를 진행하고 있다. SNS로 사연을 받고 서울 근교 가까운 섬으로 1박 2일 여행을 떠난다.

“낭만 투어를 진행하다 보니 외로움에 갇혀 있는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그걸 나누고 싶었어요.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책임감도 들고요. 사람들이 하루하루를 여행처럼 느꼈으면 좋겠어요. 여행은 나를 성장하게 하잖아요. 여행을 통해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믿고 있어요.”

중앙일보

최씨의 스쿠터에는 여행하며 만난 사람들의 싸인이 가득하다. 장진영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중앙일보

클라우프에서는 다양한 국가의 맥주를 판매한다. 장진영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클라우프는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255-13번지에 위치했다. 오후 1시 30분부터 오후 11시까지 문을 연다. 하늘이 어스름해지고 가로등이 빛을 발하는 오후 8시쯤 방문을 추천한다.

#바닷가 만화방, 레트로션
중앙일보

강원도 양양군 인구해변에 위치한 만화방 레트로션 내부 모습. [사진 레트로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파도가 좋은 날 바다는 서퍼(surfer)들 차지다. 파도가 잔잔한 날 서퍼들은 어디에서 쉴까? 강원도 양양 인구 해변에는 잔잔한 파도처럼 심심해하는 서퍼들을 위한 만화방 레트로션이 있다.

중앙일보

레트로션에서 만화책을 즐기는 사람들. [사진 레트로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레트로션은 만화책과 오래된 게임기로 가득한 공간이다. 이곳의 주인 이원택 씨는 오랫동안 스노보드와 서핑에 빠져 살았다. “오랫동안 탐닉해온 비디오 게임과 만화, 서핑까지 제가 사랑하는 모든 것을 담은 공간을 가지고 싶었고 그걸 또 많은 사람과 공유하고 싶었어요. 추억의 물건들을 하나씩 모으다 보니 서울 집에 점점 쌓여 처치 곤란인 상황이 되어가고 있었고 바닷가로 이사 오면서 그 모든 것들을 펼쳐서 남들에게도 보여주고 함께 즐기고 싶었어요”

중앙일보

이곳에는 오래된 레트로 게임기가 가득하다. [사진 레트로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곳의 가장 좋은 시간대는 파도가 올라오기 직전이나 비가 올 때다. “서퍼들은 파도가 없으면 아무것도 할 게 없기 때문에 파도가 올라올 때까지 기다리거나 비 오는 관광지 역시 우울하잖아요? 그런 때 오히려 레트로션에서는 쾌적한 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주인장 이 씨의 설명이다.

중앙일보

레트로션에서 만화책을 즐기는 사람들. [사진 레트로션]


중앙일보

이원택씨는 서울 생활을 접고 인구해변으로 이주해 레트로션을 차렸다. [사진 레트로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어릴 적 문방구 앞에서 쭈그려 앉아 했던 오락실 게임과 만화책이 가득한 레트로션은 강원도 양양군 현남면 인구길 60-7에 위치했다. 이용료는 한 시간에 4000원이다. 바닷가에 놀러 갔지만 조금 애매한 시간이 생길 때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당신의 여행을 서포트합니다, 평대 홀라인
중앙일보

평대 홀라인 2층에서 보이는 평대리 해안가. [장진영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제주 백패킹중에 매일 텐트에서 잠을 자는 여행이 계속되다 보니 큰 배낭을 가지고 다니는 여행자에게는 편안한 곳이 없었어요. 잠시 머물며 씻고 충전하고 커피 한 잔 까지 마실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생각에 제주도 바닷가에 백패커를 위한 라운지를 만들게 됐습니다”

중앙일보

최가희 씨는 제주도 백패킹 경험을 살려 백패커를 위한 라운지 평대 홀라인을 만들었다. [사진 최가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평대 홀라인은 주인 최가희 씨가 백패킹(backpacking)으로 제주를 여행하다 ‘꼭 있었으면 좋겠다’ 싶은 것들을 모아 만든 공간이다. 이곳은 샤워, 배터리충전, 휴식, 세탁, 건조, 커피 등의 시설을 제공한다.

우선 호텔급의 샤워 시설을 자랑한다. 이어 제공되는 음료를 들고 2층 라운지로 이동해 해안가 풍경을 맘껏 즐길 수 있다. 머묾에 시간제한은 없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만 누리면 된다. 라운지에서 다른 여행객을 만나 서로 여행 정보도 공유할 수 있다.

중앙일보

평대 홀라인 외부 전경. [사진 최가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중앙일보

앞 마당에서 휴식을 취하는 방문객. [사진 최가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곳을 즐기는 팁 하나는 여행 중에 들르는 것이 아니라 목적지로 오는 것이다. 큰 배낭을 메고 이동하다 보면 짐 보관 및 세탁 등의 문제로 바다를 바로 앞에 두고도 해안가를 걷기만 할 뿐 물놀이를 포기할 때가 많다. 커다란 짐은 여기에 맡기면 된다. 물놀이 후 씻는 것과 세탁까지 한 곳에서 가능하다.

중앙일보

2층 라운지에서는 전자기기 충전과 휴식 등이 가능하다. 장진영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제주시 구좌읍 평대2길 34-3에 위치했다. 나른한 오후 2시에서 4시 사이에 가보는 것을 추천한다.

사진·글 장진영 기자 artjang@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