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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트럼프 홀리고 시진핑 안심시킨 김정은, 이번엔 푸틴에 손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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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손을 내밀고 있다. 상반기 중국 시진핑(習近平) 주석과 세 차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한 차례 정상회담을 한 김 위원장이 이번엔 푸틴을 향했다. 비핵화 의지를 과시해 트럼프 대통령을 홀렸다면, 북·미 대화 와중에 ‘차이나 패싱’을 걱정하던 시 주석을 북·중 혈맹으로 안심시키더니 이번엔 푸틴이다. 국제질서를 이끌어가는 스트롱맨 3명을 동시에 모두 상대하려 한다.

또 다른 스트롱맨(strongman) 리더인 푸틴과의 관계 다지기에 나선 것이다. 푸틴 대통령이 9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주재하는 동방경제포럼에 김 위원장이 참석할지 여부도 주목된다.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김 위원장이 러시아를 새로운 외교 발판으로 삼으려는 의도도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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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 여부가 주목받고 있다.[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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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이 푸틴에게 보내는 신호는 지난 19일자 노동신문에서 노골적이었다. 노동신문은 노동당 기관지다. 노동신문은 ‘조로(북ㆍ러) 친선관계를 새로운 발전 단계에 올려세운 력사적 계기’라는 제목의 기사를 싣고 “김정은 동지께서는 전통적인 북ㆍ러 친선을 귀중히 여기시며 두 나라 관계를 발전시키는데 커다란 관심을 돌리고 계신다”고 전했다. 신문은 이어 올해가 북ㆍ러 수교 70주년이 된다는 점도 부각했다.

푸틴 대통령도 적극적이다. 북ㆍ러 정상회담을 원한다는 메시지를 상반기 수차례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5월31일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에게 자신의 친서를 들고 평양을 방문하도록 했다. 김정은은 6ㆍ12 북ㆍ미 정상회담을 2주도 안 남긴 상황에서 라브로프를 접견하고 환대했다. 이후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러시아 월드컵 개막식 참석을 이유로 지난달 14일 러시아를 방문했고, 푸틴 대통령을 만나 김정은의 친서를 전달했다. 북ㆍ러 정상회담의 분위기는 상호 간에 무르익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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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5월31일 평양을 방문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을 접견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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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18일(현지시간)엔 이고리 모르굴로프 아태 지역 담당 러시아 외무차관이 평양을 방문 중이라고 러시아 외무부가 알렸다. 러시아 외무부는 “정례 양자 협의를 위한 방북”이라고 설명했다. 외교가에선 북ㆍ러 정상회담을 놓고 실무선에서 입장 타진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나왔다.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북한 주재 러시아 대사는 18일 “북ㆍ러 정상회담은 현안으로 남아있다”며 북한 챙기기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러시아 리아노보스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유엔이 대북제재를 해제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러시아는 대북 제재가 풀린다면 도울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비핵화 협상 진전 없이는 대북 제재의 고삐를 늦추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상황에서 러시아가 북한 편들기에 나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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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6월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첫 북미 정상회담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김 위원장을 " 똑똑한 협상가"라고 추켜세웠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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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ㆍ러 정상회담의 타이밍으로는 9월 동방경제포럼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9월11~13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예정된 이 포럼은 북한으로서도 정권 수립기념일인 9ㆍ9절 이후에 열리는데다, 북ㆍ러 국경과 가까운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개최돼 이동에서도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하다. 김정은으로서는 다자외교 무대에 처음 데뷔한다는 의미도 있다.

동방경제포럼엔 문재인 대통령도 초청을 받았다. 남ㆍ북ㆍ러 3자회담설이 솔솔 피어오르고 있지만 러시아는 일단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다. 마체고라 대사는 “동방경제포럼에서 (남ㆍ북ㆍ러) 3자 회담을 열기 위한 준비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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