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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계엄사령관으로 왜 ‘서열 2위’ 육참총장을 세우려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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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기무사 계엄 실행 문건 확인

계엄문건 지시한 ‘윗선’ 밝힐 열쇠

특별수사단이 규명해야 할 핵심

당시 이순진 합참의장은 3군출신

장준규 육참총장은 육사 36기로

육사28기인 김관진·박흥렬 등이

영향력 행사 쉽다는 점 고려한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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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청와대가 공개한 박근혜 정부 국군기무사령부의 ‘계엄 대비계획 세부자료’는 단순한 검토 문건이라는 해명을 무색하게 하는 구체적인 실행계획이 적시되어 있다. 당시 ‘박근혜 청와대’가 탄핵 기각을 사실상 확신했던 분위기에 비춰보면 실제 계엄령 선포를 염두에 두고 작성됐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김의겸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통상의 매뉴얼과 달리 합참의장을 배제하고 육군참모총장을 계엄사령관으로 추천하는 판단의 요소와 검토 결과가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군의 공식적인 계엄 관련 부서는 합동참모본부에 있는 민군작전부 계엄과다. 또 합참의장이 각군 참모총장으로 구성된 합동참모회의의 의장(서열 1위)으로서 서열 2위인 육참총장보다 앞선다. 계엄사령관은 대통령이 임명하는데 군에서는 통상 서열이 앞서는 합참의장이 맡아야 한다는 게 상식인데도, 서열 2위인 육참총장을 계엄사령관에 임명하도록 한 것이다.

당시 이순진 합참의장 대신 장준규 육참총장을 계엄사령관으로 추천한 ‘판단 요소’가 무엇인지에 대해 김 대변인은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청와대 안팎에선 기무사가 육군사관학교(육사) 출신으로 계엄사를 편성하고 ‘친위 쿠데타’를 모의하기 위해 3사관학교(3사) 출신인 이순진 합참의장을 배제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또 박근혜 정부 청와대의 김관진 국가안보실장과 박흥렬 경호실장은 육사 28기 동기다. 이들이 육사 후배인 장준규 당시 육참총장(36기)을 자신들의 영향력 아래 두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탄핵이 기각되고 이에 반발하는 시민들의 집회가 격렬해질 것을 대비해 ‘박근혜 청와대’ 쪽에서 자신들이 통제할 수 있는 계엄령 실행계획 작성을 지시했을 수 있다는 얘기다.

청와대 쪽에서도 이런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특별수사단을 꾸릴 때 육군을 배제한 것도 이런 맥락”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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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건이 작성될 당시 ‘박근혜 청와대’의 분위기도 계엄령이 구체적으로 실행될 가능성이 있었다는 점을 뒷받침한다. 기무사의 ‘전시 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은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탄핵심판 결정(3월10일)을 앞두고 작성됐다. 당시 ‘박근혜 청와대’는 헌법재판관 8명의 탄핵 인용·기각 전망을 5 대 3 또는 4 대 4 정도로 점치며 탄핵 기각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 것으로 전해진다. 탄핵 인용 기준인 6명을 채우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당시 청와대 관계자는 “헌재 재판관 의견이 많이 엇갈리는 것으로 안다”며 탄핵 기각에 무게를 실었다. 당시 박 전 대통령 쪽은 국회의 탄핵소추안 의결 과정이 적법하지 않았다며 ‘탄핵 각하’ 논리도 함께 내세웠다. 탄핵 기각 또는 각하를 기대했던 당시 청와대 분위기를 고려할 때 기무사의 계엄령 문건을 단순 ‘검토 문건’으로 보기 어렵다는 의혹이 나오는 이유다.

또 이날 청와대가 공개한 67쪽짜리 ‘대비계획 세부자료’는, 앞서 공개된 8쪽짜리 계엄령 문건(전시 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과는 달리 2급비밀로 분류된 점도 의혹을 키우고 있다.

김보협 기자, 박병수 선임기자 bh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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