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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美자동차업계 “트럼프 수입車 관세 반대” 한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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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가격 끌어올려 투자·소비 위축→일자리 증발” 우려

WSJ "반대 일색…철강 공청회와 정반대 분위기"

공청회장 밖에선 美공장 노동자들 반대 시위

美노조 등 일부 찬성 목소리도…윌버 로스 ‘신중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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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수입자동차가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증거는 없다.”

매트 블런트 자동차무역정책위원회(AAPC) 회장은 1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수입자동차 관세 관련 공청회에서 “자동차 기업들의 투자가 줄어들고 궁극적으로는 미국 자동차 업계의 경쟁력만 떨어뜨릴 것”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또 “(기업 투자 위축이) 소비자 수요 감소와 맞물려 최소 62만4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자동차 업계가 수입차 관세 부과에 “반대한다”고 입을 모았다. 제너럴모터스(GM)·포드·피아트-크라이슬러 등 미국 3대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물론, 부품 납품업체 및 자동차 딜러 대표 등까지 이날 공청회에 참석해 수입차 관세가 미국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우려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앞서 백악관 정책에 대해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기업과 로비 단체들이 공존했던 중국산 철강 수입 관련 공청회와는 정반대 분위기였다”고 설명했다.

◇美자동차업계 “투자·소비 위축→일자리 증발” 한목소리

이날 공청회에서는 총 43명이 발언에 나섰다. 단 1명을 제외하곤 모두 관세 부과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블런트 회장을 비롯해 미국 자동차제조업연맹(AAM), 전미자동차딜러협회(NADA), 전미제조업협회(NAM) 등 미국 자동차 업계를 대변하는 4개 단체 모두 수입차 관세 부과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첫 발언자로 나선 제니퍼 토머스 AAM 부회장은 “자동차 부품에 관세를 부과하면 결국 가격이 인상되고 수요가 줄어든다”면서 “약 10%의 일자리가 줄어드는 도미노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AAM은 수입차에 25% 관세가 부과될 경우 평균 판매가격이 대당 5800달러(약 650만원) 오를 것으로 추산했다.

미국 자동차연구소도 25% 관세 부과시 미국 내 자동차 판매량이 200만대 줄어들고 71만4700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소는 특히 자동차 판매 가격이 현재 평균 가격인 3만5000달러보다 4400달러(약 500만원) 비싸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내에서 생산되는 차의 경우 2270달러, 수입 자동차의 경우 6875달러 비싸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린다 뎀지 NAM 부회장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다른 국가들의 불공정 무역행위에 잘 대응해 왔지만, 자동차 부문에서는 관세 부과보다는 새로운 무역협정을 타결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미자동차딜러협회의 피터 웰치 회장은 “관세 부과 또는 쿼터제 도입은 경쟁을 저해하고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제한하며, 중고차 가격 및 자동차 수리 비용을 끌어올릴 것”이라며 “69개월 할부로 새 차를 구입할 경우 한달에 납부해야 할 비용이 현재 533달러에서 611달러로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앨라배마주 몽고메리의 현대자동차 공장에서 일하는 존 홀은 “자동차 수입은 미국의 국가안보에 조금도 위협이 되지 않으며 오히려 그 반대”라며 “25% 관세가 부과되면 생산비용이 10% 인상될 것이고, 앨라배마주의 많은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게 되는 등 나와 같은 근로자들의 생계를 위협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청회장 밖에서도 반대 시위가 이어졌다. 도요타 자동차 등 외국 자동차 기업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은 이날 워싱턴DC 시내에서 피켓 행진 및 자동차 시위를 벌였다. 공청회와는 별도로 수입차 관세 관련 의견서가 2300여건 접수됐는데 대부분 반대 의견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연합(EU) 등 공청회에 참석한 미국의 무역 파트너들도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EU는 앞서 미국이 수입차에 관세를 부과할 경우 보복관세를 물리겠다고 경고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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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노조 등 일부 찬성 목소리도…윌버 로스 美상무 ‘신중모드’

그렇다고 관세 부과를 찬성하는 목소리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자동차노조연맹(UAW)은 상무부의 조사가 늦은 감이 있다며 환영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자동차 ‘빅3’ 노조를 대표하는 만큼 기본적으로 미국 내 일자리를 보호하고 국내 생산능력을 유지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통상정책을 찬성하고 있다. 다만 관세보다는 미국 자동차 업체들의 대규모 투자와 일자리가 멕시코로 유출·이전됐다면서 이를 막을 수 있는 특화된 정책을 주문하고 있다.

이날 유일하게 관세 부과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낸 것도 UAW의 제니퍼 켈리 리서치 부문장이었다. 그는 “수십년 동안 (자동차 업계에 대한) 투자가 없었다”면서 상무부의 조사를 촉구했다. 켈리 부문장은 “미국 노동자들의 대규모 구조조정 등 모든 성급한 행동이 예기치 않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아무 것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특정 타깃에 대한 관세 부과는 지지하지만 모든 부문에 있어서 관세를 매기는 것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뉴저지에서 기계공으로 일하고 있는 밥 캐롤은 관세 부과에 찬성하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그는 수입산 자동차 부품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며 “가능한 모든 관세를 부과해야 한다. 25%는 훌륭한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값싼 제품을 앞세운 외국 기업들이 내 회사를 붕괴시키고 근로자들을 빼앗아 가는 것에 지쳤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반대 의견이 지배적이었던 만큼 공청회에 참석한 윌버 로스 미국 상무부 장관은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강경파 보호무역주의론자인 그는 “수입 자동차 및 부품에 25% 관세를 부과할 것인지 여부를 말하기엔 아직 이르다”면서 “철강에 이어 자동차에 대해서도 국가안보 측면에서 관세를 물려야 할 것인지 계속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 공청회에 참석한 (많은) 분들을 보니 자동차 산업이 미국과 세계 경제에 얼마나 중요한지 확실히 알 것 같다”고 덧붙였다.

상무부는 이같은 의견들을 모두 고려해 최종 입장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 수입차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고, 상무부는 국가안보 위협 여부 등을 살피고 있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세계적인 군비 경쟁 속에서 공산권의 확장을 막고 미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1962년에 제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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