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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적폐’ 조윤선 기망한 죄?… ‘의원 입막기’ 악용되는 윤리특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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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정치BAR_서영지의 오분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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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가 지난 16일 20대 후반기 국회 첫 본회의를 열고 상설특위였던 윤리특위위원회를 비상설 특위로 전환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의결했습니다. 윤리특위는 그동안 회의도 제대로 열지 않고, 매달 600만원씩 특수활동비를 받아간 사실이 드러나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런 만큼 윤리특위가 비상설 특위로 전환돼 앞으로 필요할 때마다 회의하는 게 맞지 않느냐는 의견도 있지만, 그동안 ‘제 식구 감싸기’로 일관해온 윤리특위가 앞으로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벌써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옵니다.

경찰관 멱살잡은 한선교 의원 등 징계안 처리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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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도 그럴 것이 20대 전반기 윤리특위에 올라온 징계안은 총 18건이지만, 처리된 건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여기에는 국회의장 경호 경찰관 멱살을 잡은 ‘중죄’부터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당시 문제를 집요하게 파고드는 의원의 입을 막기 위해 일부러 징계안을 제출하는 등 윤리특위를 ‘발목잡기’용으로 이용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2년 동안 윤리특위 회의가 열린 건 단 7차례가 전부였습니다. 그렇다면, 윤리특위가 왜 필요한지 살펴보는 게 중요할 거 같습니다.

윤리특위가 처음 꾸려진 건 지난 1991년입니다. 윤리특위 홈페이지엔 “국회 스스로 권위를 유지하고,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국회상을 정립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국회의원 징계와 자격심사를 위해 설립된 위원회입니다. 20대 전반기 윤리특위 첫 회의에서 백재현(더불어민주당) 윤리특위 위원장은 이렇게 다짐했습니다.

“우리 스스로가 국회의 품위를 높이고 국회의원들 한 분 한 분의 품위를 높이는 그런 역할의 기준을 잘 만들고, 지킬 수 있는 틀을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우리 국회의원들을 보호하게 되는 것이고, 국회의 품격을 한 단계 높이는 일이 아닌가 이런 생각을 가지면서 이런 일을 함께 고민해 가는 윤리특별위원회가 됐으면 좋겠다 이 말씀을 드린다.”

하지만 이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20대 국회에 올라온 징계안은 총 18건(더불어민주당 9건)이지만, 징계안 처리는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징계안 내용은 다양합니다. 한선교 자유한국당 의원은 2016년 9월 국회의장실 경호 경찰관 멱살을 잡고, 같은 해 10월에는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유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왜 웃어요? 내가 그렇게 좋아?”라고 부적절한 발언을 해서 총 2건의 징계안이 제출됐습니다. 표창원 민주당 의원 역시 지난해 국회 의원회관 로비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나체가 묘사된 그림을 전시하고, 사드 반대집회에서 ‘사드 괴담송’을 불렀다는 이유로 같은 당 의원 5명과 함께 징계요구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2년이 지나도록 해당 의원들의 징계결과 처리는 감감무소식입니다. 여기에 대해 윤리특위 소속이던 한 의원은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동료의원에 대해 징계하는 부분에 대해 부담이 있다. 또 다른 당 소속 의원에 대한 징계안을 의결하면, (윤리위에 계류 중인) 우리 당 의원들도 곤란하게 되는 측면도 있다.” ‘제 식구 감싸기’ 비판을 피해갈 수 없는 이유입니다.

“조윤선 기망했다” 비징계 의견에도 감감무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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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보니 정쟁에 휘말려 피해를 보는 의원도 생깁니다. 김민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적입니다. 김 의원은 2016년 10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때 조윤선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매섭게 몰아붙였습니다. 당시 김 의원은 ‘서울시 자료’를 근거로 케이(K)스포츠재단 설립허가권이 문체부가 아닌 서울시에 있는데 왜 문체부가 설립허가를 해주었느냐고 조 전 장관에게 따져 물었습니다. 그러자 박근혜 정부의 첫 민정수석이자 대표적 친박 정치인인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은 서울시 자료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항의했습니다. 이후 자유한국당은 “서울시 자료는 존재하지 않음에도 존재하는 것처럼 문체부 장관을 기망했다”며 “국회의 결연한 의지를 담아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강한 징계가 필요하다”며 김 의원에 대한 징계안을 제출했습니다. 외부위원들로 구성된 윤리특위 윤리심사자문위원회는 서울시에 확인요청을 했고, 서울시는 김 의원이 자료요청을 한 게 맞으며, 설립허가권은 서울시에 있다는 김 의원의 주장이 사실이라고 확인했습니다. 이를 근거로 지난해 2월 윤리심사자문위원회는 김 의원에 대한 ‘비징계’ 의견을 자문했지만, 윤리특위는 이 역시도 결론을 내리지 않았습니다. 여기에 대해 한 의원은 “김 의원에 대해 문제없다고 결론 내리려고 하면, 사안의 경중을 무시하고 야당 의원들에 대해서도 봐주기 요구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습니다. 의정활동 과정에서 정당한 문제를 제기하더라도 윤리특위 제소하고, 자기 당 중징계 사안과 맞교환하려는 꼼수가 윤리특위 운영 과정에서 횡행하는 셈입니다.

윤리특위 개정안은 국회 계류중

이 탓에 국회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윤리특위가 자문위원회로부터 의견을 제출받은 뒤 특정한 기간 내 심사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어 의원에 대한 징계 심의가 늦춰지고, 임기 만료도 징계안이 폐기되는 일이 허다하다는 것입니다. 오세정 바른미래당 의원은 2017년 9월 윤리특위가 윤리심사자문위원회로부터 징계에 관한 의견을 제출받은 뒤 2개월 이내에 심사보고를 제출하도록 하고, 기간 내 제출하지 못하면 의장이 징계안을 본회의에 바로 부의해 표결할 수 있도록 하는 국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제출했지만,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입니다. 윤리특위는 비상설로 전환됐지만, 20대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한 징계안은 그대로 하반기 윤리특위에 인수인계됩니다. 윤리특위가 앞으로 ‘일하는 특위’가 될지 관심을 가져야 할 거 같습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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