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9 (금)

[월드리포트] '맹모삼천지교'가 쉽나?…'생방송 수업' 도입한 중국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SBS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구이린(桂林)은 알아도, 광시성은 모른다"는 말이 있습니다. 구이린이 광시성에 있는 관광지인데도 말입니다. 그만큼 광시성은 중국에서도 자연경관이 수려한 시골 정도로만 인식되는 곳입니다. 오늘 주인공인 쩡카이휘는 이 광시성 핑궈(平果)현에 사는 고등학생입니다. 핑궈현 인구가 50만 정도라니까 완전 산골 도시는 아니네요. 그런데 요즘 핑궈현은 쩡카이휘 때문에 들썩들썩합니다. 쩡카이휘 학교에선 폭죽이 터졌고, 교문 위에 설치된 LED 화면엔 쩡카이휘 얼굴이 나가고 있습니다. 쩡카이휘는 핑궈현에선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인이 됐습니다.

SBS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쩡카이휘가 이렇게 유명해진 건 까오카오(高考), 우리로 말하면 수능 때문입니다. 올해 까오카오를 치뤘는데, 점수가 709점이 나왔습니다. 광시성 이과 전체 수석을 차지한 거죠. 쩡카이휘는 이 점수로 베이징에 있는 칭화대로 진학하기로 했습니다. 시진핑 주석의 후배가 되는 셈입니다. 광시성 작은 도시 소년이 칭화대생이 됐다고 마을 전체가 축제 분위기인 모습은 수십 년 전 우리 사회 풍경와 크게 다르지 않네요. 하지만 정작 쩡카이휘의 대학 진학 과정에서 더 주목받고 있는 건 칭화대 합격 결과보다 그가 고교 3년 동안 받았던 독특한 수업 방식 때문입니다.

고교 3년 내내 쩡카이휘는 보통 학생들과 다른 방식의 수업을 받았습니다. 등교는 핑궈현에 있는 학교로 했습니다만, 수업은 쓰촨성 성도인 청두(成都)에 있는 청두7중의 수업을 받았습니다. 이른바 '즈뽀반(直播班) 수업, 우리말로 생방송 수업이라는 건데, 청두7중의 수업 내용을 라이브로 수신을 받아 듣는 방식입니다. 몸은 핑궈현 학교에, 머리는 청두7중 학교에 둔 거라고 표현해야 할까요? 매 수업시간마다 40분은 라이브 수업을 듣고, 5분 동안은 핑궈현 학교 선생님으로부터 요약정리을 받는 식으로 수업을 진행했다고 합니다. 숙제도 청두7중 선생님이 내준 걸 그 학교 학생처럼 똑같이 했습니다. 이런 수업 방식에 대해 쩡카이휘는 "배우는 양이 많다"면서 만족해했습니다.

SBS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핑궈현 학교는 지난 2016년부터 '생방송 수업반'을 운영했습니다. 학교 스스로 대도시 명문 학교보다 교육 내용이 부족하다고 느껴 파격적인 수업 방식을 도입한 겁니다. 그해 입학 성적이 좋은 35명의 1학년 학생을 선발했습니다. 가장 우수한 학생들만 뽑았으니, 핑궈현 학교가 라이브 수업 방식에 얼마나 기대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하지만 35명 학생이 모두 이 수업 방식을 버텨낸 건 아닙니다. 5명이 적응하지 못해서 일반 수업반으로 돌아갔습니다. 핑궈현 학교 선생님들은 일반 교실 수업보다 더 집중력을 필요로하기 때문에 자제력이 강한 학생에 적합한 수업 방식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당연히 쩡카이휘는 30명의 생방송 수업반 학생 중에서 가장 적응을 잘하는 학생이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쩡카이휘에게 입시 스트레스가 없었던 건 아니겠죠? 쩡카이휘도 여느 10대 청소년처럼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모바일 게임을 했었다고 하네요. LOL게임을 하면서 나름 입시 압박감을 벗어나려고 했지만, 결국 고3 때부터는 담임 선생님에게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당했다고 합니다. 전 세계 어디든 모바일 게임의 중독성을 견뎌낼 수 있는 청소년은 없나 봅니다. 쩡카이휘 본인도 휴대전화의 유혹을 견디는 게 고등학교 생활 중에 제일 힘든 일이었다고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맹모삼천지교. 맹자의 어머니께서 교육 환경을 위해 세 번이나 이사했다는 고사입니다. 맹자 어머니의 지극한 교육열을 칭송한 말이지만, 요즘 세상살이가 세 번이나 이사하며 자식 교육시키기가 어디 쉬운 일인가요? 이런 현실은 우리뿐 아니라 우리만큼이나 교육열이 높은 중국 사회도 마찬가집니다. 그런 이유에서 대도시 수업 내용을 라이브 방송으로 받아들인 핑궈현 학교의 선택은 어찌면 최선이라기보다, 불가피한 차선책이었을지도 모릅니다. 물론 핑궈현 학교의 선택이 입시만을 위한 학원과 뭐가 다르냐는 비판을 받을 여지도 있습니다. 다만 확실한 건 이런 비판의 여지에도 불구하고 생방송 수업반으로 인한 쩡카이위의 나름의 성공 사례는 교육 환경의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중국 당국의 또 다른 시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입니다.

(사진=바이두 검색)

☞ [2018러시아월드컵 뉴스 특집] 공감 베스트 영상 보러가기 →
☞ [SDF X 김동식 콜라보] <2인 1조> 소설 보러가기
※ ⓒ SBS & SBS Digital News Lab. : 무단복제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