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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생활비라도…" 41만명이 다단계 뛰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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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사는 주부 A(52)씨는 지난해 화장품, 가정용품을 주로 파는 다단계업체 회원으로 가입했다. 남편이 하는 식당 매출이 신통치 않자 생활비라도 보탤 생각으로 뛰어들었다. 친척 2명을 회원으로 가입시키고 평소 쓰던 화장품, 샴푸를 싹 바꿨다. 하지만 불경기 탓인지 신규 회원 유치는 어려웠다. 결국 A씨가 작년 한 해 동안 번 수입은 자신이 산 물건, 친척이 올려준 매출로 인한 수당 50만원이 전부였다. 19일 공정거래위원회의 발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A씨처럼 새로 다단계 사업에 뛰어든 사람이 41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단계, 매출은 줄었는데 판매원은 증가

공정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다단계 사업의 회원으로 등록된 사람은 870만명에 달했다. 1년 새 41만명(4.9%)이나 늘었다. 2016년(+33만명)보다 증가 폭이 더 커졌다. B다단계 업체 관계자는 "생활비를 보태기 위해 뛰어드는 주부들이 특히 많다"며 "고용 절벽, 경기 불황 여파로 보인다"고 말했다. C업체 관계자는 "다단계 회원이 되면 생활용품을 10~20% 싼값에 살 수 있다"며 "최근엔 생활용품을 싸게 사려는 '소비자형 판매원'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조선비즈

그래픽=박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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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다단계 회원 수는 늘고 있지만, 다단계 시장 자체는 쪼그라들고 있다. 소비 부진 여파로 지난해 국내 다단계 판매업(125개 업체) 매출은 5조330억원으로 전년 대비 1.9%가 줄었다. 다단계 업계 매출은 2015년 5조1531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2년 연속 뒷걸음질쳤다. 매출 상위 10개 업체 중 절반이 1년 새 매출이 10% 넘게 준 것으로 나타났다. 봄코리아는 2016년 1300억원이던 매출이 지난해 830억원으로 36% 줄었다.

에이씨앤코리아(-29%), 한국허벌라이프(-25%), 유니시티코리아(-17%), 뉴스킨코리아(-15%)도 매출 감소 폭이 컸다. 업계 관계자는 "회원들이 평소 같으면 3개 살 것을 2개밖에 안 사니 판매원은 늘어도 매출이 줄 수밖에 없다"고 했다.

판매원 99%, 평균 수입 50만원도 안돼

다단계 판매원은 회원을 유치하거나 다단계업체 물품을 많이 사면 실적에 따라 수당을 받을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예를 들어 본인이 유치한 7명이 100만원씩 물건을 사면 700만원에 대해 3% 정도 수당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절대다수 '다단계 개미'들의 실적은 신통치 않다. 지난해 판매원 870만명의 연수입을 따져보니 82%(713만명)는 수당이 아예 0원이었다. 다단계 회원에 가입했지만 한 푼도 건지지 못한 것이다. 한 사람 연봉 수준인 3000만원 이상 번 판매원은 0.11%(9451명)에 불과했다. 1억원 이상 번 사람은 다단계 피라미드 구조의 맨 꼭대기에 있는 0.02%(1892명)뿐이었다. 1원이라도 수당을 받은 판매원은 2016년 164만명에서 지난해 157만명으로 7만명(4.3%)이 줄었다.

업계 관계자는 “수당이 0원인 사람들은 회원을 아예 유치하지 못했거나 자기도 업체 물품을 거의 사 쓰지 않은 경우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단계 판매원의 수당 현황은 이번에 처음 공개됐다. 수당을 받은 157만명을 분석해보니 피라미드 꼭대기로 쏠림 현상이 심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상위 1% 이내 판매원(1만5000여 명)이 받은 수당은 평균 5861만원인 반면 나머지 99% 판매원(155만여 명)이 받은 수당은 평균 50만원도 안 됐다(49만원). 지난해 수당 총액에서 상위 1% 판매원이 받은 수당 비중은 54.5%로 전년 대비 0.2%포인트 상승했다.

다단계 피해 보상 기관인 공제조합 관계자는 “다단계는 초기 투자 부담이 없다 보니 불경기 때 쉽게 뛰어드는 경우가 많은데 다단계도 엄연한 유통업이라 사업하듯 뛰어야 원하는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최종석 기자(com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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