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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유니클로보다 싸게 … GU 상륙에 긴장하는 K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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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 트렌드 반영한 옷이 1만원대

저렴한 가격으로 SPA시장서 돌풍

토종 브랜드 ‘싸구려’ 이미지에 갇혀

저가 공세만으로는 성장 어려워

디자이너와 컬래버 등 새 전략 필요

중앙일보

GU에서 판매하는 1990엔짜리 청바지. 2009년 내놓은 990엔 청바지는 일본에서 100만 장 이상 팔리면서 브랜드를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됐다. [사진 G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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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클로의 자매 브랜드 GU(지유)가 오는 9월 한국에 진출한다. 국내 SPA(제조유통일괄·기획과 디자인, 제조와 유통 등을 한 업체가 해 빠르게 신제품을 출시) 시장의 절대 강자인 유니클로보다 저렴한 가격을 내세우는 만큼 국내 토종 SPA 브랜드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다.

GU는 19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오는 9월 14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에 한국 1호 매장을 열겠다고 밝혔다. GU는 유니클로를 만든 일본 패스트리테일링이 2006년에 내놓은 또 다른 패션 브랜드다. 한국에선 유니클로처럼 롯데쇼핑이 49%, 패스트리테일링이 51%를 출자해 만든 에프알엘코리아가 영업을 담당한다.

GU의 가장 큰 특징은 저렴한 가격이다. 일본 내에서 유니클로와 비교해 20~30% 정도 싸다. 품목 하나당 보통 1000엔대로 우리 돈 3만~4만원 정도면 옷 한 벌을 마련할 수 있다. 국내에서 어느 정도 가격에 팔지는 아직 논의 중이라고 이날 밝혔다. 일본 1020세대뿐 아니라 해외 여행객에겐 일본에 가면 꼭 들러야 할 매장으로 꼽힐 만큼 인기가 높다. 유니클로가 단정한 기본 스타일이 주를 이룬다면 GU는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제품을 내놓는다. ‘990엔’ 청바지와 ‘가우초 바지’가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이날 간담회에서 유노키 오사무 GU 대표는 “GU는 패스트리테일링 그룹의 제2의 주축인 만큼 유니클로와 경쟁하지 않고 각자의 특색을 활용해 시너지를 발휘하자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실제 일본에선 두 브랜드를 서로 가까운 위치에 출점하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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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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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5000억원이던 국내 SPA 시장은 불황을 타고 성장해 현재 3조7000억원대에 이른다. 이 가운데 3분의 1 정도를 유니클로가 차지하고 있다.

이에 반해 국내 토종 SPA 브랜드는 한계에 직면해 있는 상황이다. 2009년부터 등장한 스파오나 탑텐·에잇세컨즈·데이즈 등 토종 브랜드는 1000억~4000억원대 매출 수준에 머물러 있다. 조정윤 세종대 패션비즈니스전공 주임교수는 “해외 SPA와 비교하면 짧은 기간에 성장했지만 현 상태를 유지하는 수준이지 더 큰 도약은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토종 SPA 업계 관계자는 “뒤늦게 시장에 뛰어든 데다 모방하기에 급급하다 보니 제품에 특색이 없다”며 “그나마 내세울 게 해외 브랜드보다 저렴한 가격이었는데 GU가 들어오면 이마저도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유니클로와 GU의 성공은 동남아시아 등에서 저렴한 노동력으로 생산하는 데다 글로벌 매출을 바탕으로 한 원가 절감력에 첨단기술을 더하면서 가능했다. 나건 홍익대 국제디자인전문대학원 교수는 “보온 기능이 우수한 히트텍이나 에어리즘, 워셔블 니트 등 첨단 소재를 이용해 저렴하면서도 고부가가치인 제품을 끊임없이 출시해 차별화했다”고 분석했다.

한국 매장엔 아직 도입 계획이 없지만 GU의 경우 무인 계산대도 실험적으로 도입하는 등 여러 시도를 하고 있다. 유노키 대표는 “각국 품질을 균일하게 유지하고 안정적으로 생산 가능한 공장을 확보하며 물류도 저비용으로 하는 등 종합적으로 가격을 낮출 수 있는 경쟁력이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토종 SPA 브랜드가 전략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한다. 해외 브랜드를 쫓아가려는 목표만으로는 더 이상 성공이 어렵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무조건 저가에 물량 공세를 할 것이 아니라 친환경 소재 등 소비자의 다양한 취향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기존 브랜드가 못 채우는 분야를 공략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 교수는 “든든한 해외 시장이 없는 토종 SPA 업체들은 가격을 더 낮출 수 없는 만큼 동대문 신진 디자이너와의 컬래버 등 다른 차별화 포인트를 가져야 한다”며 “모방하고 변형하는 지금 수준이라면 아무리 비슷하게 만들어도 해외 브랜드의 ‘짝퉁’ 제품이라는 느낌을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나현 기자 kang.na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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