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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친구 위해 거리로 나선 학생들…"이란 친구 난민 지위 인정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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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우수연 기자] 종교적 이유로 난민 지위 신청을 거부당한 이란인 학생을 위해 학교 친구들이 힘을 모았다.

서울 송파구 A중학교 학생 50여명은 19일 오후 2시 서울 양천구 신정동 서울 출입국관리사무소 앞에서 같은 학교에 다니는 친구인 이란인 B군의 난민 지위 신청을 인정해달라고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 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B군은 2010년 아버지를 따라 한국에 건너와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한국에서 다니고 있다. 기독교로 개종한 2년 전 난민 신청을 했지만 출입국관리사무소는 종교적인 가치관이 정립됐다고 볼 수 없다며 신청을 거부했다.

이후 행정소송을 벌여 1심에서는 승소했으나 2심에서 패소했고, 대법원 상고는 기각됐다. B군은 이날 서울 출입국관리사무소에 다시 한 번 난민 신청을 접수했다.

B군은 "이란은 이슬람교에서 다른 종교로 개종한 사람들에 대해서 엄격하게 다루고 심하면 사형까지 처하는 나라"라며 "제가 개종을 했기 때문에 돌아가면 위험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있다. (난민 신청이 또다시 거절되더라도) 끝까지 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아시아경제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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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군의 안타까운 소식을 들은 학교 친구들은 무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서울 출입국관리사무소 앞에서 B군에게 힘을 불어넣어줬다. 학생들은 ‘친구와 함께 공부하고 싶어요’ ‘편견에 가려진 진실을 봐주세요’ ‘이란에서 온 제 친구를 도와주세요’ 등의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섰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송모(16)군은 "평소 친하게 지내온 친구를 도와주고 싶어서 참석하게 됐다"며 "종교적 가치라는 단 하나의 이유만으로 난민 신청을 거부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했다. 친구가 공정한 심사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시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친구 서모(16) 양도 "어른들이 자세한 얘기는 듣지 않고 난민이란 단어 하나만으로 거부감을 가지고 좋지 않게 (제 친구에 대해) 말하는 것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며 "어른들이 우리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집회를 인솔한 A중학교 국어교사 오모(52)씨는 "아이들이 친구를 도와줄 방법을 부탁하기에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며 "(어려운 사람을) 외면하고 방관하는 아이들로 기를 수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오전 조희연 서울시교육감도 난민 신청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B군을 만나 격려했다. 조 교육감은 "우리 법이 국적의 경계에 갇히지 말고 모든 이의 인권을 존중하는 포용력을 보여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우수연 기자 yes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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