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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북반구 뒤덮은 폭염, 북극에 잠든 '바이러스'를 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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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시베리아 빙하에서 '탄저균' 깨어나
폭염 심해지면 각종 고대 바이러스 창궐 예상

아시아경제

탄저균 바이러스의 모습. 지난 2016년 러시아 서시베리아의 야말로네네츠 자치구에서 영구동토층에 동면 중이던 탄저균 바이러스가 폭염에 깨어나 순록 2300여마리가 떼죽음을 당하고 주민 8명이 감염, 12세 목동 1명이 사망하기도 했다.(사진=https://www.visualsunlimite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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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 등 동북아시아 전반에 걸쳐 역대급 폭염이 지속되면서 온열질환자가 급증하고, 신종 전염병 확산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특히 올해는 지구온난화의 여파로 기상이변현상이 북반구 전역에서 관측되면서 북극의 빙하가 빠른 속도로 녹아내리고 있고, 이에따라 빙하 속에서 잠들어있던 각종 바이러스(Virus)들이 활동을 재개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19일 기상청에 따르면 서울의 낮기온은 섭씨 34도, 대구 37도, 광주 36도 등 폭염이 지속되고 있다.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북반구 전체가 이른바 '열돔(Heat Dome)현상'에 따라 기록적인 폭염을 맞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4일 일본 기후(岐阜) 현 다지미(多治見)시가 38.7도, 교토(京都)가 38.5도를 기록하는 등 사람의 체온을 훌쩍넘는 무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서아프리카 사하라 사막의 우아르글라(Ouargla) 지역에서는 지난 5일 낮기온이 51.3도까지 올라가 기상관측이래 최고 기온을 경신하기도 했다.

흔히 영구동토층과 빙하의 지역으로 알려진 러시아 시베리아 지역도 여름폭염이 심해지고 있다. 이례적인 이상기후로 시베리아 지역도 2010년대 이후 줄곧 여름철 최고기온이 30~35도까지 치솟는 등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따라 영구동토층과 빙하 속에 갇혀있던 바이러스들이 활동을 재개할 가능성 또한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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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의 빙하가 빠른 속도로 녹아내리면서 내부에 동면 중이던 고대 바이러스들도 함께 깨어나고 있다. 2004년 이후 고대 바이러스가 출현된 사례가 4차례 이상 보고됐다.(사진=아시아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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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6년에는 러시아 서시베리아에 위치한 자치구 야말로네네츠(Yamalo-Nenets) 지역에서 영구동토층에서 3만년 이상 활동을 정지하고 갇혀있던 바이러스가 폭염으로 인해 깨어나면서 탄저병이 돌기도 했다. 이 탄저균 바이러스의 여파로 당시 순록 2300여마리가 떼죽음을 당했고, 지역주민 8명도 감염돼 12살 목동 1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2004년 이후 빙하 속에서 잠들어있던 고대 바이러스가 활동을 재개한 사례는 4차례가 넘는다.

바이러스는 핵산과 단백질로 구성돼있으며, 숙주의 몸 밖에서는 분자덩어리에 불과하지만 숙주의 체내에 침투하면 숙주의 효소와 세포기관들을 이용해 복제하며 번식하는 생물체로 변신한다. 자신에게 환경이 불리해지면 무생물 상태로 수만년을 버틸 수 있어 생물과 무생물의 경계에 걸친 생명체로 흔히 알려져있다.

북극과 남극 빙하지대에는 이 지역이 극지방이 아니었던 수만년전 활동하다가 빙하에 갇혀 동면한 수많은 바이러스들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현재는 극지방이 고정된 것처럼 보이지만, 북극과 남극은 약 2만5800년을 주기로 지구 자전축 기울기가 변동되면 바뀌게 된다. 이 기울기의 변화를 자전축의 세차운동(歲差運動)이라고 부른다. 극지방이 변경되면 해당 지역과 지구 전반적으로 극심한 기후변화가 나타나는데, 바이러스들은 이런 변화가 나타나면 무생물 상태로 수만년에서 수십만년에 걸쳐 동면에 들어갔다가 후에 기후상황이 유리하게 바뀌면 다시 활동을 재개하게 된다.

이러한 바이러스들의 활동 뿐만 아니라 폭염이 이어져 빙하가 급격히 녹으면 극심한 기상이변과 함께 해수면 상승으로 수몰지역들이 많이 발생하게 된다. 향후 폭염 여파로 지구 평균기온이 2도 이상 올라갈 경우, 3000만명 이상이 기상이변의 피해에 노출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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