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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美 이어 EU까지…보호주의 물결에 멍 드는 韓 철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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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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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권재희 기자] 유럽연합(EU)이 19일부터 23개 철강 제품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 수입제한조치)를 잠정 발동하면서 한국 철강 회사도 직간접적인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에 정부와 철강업계가 즉각 민관 대책 회의를 열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응책 마련에 나섰으나 뾰족한 수는 없는 실정이다.

지난 3월 말부터 "미국이 고율의 철강 관세를 부과해 수출이 막힌 철강 물량이 유럽으로 몰릴 우려가 있다"면서 조사를 벌인 EU 집행위원회는 결국 이날부터 수입산 철강 제품에 대해 세이프가드를 잠정 발동했다. EU 집행위는 지난 5일 28개국 중 25개국의 찬성으로 세이프가드 발동을 예고한 바 있다. 세이프가드는 통상 9개월 간의 조사를 거쳐야 하지만 이미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는 증거가 있으면 최대 200일 전부터 세이프가드를 발효할 수 있다.

EU는 조사를 벌였던 28개 철강 제품 중 수입 증가가 없다고 판단한 5개를 제외한 23개 제품에 대해 지난 3년 간의 평균 수입량만큼만 무관세를 적용하고 이를 초과하는 수입품에는 25%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다만 미국의 수출 쿼터제와 달리 국가별로 물량을 배정한 게 아니라 글로벌 전체 물량만 정하고 누구든지 물량을 소진하면 관세를 부과하는 선착순 방식을 택했다. 이번 세이프가드 적용 품목의 총 쿼터는 1513만t으로 품목에 따라 적게는 5500t, 많게는 426만9000t이 배정됐다. 국가별 물량이 없다 보니 특정 국가가 수출 밀어넣기를 한다면 다른 국가는 무관세 물량이 최근 3년 평균에도 못 미칠 수 있다는 얘기다.

미국이 앞서 수입산 철강 제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한 탓에 미국 수출이 꽉 막힌 한국산 철강의 대(對)유럽 수출 길마저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인도ㆍ터키ㆍ중국 다음으로 대유럽 철강 수출 물량이 많은 나라다. 외교부에 따르면 한국이 EU로 수출하는 23개 철강 제품 규모는 330만2000t으로 금액은 29억달러(약 3조2800억원)에 달한다. 특히 유럽에 주로 수출하는 품목은 포스코ㆍ현대제철 등 대형 철강사의 주력 제품인 판재류로 열연ㆍ냉연 강판과 도금 강판, 후판 등이 다수 포함됐다. 미국 수출품은 주로 중소기업이 생산하는 강관류로 그동안 국내 중견 철강업체의 피해가 컸던 것과는 상황이 다소 다르다. 한 철강 업체 관계자는 "미국 물량을 유럽 국가로 돌려 보려는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것 같다"면서 "개별 협상에 임하면서 다른 지역으로 판로를 또 다시 개척해야 하는 처지"라고 말했다.

우리 정부는 EU 집행위에 이번 철강 세이프가드 발동의 부당함을 꾸준히 문제제기하고 있다. 이날 한국철강협회에서 국내 14개 철강사와 함께 대책 회의를 주재한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산업혁신성장실장은 "세이프가드 발동 요건이 충족되지 않아 자체가 부당하다는 의견과 한국산 철강 수입이 EU 산업 발전에 상당히 중요하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전달해 왔다"면서 "최근 물량의 100%까지는 무관세라고 해도 초과 물량에 대한 관세 부과가 향후 수출에 걸림돌이 될 수 있어 민관 협력으로 최종 조치 전까지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올해는 시련의 한 해인 것 같다"면서 "이쪽(미국)에서 때리면 저쪽(EU)에서 때리고 글로벌 여건이 녹록지 않은 가운데 우리 철강업계에 도전적인 허들(장애물)이 놓여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세이프가드 잠정 조치는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최대 200일 동안 시행 가능하다. EU 집행위가 내년 초 최종 조치를 취하기 전까지는 협상의 여지가 남은 셈이다.

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
권재희 기자 jayf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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