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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아프다고요? 치료비가 없다고요? 알아서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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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포성 표피박리증’ 환우들의 눈물

# 수포성 표피박리증을 앓은 아이를 어린이집을 보낸 지 며칠 되지 않아 '보육이 어렵다'는 통보를 받고 퇴소를 해야 했다. 아이는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거나 친구를 사귈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부모가 보건복지부에 문의했지만, '장애인이 아니라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부모들은 말한다. '우리나라에는 수포성 표피박리증과 같은 희귀질환자를 위한 정책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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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김승희 의원실의 도움으로 확인한 수포성 표피박리증 환자들의 절절한 사연 중 일부다. 유전성 난치 피부질환인 수포성 표피박리증은 일상의 작은 마찰에도 전신의 피부와 점막에 물집과 진무름이 계속 발생하기 때문에 환자들은 지속적으로 극심한 고통을 받는다. 사소한 외상에도 피부에 물집이 생기거나 까짐이 발생하기 때문에 환자들의 이러한 상처 회복 능력은 정상인에 비해 매우 떨어진다.

만성적인 상처와 전신에 광범위한 흉터가 평생 지속되기 때문에 통증은 3도 화상과 비등하다. 특히 열성 이영양형은 점막 침범에 따른 연하곤란과 만성빈혈, 감염, 편평세포함 등으로 치닫게 된다. 특히 경계형 중 치사형은 2세 이내에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의 수포성 표피박리증 환자는 약 250여명으로 추정되지만, 경증 환자까지 포함하면 1000여명에 달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유전질환인 탓에 근본적인 치유방법은 없다. 대증요법으로 증상 완화가 전부다. 관련해 경계형이나 이영양형 환자는 피부뿐만 아니라 내부장기침범을 동반하기 때문에 다각적 치료가 요구된다. 가령, 식도 협착 때문에 삼키는데 어려움을 겪는 환자는 협착부위에 풍선 확장술이 요구되고, 손가락과 발가락의 협착 및 관절 구축은 성형수술이 필요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최근 세포 및 유전자 치료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라는 점이다. 국내에서는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피부과에서 관련 1상 임상시험이 진도고 있다.

그러나 앞서 밝힌 것처럼 근본적인 치료 방법은 아직 요원하기 때문에 환자 본인과 가족들은 질환으로 인한 삶의 질 저하는 물론 치료비 부담으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에 신음하고 있다.

◇ 아이를 업고 학교에 간 엄마

엄마는 아침마다 자녀를 업고 등교를 시켰다. 아이가 수업을 받는 동안 엄마는 학교주변을 떠나지 않고 기다렸다. 하교 시간이 되면 엄마는 다시 아이를 업고 집에 돌아왔다. 현장학습을 가는 날은 목적지에 먼저 가서 기다리는 생활을 수년. 장애학생들에게 지원되는 활동보조교사 지원은 수포성 표피박리증 환자인 아이에게는 그림의 떡이었다. 이 질환은 장애 인정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엄마는 항상 자녀의 곁을 지켜야만 했다.

아이는 비행기 조종사가 되는 게 꿈이다. 공부도 잘해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았으며 각종 상을 휩쓸었다. 그러나 꿈과 현실의 간극은 컸다. 식도에 상처가 있어 아이는 또래 친구들이 먹는 양의 3분의 1밖에 먹지 못했다. 그마저도 먹지 못할 때가 더 많았다.

엄마와 아이는 그래도 학교를 갈 수 있어서 행복했다. 엄마의 헌신적인 보살핌과 아이의 의지 덕분에 우수한 성적으로 초등학교를 졸업했다. 엄마는 '남들에게는 아무렇지 않은 일이 우리 가족에겐 큰 행복이었다'고 말한다.

위의 사연은 수포성 표피박리증 환우의 사례를 각색한 것이다. 환우와 가족들의 눈물겨운 일상을 보노라면, 질환으로 인해 환자와 보호자들의 일상이란 감당하고 감내해야하는 어려움의 연속임을 알 수 있다.

환자들은 아프지 않은 날이 없다. 스치기만 해도 상처가 생기고, 재채기만 해도 식도가 벗겨진다. 치료에 필요한 약과 용품은 비급여인 것이 대부분이다. 특히 환부를 소독하는 드레싱 치료에 많게는 매달 수백만원이 소요되기 때문에 부모는 하루 꼬박 20시간을 일하며 하루하루를 버텨나가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수포성 표피박리증 전문병원이 없다. 환자들은 주로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피부과에서 진단과 치료를 받는 형편이다.

반면, 이웃나라 일본만 해도 ▶홋카이도 대학병원 ▶토호대학 의료센터 ▶오사카대학 의학부 부속병원 ▶히로사키대학 의학부 부속 병원 피부과 ▶나고야 시립 서부 의료센터 피부과 전문적으로 수포성 표피박리증의 치료 및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전문 치료기관의 부재와 치료에 드는 비용과 어려움을 전부 환자와 가족들이 알아서 해결해야하는 탓에 일부 환우 가족들은 복지 서비스가 발달한 국가로 이민을 선택하기도 한다.

수포성 표피박리증 환자들은 일상생활의 상당 부분에서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우리 법은 수포성 표피박리증을 장애인으로 분류하고 있지 않다. 때문에 EB를 비롯해 희귀난치성 질환 환자들은 산정특례 제도에 의한 요양급여비용의 혜택 이외에는 실질적으로 필요한 활동지원 등은 받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 현저한 어려움을 겪는 수포성 표피박리증 환자에게 장애인 활동지원 서비스에 준하는 제도적 지원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누구 보다 절실한 건 환우와 그 가족들이다. 이들은 정부가 최소한의 배려를 '베풀' 날을 손꼽아 기다리지만, '냉정'한 법과 제도의 벽 앞에 이들은 번번이 좌절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김승희 의원은 '현재 희귀질환별 전문치료병원체제가 구축되지 않았다'며 '희귀질환자를 진료해도 병원이 손해 보지 않도록 국가차원의 지원체계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의원은 '오는 20일 국회에서 '수포성 표피 박리증 지원 확대를 위한 토론회'를 열고 이 문제에 대한 심도깊은 논의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김 의원은 관련법 개정안 발의도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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