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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스튜어드십 코드 시동…'국민·시장·기업' 윈윈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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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견제·감시 통해 불투명성 해소 기대/ 주주활동 통해 지배구조 개선 / 기업 브랜드·평판 개선 효과 / 국민 자산 보호·수익 향상까지 / 헤지펀드 공격 우려는 여전

미국 캘리포니아주 공무원연금 캘퍼스(CalPERS)는 해마다 소수의 회사를 중점관리기업으로 선정해 집중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한다.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주식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다. 1987년부터 지속하는 주주활동이다. 스튜어드십코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시작되었지만 캘퍼스는 훨씬 전부터 주주행동주의를 표방하고 실천한 것이다.

성과는 확연하다. 캘퍼스가 주주활동을 집중시킨 회사들의 주가수익률은 벤치마크 수익률(비교 대상이 되는 기준수익률)보다 훨씬 높다고 한다. 오랜 시간 축적된 이 같은 경험칙은 ‘캘퍼스 이펙트’(캘퍼스 효과)라는 용어로 요약, 정리되었다.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하면 한국 증시에도 캘퍼스 이펙트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 증시의 발목을 잡고 있던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되면서 한국 증시가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란 한국 기업이 가치에 비해 주가가 저평가된 상태를 말하는 것으로, 불투명한 지배구조가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국민연금이 적극적으로 주주활동에 나서면 배당 확대 등 수익률 제고와 함께 지배구조 개선 등의 효과가 나타날 것이란 얘기다.

최경일 보건복지부 국민연금재정과장은 “국민연금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으로 기업가치, 주주가치 훼손 우려 기업과 문제해결을 위한 생산적 대화 등을 적극적으로 할 수 있게 되어 기금의 장기수익 제고와 기금자산 보호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세계일보

요약하면 국민, 기업, 시장 모두 ‘윈윈’하는 ‘아름다운 그림’이 펼쳐질 것이란 기대다. 장기 수익성 제고로 돈의 주인인 국민은 노후자산이 보다 튼실해진다. 기업은 지배구조 개선 효과 등으로 투명성이 높아지고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걷히면서 증시는 한 단계 도약한다. 횡령, 배임, 일감몰아주기, 경영진 사익편취 행위, 임원 보수한도 과다 등은 국민연금에 의해 견제된다. 종국엔 주주가치 훼손 우려 기업의 명단이 공개되고 주주대표 소송 대상이 된다.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는 “스튜어드십코드가 제대로 작동하면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 평판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그게 기업가치를 결정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류 대표는 “대한항공도 결국 평판 리스크”라며 “국민연금 같은 대형 투자자와 좋은 관계를 형성하면 그만큼 투명한 기업이라는 인정을 받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이종우 이코노미스트(전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도 “먼저 도입한 나라들을 보면 대부분 주가나 시장이 괜찮아진 것으로 나왔다”면서 긍정적 효과를 기대했다.

그러나 기대와 현실 사이엔 늘 괴리가 있는 법. 경영권 침해나 단기차익을 노리는 헤지펀드의 공격이 거세질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가시지 않는다. 정우용 상장회사협의회 전무는 “유보하기는 했으나 경영 참여도 언젠가는 하겠다는 것”이라며 경영권 침해를 걱정했다. 정 전무는 “기업은 사회적 역할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이윤 추구”라며 “그걸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으로 지배구조를 건드리면 결국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헤지펀드 공격 우려 등은 기우라는 지적도 나온다. 류 대표는 “외국의 헤지펀드가 이상한 짓을 하면 국민연금이 기업의 손을 들어줄 수도 있다. 유사시 백기사를 얻을 수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류순열 선임기자, 조병욱·이현미 기자 ryoos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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