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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폭염 속 차 안 방치 네살 여아 최소 세 번 살릴 기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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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체적 안전의식 부재·관리소홀 '人災'

뉴스1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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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두천=뉴스1) 이상휼 기자 = '통원차량에서 아이들이 하차할 때 인솔교사가 체크했더라면 벌어지지 않았을 비극이다. 운전기사가 주차할 때 차량 내부를 확인했더라면 아이를 살릴 수 있었다. 담임교사들이 출석체크를 제대로 했더라면 아이를 살릴 수 있었다.'

최소 3차례 아이를 살릴 기회가 있었지만 놓쳤다. 마땅히 확인해야 할 일이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지난 17일 경기도 동두천시 송내동의 한 어린이집에서 만 4세 여아가 뜨거운 통원차량 내부에 방치된 채 질식사한 사건이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다.

2년 전 동일한 사건이 발생한 이후 제대로 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지 않아 또 다시 같은 비극을 반복했다는 여론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경찰은 숨진 아이의 시신을 부검해 정확한 사인을 밝힌 뒤 과실치사 혐의로 어린이집 관계자들을 입건할 방침이다.

시는 해당 어린이집에 90여명의 어린이들이 다니고 있기 때문에 다른 어린이집으로 전원 조치한 뒤 행정처분하겠다는 방침이다.

◇어째서 아이를 발견하지 못했나?

사건이 발생한 차량은 15인승 스타렉스다. 운전기사와 인솔교사, 함께 등원한 아이들이 숨진 김양이 미처 내리지 못한 사실을 몰랐다는 것을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사건 소식이 알려진 뒤 시민들과 네티즌들은 "얼마나 무신경했길래 오전 9시30분부터 숨진 채 발견된 오후 4시50분께까지 7시간이 넘도록 아이의 존재를 잊었나"면서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문제의 어린이집측은 숨진 네살배기 김양이 내리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한 이유에 대해 여러 이유를 댔지만 납득하기 어려운 수준의 해명이다.

첫번째로 어린이집측은 아이가 맨 뒷좌석에 앉아 잠들었던 것으로 추정했다. 아침이라 아이가 피곤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차 안에서 잠이 들기 때문에 차량 내부를 일일이 확인해야 하는 것이 통상적이다.

둘째로 인솔교사가 아이를 까맣게 잊은 사실에 대해 다른 아이들의 핑계를 댔다. 당일 등원차량에 탑승한 9명의 아이들 중 7살짜리 남아 2명이 싸워서 소란 피우는 통에 말리고 진정시키느라 제대로 확인을 못했다고 진술한 것.

등원 후 출석체크를 제대로 하지 못했던 이유에 대해서는 '김양이 속한 반은 14명인데 즉시 출석체크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어린이집측은 특히 김양에 대해 '결석이 잦아 출석 일수가 들쑥날쑥한 아이라 사건 당일 등원 안 한 줄 알았다'고 경찰과 시에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7시간 넘도록 차량 내부를 체크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서는 통원 차량이 3대이기 때문에 한번 운행한 차량은 주차장에 둔다고 해명했다.

◇市 "행정처분은 통상적으로 넉달 걸려"

동두천시에는 학부모들의 불안 호소와 항의, 대책 마련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시 관련부서 관계자는 "행정 처분이 급한 게 아니라, 현재 다니는 학생들을 안전하게 다른 어린이집으로 전원 조치하는 것이 우선이다"고 밝혔다.

지역사회와 시에 따르면 문제의 어린이집은 젊은 엄마들 사이에 인기가 좋아 대기자가 많은 곳이었다.

사건이 발생한 뒤 어린이집 원장은 학부모들에게 공지 메시지를 보내 불미스러운 사실을 알렸고, 18일 정상 운영했다.

다수 학부모들은 마땅한 대안이 없어 불안감 속에 아이들을 해당 어린이집에 등원시켰다.

2년 전 광주광역시에서 일어난 동일사건도 발생 4개월 후 행정처분이 났다. 현행법상 언제까지 처분해야 한다는 법적 규정은 없다.

시민 이모씨(39)는 "같은 비극이 반복되는 동안 정부 차원의 실효성 있는 대안이 마련되지 않았다. 어른들의 잘못이다. 아이들에게 미안하다"며 "강력한 법적 제재와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daidaloz@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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