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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가스관 잠그면 독일은 ‘러시아의 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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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가 기름 부은 논란

2019년말 완성 ‘노르트스트림2’

“에너지 안보 러에 의존” 지적에

메르켈 “경제적 측면서 불가피”

#“유럽의 對러 종속 심화될 것”

동유럽ㆍ발트해 연안국은 우려
한국일보

그림 1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지난 5월 러시아 소치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악수를 하고 있다. 소치= 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럽 순방 이후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지만, ‘독일이 러시아의 포로가 됐다’는 발언에 대해서는 독일을 뺀 다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회원국은 심정적으로 동조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의 맹주를 자처하는 독일이 자국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 EU 전체의 에너지 안보를 러시아에 내맡기는 잘못을 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파이낸셜타임스 등 유럽 언론은 17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 발언 이후 수면 위로 부상한 독일ㆍ러시아의 가스관 사업이 나토와 EU 회원국 사이의 분열을 촉진하는 이슈가 되었다고 전했다.

이들 언론에 따르면 논란이 된 사업은 2019년 하반기 완성 예정인 ‘노르트스트림2’ 다. 러시아 서부 나르바만에서 발트해를 지나 독일 북동부 그라이프스발트를 잇는 총연장 1,225㎞의 해저 파이프라인 건설 프로젝트다.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독일로 보내는 ‘노르트스트림1’(2012년 완성)의 확대판인데, 이 사업이 완성되면 현재 연간 550억㎥인 가스 수송량을 두 배로 늘릴 수 있다. 이는 유럽의 연간 천연가스 수요량의 4분1에 해당하는 양이다.

문제는 단기ㆍ경제적 관점에서는 러시아산 가스의 주요 소비처인 독일에게는 이 사업이 크게 유리하지만, 장기ㆍ안보적 관점에서는 에너지 안보를 외부에 내맡기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독일 앙겔라 메르켈 정권과 러시아는 경제적 측면을 강조하며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북해산 천연가스의 고갈 때문에 이 사업 추진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유럽은 2035년까지 매년 천연가스 1,200억㎥를 추가 확보해야 하는데, 러시아산 가스 수입을 못하면 미국이나 카타르 등으로부터 25%나 더 비싼 가격으로 수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독일이 냉전시기였던 1970년대부터 소련에서 가스를 수입한 사실을 강조하며, 에너지가 필요한 유럽과 달러가 필요한 러시아 사이의 상호 의존성을 높이는 ‘윈윈 프로젝트’라는 주장도 펴고 있다.

반면 국경을 접한 러시아로부터 상시적으로 군사위협을 받는 동유럽 및 발트해 연안국들의 입장은 전혀 다르다. 경제적 이득보다는 유럽의 대(對) 러시아 에너지 종속을 심화시킬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세계 2차 대전 당시 독일과 소련에 국토가 분할된 뼈아픈 기억이 있는 폴란드의 라도슬라프 시코르스키 전 외교장관은 “노르트스트림 프로젝트는 동유럽을 분할한 1939년 히틀러와 스탈린의 불가침조약을 연상시킨다”며 격렬하게 반발하고 있다.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팽창주의 전략이 확인된 상황에서 에너지 수입을 러시아에 ‘올 인’하는 행위는 위험부담이 너무 높다는 주장도 나온다. 노르베르트 뢰트겐 독일 기민당(CDU)의원은 “이 프로젝트 완성으로 천연가스 수입량이 2배로 늘면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위험단계에 진입하게 되는 것”이라며 “푸틴 체제를 떠받치는 양대 축은 군사력과 에너지 외교인데, 에너지 외교를 강화해주면 독일은 결과적으로 푸틴 체제의 안정화를 촉진하게 되는 셈”이라고 우려했다.

이왕구 기자 fab4@hankookilbo.com
한국일보

[저작권 한국일보] 노르트스트림천연가스관 송정근 기자/2018-07-17(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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