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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실종 남녀 30여년만에 가족 품으로…경찰 장기실종전담반 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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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30여년 만 상봉한 모녀 [경남경찰청 제공]



(창원=연합뉴스) 김선경 기자 = 30여 년 전 실종된 남녀가 경찰의 노력으로 가족을 되찾았다.

18일 경남지방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31년 전 실종 신고가 접수된 A(37·여·지적장애 1급) 씨를 최근 도내 한 보호시설에서 찾았다.

A씨는 1987년 3월 밀양의 큰집에 제사를 지내러 갔다가 집을 나간 뒤 실종됐다.

이후 가족과 경찰이 수색에 나섰지만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다.

경남경찰청 장기실종전담반은 2016년 7월께 이 사건을 인계받아 재수색에 나섰다.

그러나 당시 신고자인 A씨 어머니를 찾기부터 쉽지 않았다. 다른 가족과 연락이 끊어진 지 오래됐기 때문이다.

전담반은 A씨 어머니가 "몸이 안 좋았다"는 주변인 진술 등을 토대로 옛 주소지 주변 자치단체·요양병원 등을 상대로 탐문을 벌였다.

지난해 12월 가까스로 찾아낸 A씨 어머니는 대구의 한 요양병원에서 입원생활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랜 기다림 끝에 건강이 악화했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모습이다.

A씨 실종 이후 남편과 아들이 숨지고 오랜 시간 홀로 지내온 A씨 어머니는 "이제는 딸을 찾기 어렵다"고 토로했지만, 경찰은 희망을 놓지 않았다.

전담반은 A씨 어머니가 A씨에 대해 "말을 잘 못했다"고 진술한 점과 가족력에 미뤄 A씨가 장애인 보호시설에서 생활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A씨 어머니에게 DNA 검사를 해보자고 제안했다.

2005년 말 제정된 '실종 아동 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에 따라 A씨가 보호시설에서 생활한다면 DNA가 데이터베이스(DB)에 보관돼 있을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현행법은 보호시설 입소자나 실종 아동 등을 찾으려는 가족, 보호시설 입소자였던 무연고 아동 등을 유전자 검사 실시 대상으로 정하고 있다.

이에 경찰은 A씨 어머니 DNA를 DB망 자료와 대조작업을 했고, A씨가 도내 모 보호시설에서 다른 이름으로 지내는 것을 확인했다.

경찰의 도움으로 지난 3일 대구에서 딸을 만난 A씨 어머니는 훌쩍 커버린 딸을 보며 눈물을 하염없이 흘린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또 1986년 창원 집에서 학교 운동회를 간다고 나간 뒤 사라진 B(44·지적장애 2급·당시 12세) 씨에게도 가족을 찾아줬다.

지난해 말 이 사건에 착수한 전담반은 신고자인 B군 어머니를 찾아 DNA 검사를 했다.

그 결과 지난 6월 서울의 한 보호시설에서 다른 이름으로 살고 있던 B씨를 찾아냈다.

뇌경색으로 쓰러진 노모를 대신해 지난 7일 B씨를 만난 누나는 "그동안 고생 많았다. 미안하다"며 눈물을 흘린 것으로 전해졌다.

두 실종 사건을 해결한 전담반 소속 심성배 경사는 "특히 A씨 어머니는 2004년께 유전자 검사를 했는데도 딸을 찾을 수 없었다고 했지만 한 번 더 설득해 검사를 진행했다"며 "세월이 흘렀지만, 실종자 가족들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덜어줄 수 있게 된 것 같아 보람과 자긍심을 느낀다"고 밝혔다.

경찰은 심 경사에게는 사건을 해결한 공로를 인정해 조만간 표창을 수여하기로 했다.

ks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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