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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SS인터뷰]프랑스 자수가 헬렌정 "지친 일상에 행복을 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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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스포츠서울 김효원기자]“바쁜 일상에 지친 사람들에게 행복하고 우아한 시간을 선사하고 싶어요!”

최근 SNS에서 ‘프랑스 자수를 놓는 사람들’이 관심을 받고 있다. 명품 브랜드들도 자수 상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이처럼 프랑스 자수가 인기인 이유는 뭘까? 최근 일러스트레이터 조옥경과 공저로 신간 ‘예쁜 일러스트로 시작하는 헬렌정의 프랑스자수’(이봄)를 출간한 프랑스 자수가 헬렌정을 만나 프랑스 자수의 인기 비결과 매력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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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프랑스 자수가 인기다.
제가 처음 자수를 시작한 2010년에는 ‘아는 사람들만 아는’ 핸드메이드였어요. 국내에 이렇다할 자수책도 없었고요.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했지만 저 역시 전에는 특별히 매력을 느낀 적이 없었죠. 그런데 어느날 한복 디자이너인 친구가 일본 자수 책을 한 권 보여줬어요. 자수라면 주로 투박한 광목에 놓는 야생화 자수 정도만 알고 있었는데, 책을 보고 자수에 대한 고정관념이 깨졌어요. ‘프랑스 자수’라 불리는 서양 자수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된 거죠. 프랑스 자수의 매력적인 색감과 감각적인 도안들은 그냥 보고만 있어도 힐링이 되더군요. 아마 저와 같은 이유가 아닐까 싶어요. 국내에도 이미 다양한 핸드메이드가 소개되었어요. 이젠 자수 차례가 된 것 같아요. 작년에 수강생 문의가 가장 많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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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메이드의 아날로그 감성보다는, 색감에 매료된 건가.
자수를 만나기 전에 플로리스트로 일했어요. 다양한 색감을 만날 수 있는 꽃의 세계 역시 매력적이었습니다. 그런데 꽃은 길어야 일주일밖에 안 가요. 일주일의 행복인 거예요. 그런데 자수는 한 번 놓으면, 오래 두고 볼 수 있잖아요. 행복감도 그만큼 오래 가더라고요.
그리고 자수는 꽃 못지 않게 수많은 색을 갖고 있어요. 자수실 색이 모두 몇 개인지 아세요? 470개가 넘어요. 그 색들을 이리저리 조합하다보면 시간가는 줄 몰라요. 같은 도안이라도 그래서 사람마다 다른 자수작품이 나오죠. 이 세상에서 유일한 나만의 작품을 만날 수 있어요. 이런 점에서는 컬러링북과 비슷할지도 모르겠네요. 같은 도안으로 시작해도, 완성작은 다 달라요. 그게 자수의 매력이에요.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나만의 작품이라는 점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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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자수가 정확히 무얼 말하는걸까?
프랑스 자수라고 하니, 다들 ‘프랑스’에서 탄생한 자수라고 생각해요. ‘프랑스’라는 나라가 주는 이미지를 떠올리기도 하고요. 쉽게 설명하자면 ‘서양 자수’ 또는 ‘유럽 자수’라고 보면 됩니다. 중세 시대에 모든 문화가 프랑스로 유입되어 다시 퍼져나가기 시작했고, 자수도 그 중 하나였어요. 예를 들어 이탈리아에서 처음 시작된 모노그램 자수는 원래 깃털까지 넣어요. 그런데 이것이 프랑스로 건너와서는 쉽게 놓을 수 방식으로 변형됩니다. 터키 자수, 아이슬란드 자수, 영국의 전통 자수들이 모두 유입되어 보편화한 나라가 중세 시대 프랑스였기 때문에 지금까지 ‘프랑스 자수’라 불리는 거죠. 그리고 이 프랑스 자수는 동양 자수에도 영향을 주었죠. 전통 자수 기법 12가지도 프랑스 자수에서 온 거예요.

-일러스트레이터와 공저로 낸 ‘프랑스 자수’ 책이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일러스트레이터와 공저를 낸 것은 도안가를 따로 둔 셈이죠. 아마 우리나라에서는 처음 있는 일일 거예요. 자수를 하는 사람들은 ‘수를 놓는 사람’들이잖아요.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아니에요. 그러다보니 새로운 도안에 대한 갈증이 생겨요. 요즘 많은 일러스트레이터들이 자수가로 변신하기도 해요. 그런데 아직은 서로 갈증이 있는 것 같았어요. 각자의 분야에서는 전문가인데 말이죠. 그래서 일러스트레이터와 공동작업을 진행해보자 싶었죠. 서로의 전문성을 살려보자는 생각이었어요. 출판사와 의논 끝에 조옥경 작가를 만나게 되었어요. 프랑스 자수 특유의 우아함과 일러스트 특유의 아기자기함이 만나면 정말 멋진 자수가 나올 것 같았어요. 좋은 걸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지잖아요. 일러스트 도안에 수를 놓는 내내 정말 즐거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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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렌정 자수 레슨을 듣기 위해 대기자가 줄을 섰다고 들었다.
처음엔 블로그를 하면서 자수를 알리기 시작했어요. 그러다가 저에게 자수를 배우고 싶다는 요청을 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2명으로 시작했어요. 지금은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매일 20명과 수업을 해요. 20명이 최대인 것 같아요. 그 이상은 어려워서, 뜻밖에 대기인원이 생기는 것 같아요. 그래서 외부 레슨 요청이 올 때마다 부산이든 제주든 마다하지 않고 달려갑니다. 그렇게라도 만나야 할 것 같아요.

-어떤 사람들이 오나. 특정 연령대가 있나.
주로 여자들이죠.(하하). 종종 엔지니어들이 수업을 신청해요. 기계를 다루다보면 보드라운 핸드메이드 취미를 갖고 싶어진다는 거예요. 참 재밌어요. 나이대는 다양해요. 초등학교 5학년이 가장 어린 수강생이고, 72세가 최고령이에요. 자수를 시작한 이유는 각양각색이에요. 자수는 아무래도 손동작이 많이 들어가거든요. 그게 초등학생의 두뇌활동에 도움이 된다는 거예요. 한번은 농아학교 선생님이 오신 적이 있어요. 아이들에게 가르쳐주었는데, 남학생들도 그렇게 즐거워하더래요. 시작한 이유는 저마다 달라도 수업이 끝나고 나면 모두 같은 이야길해요. 더 행복해졌다고요.

-현대인들에게 프랑스 자수를 권하는 이유는?
우리의 삶이 그렇게 우아하진 않잖아요. 그런데 프랑스 자수는 우리의 예쁜 꿈을 담아줘요. 그래서 좋아요. 보고만 있어도 행복해지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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