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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취재파일] '골프여제' 박인비가 더 늦기 전에 2세를 갖고 싶어 하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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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미국 LPGA 투어를 중단하고 귀국해 국내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골프여제' 박인비와 인터뷰를 하기 위해 경기도 성남에 위치한 그녀의 자택을 찾았습니다. 초인종을 누르는데 현관문 옆 문패가 눈에 띄더군요. 박인비가 키우는 반려견 골든 리트리버(이름은 '리우')의 그림과 함께 다음과 같은 영어 문구가 적혀 있었습니다.

"A HOUSE IS NOT A HOME WITHOUT A GOLDEN" ("골든 리트리버(박인비의 애견) 없는 집은 가정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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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가 반려견 '리우'를 얼마나 아끼고 사랑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현관문을 열자 가장 먼저 '리우'가 꼬리를 좌우로 살랑살랑 흔들며 반갑게 취재진을 맞아줍니다. 박인비는 자신의 스윙 코치인 남편과 함께 리우와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리우'를 거의 자식처럼 아끼는 것 같아요?

"저흰 아직 아이가 없으니까 강아지와 노는 걸 좋아하죠. 이렇게 집에서 남편하고 '리우'하고 시간 보내고 맛있는 거 먹고 가족들 얼굴 보고 오붓한 시간 보낸 때가 가장 행복한 것 같아요."

박인비는 본격 인터뷰에 앞서 골프 얘기 대신 축구 이야기로 말문을 열었습니다.

"제가 보는 스포츠로는 축구를 좋아해서 남편과 월드컵 얘기 많이 해요. 전 월드컵이 4년에 한 번 열리는 게 너무 아쉬워요. 너무 재미있으니까 매년 열렸으면 좋겠는데."

간절하면 이루어진다…한국 축구 독일전 투혼 보며 리우올림픽 생각나 '울컥'

-러시아월드컵 독일전도 생방송으로 보셨나요?

"그럼요, 미국에서 오전에 TV로 봤는데 정말 인상적이었어요. 선수들이 너무 열심히 몸을 던지고 투혼을 불사르는 게 눈에 보이니까 같은 스포츠 선수로서 얼마나 심한 압박감 속에서 경기했을까라는 생각에 무척 안타까웠어요. 그 프레셔를 너무나 잘 알거든요. 제가 리우올림픽에서 손가락 부상을 참고 금메달을 딴 것처럼 그런 상황이었던 것 같아요. 얼마나 절실하면, 얼마나 선수들이 간절했으면 하늘이 도왔을까? 그런 생각도 들고, 그만큼 선수들에게 초인적인 힘이 나왔던 것 같아요."

-2016년 리우올림픽 때 박인비 프로도 그런 간절함으로 금메달의 성취를 이뤄냈는데, 그런 간절함이 여전히 박 프로 안에 남아 있나요?

"올림픽 때는 정말로 간절했거든요. 잘해야 하는 이유가 분명했고, 지금은 그런 간절함이 없다는 건 아니지만 그걸 매 대회 만들어 내기는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일반 대회와 메이저대회에 똑같이 집중하긴 어려운 거고 올림픽과 일반 대회 집중도가 같을 수는 없거든요. 어떻게든 최대한 가까이 가려고 노력은 하지만 매 번 그렇게 절실하게 하면 저는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서 1년에 한 두 경기만 해도 탈진해 쓰러질 것 같아요."

-그래도 목표한 건 반드시 이뤄내지 않나요? '골든커리어그랜드슬램' 달성 이후에 꼭 풀어야 할 숙제라고 말했던 국내 대회 우승도 해냈고, LPGA 통산 19승에 메이저 7승, 그리고 2년 6개월 만에 다시 세계랭킹 1위 자리를 탈환해 13주 연속 유지하고 있는데 이쯤 되면 '제2의 전성기'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요?

"올해 사실 저도 놀란 부분이 있었고 생각보다 훨씬 더 잘해 나가고 있고 많은 것을 이룬 시즌이었던 것 같아요. 사실 세계랭킹 1등도 다시 될 거라고 생각지 못했고 국내대회 우승도 이렇게 빨리 올 줄도 몰랐고, 정말 많은 선물을 받은 시즌인 것 같아요. 제2의 전성기? 그런 것까진 잘 모르겠는데 올 시즌은 전체적으로 제 전성기 때인 2013년~2015년보다 샷은 더 잘됐고 기복도 적었던 것 같아요. 퍼팅감이 좀 아쉽죠. 전성기 때 같은 '미친' 퍼팅 감각이 살아나지 않아서 좀 답답한 부분들이 있어요."

-답답할 땐 어떻게 스트레스를 풀어요?

"잘 모르겠어요. 사실 저는 여행 다니고 시합 다니고 하는 것도 이제 많이 피곤해지는 걸 느끼고 그런 피로감이 계속 시합을 하면 할수록 쌓이는데 어떻게 풀어야 할 방법을 잘 모르겠어요. 그 방법을 찾아야 할 것 같긴 하거든요."

-골프 말고 취미는 없어요?

"제 취미 생활은 언론에 보도가 전혀 안됐을 거예요. 왜냐하면 전 취미가 거의 없거든요(웃음). 지금은 무조건 남편과 반려견 '리우'와 함께 하는 모든 것이 제 취미인 셈이죠. 같이 산책하든가 바닷가로 여행 가든가. 나중에 아이가 생기면 아이한테 모든 걸 쏟아붓겠지만 지금은 아이가 없으니까 리우와 시간 보내는 게 제일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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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늦기 전에 아이 갖고 싶어…조만간 좋은 소식 있었으면

-결혼한 지 4년 됐는데 2세 계획은?
(이 대목에서 그녀는 남편 얼굴을 힐끗 본 뒤 작심한 듯 계속 말을 이어갔습니다)

"제가 올해 한국 나이로 서른한 살이 됐거든요. 남편에게 요즘 그런 얘기해요. '오빠, 나 2~3년만 더 늦어지면 그냥 아이 없이 살고 싶어질 것 같아. 빨리 안 낳으면 안 낳고 싶어질 것 같아.'라고요. 이제 아이를 빨리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조금이라도 젊을 때, 에너지가 좀 더 넘칠 때 가져야겠다는 그런 생각이 있어요. 아무래도 조만간 좋은 소식이 있었으면 좋겠죠(웃음).

"저는 세리나 윌리엄스가 출산 후 10개월 만에 윔블던 테니스 결승까지 올라간 걸 보고 느낀 게 많았어요. 우선 진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과연 나라면 저렇게 할 수 있을까? 사실 자신이 없더라고요. 저는 출산 후 컴백은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제 아이가 생기면 곁에서 커가는 모습을 보고 싶어요. 정말 다시 평생 돌아오지 않은 시간들이기 때에 제 아이만큼은 집중해서 키우고 싶어요."


-인생에서 골프가 차지하는 비중이 '0'이 되면 은퇴하겠다고 과거 인터뷰에서 말한 적 있는데 현재는 골프가 인생에서 어느 지점에 와 있나요?

"2013년~2015년까지가 100이었어요. 그때는 골프 말고 다른 생각이 전혀 안 들었으니까. 그런데 부상을 겪고 집에서 쉬게 되다 보니까 골프 외에 다른 인생도 있구나 알게 되면서 2016년부터 서서히 제 인생에서 골프의 무게가 줄어들기 시작했어요. 너무 급하지 않게 차근차근 순서를 밟아 나가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지금은 일상의 삶과 골프의 조화가 반반 정도 이뤄지지 않았나 그런 생각을 해요."

-올해 새로 설정한 목표가 2개였는데, 국내 대회 우승 목표 한 개는 이뤘고 이제 메이저 대회 우승이라는 목표가 남아 있네요?

"앞으로 브리티시 여자오픈과 에비앙 챔피언십 두 개 메이저 대회가 남았는데 잘 집중해서 트로피를 다시 한번 들어보면 좋을 것 같은데 열심히 해야죠. 샷과 퍼팅, 컨디션 이런 것들을 잘 조화시켜나가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나중에 은퇴하면 뭘 하고 싶으세요?

"다른 스포츠도 좀 해보고 싶은데 양궁하고 컬링을 취미로 배워보고 싶어요. 지금은 지도자나 행정가 같은 건 다 관심 없어요. 저는 그냥 집에 있는 게 가장 좋거든요. 아무것도 안 하고 그냥 집에서 아이 키우고 '리우'도 키우고 그냥 조용히…지금까지 본의 아니게 너무 나서는 삶을 살다 보니까 이제는 좀 조용한 삶을 살고 싶은 게 제 의지이자 목표이긴 한데 또 살면서 어떻게 변할지는 잘 모르겠어요. 근데 지금은 좀 쉬고 싶은 마음이 더 크죠."

'해야 하는' 일 말고 '하고 싶은' 일을 속 시원히 해봤으면

인생의 좌우명을 묻자 그녀는 진지한 표정으로 목소리에 힘을 줬습니다.

"지금까지 30년 사는 동안에는 내가 '해야 되는' 일들만 해왔다면 앞으로 남은 인생의 시간에서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좀 찾아가면서 남들 눈치 많이 보지 않고 살아나가는 것. 그게 참 어렵긴 하지만 한 가지라도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속 시원하게 해봤으면 좋겠어요."

더 이상 비행기는 타고 싶지 않다는 그녀의 솔직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골프여제', '세계 1위'라는 수식어가 주는 엄청난 부담감에 짓눌렸을 박인비의 마음고생이 그동안 얼마나 컸을까 생각해봅니다.

박인비는 이제 그녀의 인생에서 골프의 무게를 조금씩 줄여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를 행복의 무게로 채워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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