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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맘충·김여사·한남충…혐오민국, 고칠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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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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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역시 김여사, 집에만 있지 운전대는 왜 잡나”, “한남충은 답이 없습니다 빨리 재기해야...”, “휴 맘충 앞에 장사없네요”, “메갈리아세요? 워마드세요?ㅋㅋ”

온라인 기사 댓글과 각종 커뮤니티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표현이다. 문제는 이 같은 표현은 신조어가 아닌 사실상 욕설에 가까운 ‘혐오표현’ 이라는 데 있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지난해 2월 조사(온라인 조사 및 대면조사 방법으로 1,014건의 설문을 수집·분석)한 ‘혐오표현 실태와 규제방안 실태’에 따르면 한국에서 혐오표현이 본격적인 사회문제로 대두된 것은 2010년 이후다.

인권위는 혐오표현에 대해 “어떤 개인·집단에 대하여 그들이 사회적 소수자로서의 속성을 가졌다는 이유로 그들을 차별·혐오하거나 차별·적의·폭력을 선동하는 표현”으로 규정하고 있다. 유형별로는 △차별적 괴롭힘, △차별표시, △공개적인 멸시·모욕·위협, △증오 선동 등이다.

또 혐오표현은 주로 여성을 상대로 많이 나타났다. 한국양성평등진흥교육원이 지난해 7월 발표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대한 모니터링 결과에 따르면 성차별적 게시물이 26건, 게시글에 달린 성차별적 댓글은 127건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김치녀’, ‘맘충’ 등 혐오와 비난 유형이 101건(66%)로 가장 많았고 폭력·성적 대상화가 52건(34%)으로 그 뒤를 이었다.

실제로 인권위 조사 결과 이 같은 혐오표현을 들은 사람들은 자존감 손상으로 인한 자살충동, 우울증, 공황발작,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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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이 가운데 일각에서는 혐오표현도 ‘표현의 자유’ 영역에 들어갈 수 있어 법적 규제나 각종 처벌법을 반대하고 있지만, 최근 법원에서는 혐오적 의미가 있는 발언에 대해 벌금형을 선고했다. 특정 발언에 대해 그 내용이 상대방에 대한 폄하와 경멸 등의 의미가 있다면 모욕죄로 성립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2부(부장판사 이수영)는 모욕 혐의로 기소된 A 씨(62)에 대해 원심과 같이 벌금 150만원을 선고했다고 18일 밝혔다.

재판부는 “보슬아치나 메갈리아, 워마드는 여성을 폄하하고 경멸하는 단어”라며 “피해 여성을 상대로 경멸감이나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단어를 게시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혐오표현이 가지고 있는 ‘표현의 자유’에 대해서도 “헌법상 표현의 자유로도 보호될 수 없는 범죄를 저질렀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앞서 A씨는 지난 2016년 8월 동호회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서 한 여성과 말다툼을 하던 중 ‘보슬아치’, ‘메갈리아’, ‘워마드’를 운운하는 등 총 14번에 걸쳐 모욕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같은 혐오표현에 대해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는 자신의 저서 ‘말이 칼이 될 때 - 혐오표현은 무엇이고 왜 문제인가?’를 통해 혐오표현이란 “소수자에 대한 편견 또는 차별을 확산시키거나 조장하는 행위 또는 어떤 개인, 집단에 대해 그들이 소수자로서의 속성을 가졌다는 이유로 멸시, 모욕, 위협하거나 그들에 대한 차별, 적의, 폭력을 선동하는 표현” 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 그는 혐오표현에 대해 “혐오할 아쥬는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여성가족부(여가부)는 18일 오후 4시 서울 강북구 삼각산고등학교 도서관에서 ‘일상 속 성차별 언어표현에 관한 2차 집담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정현백 장관은 “앞으로 청소년 대상으로 성차별 언어표현 개선 캠페인을 추진하고 교사 대상 성평등교육 지침서를 보급하는 등 성평등 교육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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