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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신출귀몰 모사드]②첩보영화 방불케 한 이란 핵 과학자 ‘암살 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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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핵개발 저지하기 위해 자행한 ‘참수 작전’, 팔레스타인 하마스 지도자 ‘암살 작전’ 등

국가안보 위협 세력 향해 치밀한 선제조치 및 후속조치 감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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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월 출근 도중 차량이 폭파해 사망한 테헤란 공대 교수 모스타파 로샨의 차량. 사진 =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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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희윤 기자]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이스라엘과 적대관계가 형성되고, 미국과의 협력이 단절되면서 고립에 대한 탈출 수단으로 핵 개발을 시작한 이래 대표적인 ‘악의 축’ 국가로 각인된 이란은 2015년 7월 전격적인 핵 합의를 체결하며 핵 포기를 선언했지만, 적성국 이스라엘의 생각은 달랐다. 정보기관 모사드를 동원해 이란 핵 개발 저지를 위해 ‘은밀한 수단’을 전략으로 삼아온 이들은 이번 비밀 창고 급습에서 드러나듯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왔다. 그 전략 중엔 이란 핵과학자 암살 작전 또한 포함되어 있다.

AFP통신은 2007년부터 2012년 사이 총 5명의 이란 핵 과학자가 의문의 사고로 암살당했으며 이란 당국은 그 배후로 모사드와 미 중앙정보국을 지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1972년 뮌헨 올림픽 당시 벌어졌던 테러에 대한 보복 암살 작전으로 유명한 모사드는 치밀한 정보수집능력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공작 방식, 그리고 몇십 년이 걸리더라도 목표 인물은 반드시 죽이는 지독함으로 악명 높은 조직. 이들은 과거 국가 안보를 위협한 자에 대한 처단(후속조치), 그리고 향후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될 인물 또는 시설을 제거하는 임무(선제조치)를 주로 수행한다. 이란 핵과학자 암살 작전은 후자인 선제조치에 해당한다.

2010년 1월 테헤란 북부 자택에서 출근길에 나선 한 남성의 차량 옆에 세워진 오토바이가 갑자기 폭발하며 현장에서 즉사했는데, 사망자는 테헤란대 입자물리학 교수인 마수드 알리 모하마디였다.

또한 2012년 1월 이란의 수도 테헤란 도심, 출근길 차량 정체로 신호 대기 중이던 한 차량이 갑자기 폭발해 운전자와 동승자 1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는데, 사망한 운전자는 테헤란공대 핵물리학 교수 모스타파 로샨이며, 그는 이란 우라늄농축시설 부감독관으로 재직 중인 인물이었다.

2010년과 2011년에도 각각 이란의 핵물리학 교수와 원자력공학 교수를 정체불명의 오토바이 괴한의 총격으로 잃은 이란 정부는 잇따른 핵 과학자의 죽음 배경에 모사드가 있다고 강력하게 주장했으나 이스라엘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의 핵 전문가 마크 피츠 패트릭은 당시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란이 아직 핵무기 개발 단계에 이르는 핵심 기술 중 터득하지 못한 것이 꽤 있으므로 이런 참수 작전은 이란의 핵 개발 지연에 효과적인 작전이다”고 평가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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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 소행으로 알려진 주요 암살 행적. 그래픽 = 이진경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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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사드의 암살 대상은 핵과학자에만 그치지 않았다. 팔레스타인 하마스 지도자들의 잇따른 암살에도 이들의 작전이 있었다. 특히 2004년 하마스의 창시자로 알려진 셰이크 아흐메드 야신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자택에 머물던 중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현장에서 사망했고, 반이스라엘 운동의 거두이자 하마스 지도자인 마무드 마부는 2010년 두바이의 한 호텔에서 입국 5시간 만에 급습한 암살자들로부터 베개에 눌려 질식사했다.

중동의 대국 이란은 국제사회에서 ‘중동의 북한’으로 통한다. 보안당국의 철저한 감시와 통제를 통해 사회 질서가 확립되며, 비밀리에 핵 개발을 진행했다는 점에서 두 나라는 아주 많이 닮아있다. 하지만 그 철통같은 경계로 지키고 있던 핵 기밀 자료실이 모사드에 의해 강탈당하면서 이란은 전례 없는 기밀 자료 도난의 굴욕을 감내하고 있다.

한편 이란은 미국의 탈퇴에도 불구하고 핵 합의 유지 입장을 밝혔다. 로하니 대통령이 연설을 통해 “이란은 미국 없이 핵 합의에 남을 것”을 강조하면서, 국제사회의 여론은 국제법을 위반하며 기밀을 절취하고, 적국의 정치적 표적 대상을 암살하는 모사드를 두고 ‘깡패국가의 횡포’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지만 언제나 그랬듯 모사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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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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