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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30년만에… DNA에 꼬리밟힌 8살 소녀 살인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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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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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4월 미국 인디애나주 포트 웨인. 8살 소녀 에이프릴 틴슬리는 친구집에 놓고 온 우산을 가져오겠다며 집을 나섰지만 실종 3일만에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다. 단서라고는 한 30대 남성이 찌그러진 파란색 트럭에 틴슬리를 강제로 태웠다는 목격자 진술이 전부였다. 경찰은 틴슬리가 성폭행을 당한 후 살해됐다고 결론지었지만, 용의자의 정체를 밝히는데는 실패했다.

영구 미제로 그칠뻔한 틴슬리 사건의 범인이 30년 만에 붙잡혔다. DNA 덕분이다. CNN 등에 따르면 앨런 카운티 법원은 존 D 밀러(59)가 살인, 아동 성추행, 14세 미만 피해자의 감금 등의 혐의로 15일(현지시간) 체포됐으며 범행 일체를 자백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틴슬리의 속옷에서 확보한 DNA가 밀러의 것과 정확히 일치했다고 밝혔다. 밀러의 집을 찾은 경찰이 “왜 우리가 이곳에 왔는지 아느냐”고 묻자 밀러는 기다렸다는 듯 “에이프릴 틴슬리”라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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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는 지난 30년간 제자리를 맴돌았다. 범인은 그런 경찰을 끊임없이 도발하고 조롱했다. 1990년에는 살해 현장 인근의 한 헛간에 “나는 8살 에이프릴 마리 틴슬리를 죽였고, 곧 또 죽일 것이다”라는 낙서를 휘갈겼다. 범행 14년 후인 2004년에도 여자아이들이 자전거를 세워놓던 장소에 쪽지를 남겼다. “내가 널 지켜보고 있는데, 내가 바로 에이프릴 틴슬리를 유괴하고 납치한 그 사람이야. 네가 내 다음 희생자야.” 자신의 DNA가 묻은 콘돔과 시체 사진을 함께 보내는 대범함까지 보였다.

해결의 단초는 의외의 곳에서 찾을 수 있었다. 살인 12건과 성폭행 45건을 저질러 캘리포니아를 공포에 떨게 한 ‘골든 스테이트 살인마’ 제임스 드앤젤로(72)가 DNA 분석 업체의 도움으로 42년 만에 검거된 것이 계기다. 브라이언 마틴 형사는 지난 4월 드앤젤로의 체포 소식을 듣고, 자신도 틴슬리 사건 현장에서 확보한 DNA 분석을 민간 업체에 의뢰했다. 연구원들은 용의자의 DNA를 토대로 그의 친척이나 가계도 등을 역추적했고, 경찰은 지난 2일 밀러와 그의 형제로 수사망을 좁히는 데 성공했다. 경찰은 밀러의 DNA가 1988년, 2004년 확보한 DNA와 동일하다고 밝혔다.

CNN은 “최근 몇 달간 계보학과 DNA 분석 기술의 급진전으로 미제 사건이 해결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은 경찰이 DNA 증거를 확보하고도 국가 차원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지 못해 쓸모가 없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친자 확인 등 목적으로 한 민간 족보 서비스나 유전자 분석 업체들이 성장하면서 수사에 도움을 주는 경우가 늘었다는 지적이다.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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