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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밀착카메라] '주 52시간' 시행 보름…엇갈린 퇴근 후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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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되고 2주가 지났습니다. 현장 반응은 엇갈립니다. 이미 시행착오를 거치고 노동시간을 줄인 일부 기업의 직원들은 환영하지만 카페가 '제2의 사무실'이 된 사람들, 또 '투잡족'에 뛰어든 직장인들도 있습니다.

밀착카메라 손광균 기자입니다.



[기자]

[업무를 마무리할 오후 5시입니다. 30분 뒤에는 PC가 자동 로그아웃되오니…]

안내방송과 함께 컴퓨터 모니터로 카운트 다운이 시작됩니다.

이 업체 직원들은 지난 1월부터 오후 5시 30분 전에 업무를 끝냅니다.

회의시간과 보고 횟수를 최소화해 하루 근무 시간을 7시간, 일주일 35시간으로 줄였습니다.

지난해까지 매일 9시간 넘게 일했던 직원 일상도 크게 변했습니다.

[이진표/이마트 과장 : 영어학원을 끊었거든요. 운동도 시작했고요. (회식도) 이제는 1차 끝나도 7시 반, 8시니까 남은 시간이 상당히 많은 거죠.]

시계가 오후 5시 45분 정도를 가리키고 있는데요. 사무실은 조용합니다.

불도 대부분 꺼져있고요.

직원들의 PC 모니터 옆에는 5시까지 근무를 마무리하자는 안내가 붙어있습니다.

반면 같은 시간 이 회사 체육시설은 퇴근 후에 이용하는 직원들로 북적입니다.

모든 노동자들이 52시간 근로제의 혜택을 누리는 것은 아닙니다.

금융기관과 은행 본사들이 모여있는 여의도의 한 카페입니다.

퇴근 시간인 오후 6시가 넘자 노트북을 편 정장 차림의 직장인들이 모여듭니다.

소속을 물어봐도 대답을 피합니다.

[(혹시 이 주변 직장인이세요?) …]

두세 명이 모여 회의를 하는 테이블도 있습니다.

[카페 직원 : (어디 직원인지는) 정확히 저희도 잘 모르겠어요. (그때그때 달라요?) 네.]

노트북을 쓰는 직장인들은 저녁 7시가 지나서야 자리를 뜹니다.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 이후 자영업자들의 반응도 엇갈립니다.

맥주와 치킨을 파는 한 호프집 사장은 매출에 큰 변화가 없다고 말합니다.

[식당 사장 : 한 1년 좀 지나야 뭔가 아 이제 사람들이 패턴이 바뀌고 불안이 우리한테 전달되는 게 있는데, 이제 뭐 한 달도 안 돼서…]

반면 야근 직장인들이 주 고객이었던 식당은 손님이 줄었다고 토로합니다.

[종업원 : 회사 사람들이 별로 없어. 왜 그러냐면 일찍 퇴근하지. 뭐 이 시간까지 있겠어요?]

노동 시간과 함께 수당까지 줄면서 한쪽에서는 '투잡족'도 다시 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 대리운전 중개 어플리케이션에 따르면 지난달 등록된 대리기사 숫자는 11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3만 명 늘었습니다.

그중에서도 40대 이하 기사 비중이 약 20%가량 증가했습니다.

[대리운전 중개 애플리케이션 관계자 :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40대 이하 젊은 세대 대리운전 기사님들의 비율이 작년 대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때문에 일거리가 줄어든 일부 대리기사들이 '투잡족'으로 나서는 상황도 벌어집니다.

대리기사로 일하던 김정철 씨는 지난 5월부터는 낮에 택배기사도 하고 있습니다.

하루 12시간 넘게 일하지만 매달 버는 돈은 200만 원 남짓입니다.

[김정철/대리운전 기사 : 대리기사들끼리 모여서 '오늘 콜이 왜 이래?', '나도 그런데, 너도?' '대리기사들이 늘어서 그래' '자기네들도 투잡을 하나?']

IT업체들이 모여있는 판교 테크노밸리도 희비가 엇갈립니다.

이곳에 입주한 1300개 업체 가운데 87%에 달하는 중소기업은 주 52시간 근무제를 도입하지 않았거나, 부분적으로만 시행 중입니다.

300명 이상 고용한 사업장 건물도 곳곳에 불이 켜져 있습니다.

밤 10시가 넘었지만, 여전히 많은 회사들의 창문과 복도는 밝게 빛나고 있습니다.

도심 속의 오징어배 등대라는 오명도 여전한데요.

단순히 일방적인 시행이 아니라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해 보입니다.

손광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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