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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대법관조차 ‘장기판의 말’로 생각한 양승태 행정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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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원세훈 상고심 전후 ‘여당 로비’ 기획

‘임기 6년 몸조심’이 철칙인데

‘재판의 공정성’은 염두에 없어

법원장 나갈 국·실장 동원도 부적절

“사법행정-재판 분리 철칙 저버렸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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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고법원 도입을 추진하던 양승태 대법원이 2015년 민일영 당시 대법관을 여당 의원 로비에 동원하려 계획한 사실(<한겨레> 17일치 10면)이 17일 알려지면서, 고도의 정치적 중립성이 요구되는 대법관한테까지 ‘임무’를 부여해 ‘여의도’로 떠밀려던 행태에 대한 법원 안팎의 비난이 커지고 있다. 특히 ‘여당 로비’를 기획한 시점은 청와대와 여당의 최우선 관심사였던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대선 여론조작 사건이 대법원으로 넘어오던 시기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관들은 통상 외부와 사소한 접촉도 재판 공정성에 오해를 살 수 있다며 ‘임기 6년 몸조심’을 철칙으로 삼는다. 그런데도 법원행정처는 최고 법관을 국회의원 로비 최전선에 동원하는 전략을 세운 것이다. 게다가 민 전 대법관은 원세훈 사건의 주심대법관이었다. 민 전 대법관이 실제 정치인 접촉에 나섰는지 확인되지 않았고 해당 정치인도 “로비는 없었다”고 했지만, 대법관조차 상고법원 도입의 ‘장기말’로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 자체는 당시 ‘양승태 대법원’의 분위기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법원 내부에서는 원 전 원장 사건을 심리하는 대법관을 친박근혜계 여당의원 로비에 동원하는 시나리오 자체만으로도 충격적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한 부장판사는 “사법부 스스로 사법행정과 재판 분리라는 철칙을 폐기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사정이 이런 데도 현 대법관들은 “재판에 관해 사법부 안팎 누구로부터 어떤 연락도 받은 사실이 없다”(1월), “재판 거래는 없었다”(6월)는 집단 성명을 내며 반발한 바 있다.

법원행정처가 고법 부장판사급인 행정처 실장 등을 활용해 국회의원과 ‘접점’을 마련하는 계획을 세운 점도 심각한 문제로 지적된다. 행정처 사법정책실·사법지원실·기획조정실에 보임된 고법 부장판사들은 2~3년간 사법행정 업무 뒤 재판에 복귀한다. 일부는 지역 선거관리위원장을 겸하는 법원장으로 부임한다. 행정처가 ‘독립성’이 핵심인 법관들과 ‘이런저런 민원이 많은’ 국회의원들의 부적절한 만남을 ‘권장’한 셈이다.

현소은 기자 so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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