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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최저임금 얼굴 붉히는 점주·알바 '을의 전쟁'…본사는 뒷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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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는 인건비에 점주 한숨 늘고 아르바이트생은 눈치봐

"가맹비 줄이고 고통분담" 요구에…본사 "이익 얼마 안돼"

뉴스1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전편협)는 지난 14일 내년 최저임금이 10.9% 오른 시급 8350원으로 의결된 것과 관련,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과 함께 카드수수료 조정과 같은 점주 부담 경감안을 정부가 마련해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2018.7.16/뉴스1 © News1 허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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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민선희 기자 = 내년도 최저임금이 시간당 8350원으로 뛰면서 이른바 '시급 쇼크'가 전국 편의점주와 아르바이트생을 덮친 가운데 '높은 가맹점수수료를 받고 있는 대기업도 부담을 함께 짊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올해와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이 연속 두자릿수를 기록하면서 인건비가 급격하게 늘었지만, 본사가 가져가는 가맹수수료는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다.

편의점주들은 "결국 점주와 아르바이트생이 모든 부담을 떠안으면서 갑(甲)과 을(乙)의 싸움이 아닌 '을(乙)과 병(丙)의 전쟁'이 될 판"이라며 "정부와 대기업, 편의점주들이 함께 짐을 짊어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오르는 인건비에 점주·알바 갈등…'乙'의 전쟁

NH투자증권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메이저 편의점들의 평균 가맹수수료는 월 450만원 선이다. 비율로는 월 영업이익의 30~35% 수준이다.

여기에 편의점 월 임대료와 아르바이트생 인건비, 카드 수수료가 추가로 빠진다. 실제 점주 손에 들어가는 돈은 평균 200만원 남짓이다.

전문가들은 내년 최저임금이 인상될 경우 수익은 50만원 정도 더 줄 것으로 예상한다. 결국 점주들의 주머니로 들어가는 돈은 100만원 대로 낮아진다.

점주들은 사업을 접거나,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직접 가게를 보는 시간을 늘려야 한다.

이미 올해 최저임금이 시간당 7530원으로 오르면서 5명이었던 아르바이트생을 2명으로 줄인 편의점주 최모씨(34·여)는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12시간씩 맞교대를 하며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다. 남편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있는 날은 일주일 중 하루뿐이다.

서울 신월동에서 제과점을 운영하는 이모씨(53·여)도 아르바이트생을 절반으로 줄이기로 했다. 그는 "이미 작년에 최소한으로 (아르바이트생을) 줄였다"면서도 "내년도 최저임금을 따져보면 2명에서 1명으로 줄이거나 근무시간이라도 줄여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하루가 다르게 깊어가는 점주의 한숨에 아르바이트생들도 좌불안석이다.

음식점 아르바이트생 김모씨(25)는 "최저임금이 오른 뒤로 식당에서 일하는 알바가 계속 줄고 있다"며 "하루 10시간 동안 일하기로 근로계약서를 쓰더라도 장사가 잘 안 되는 날에는 근로시간을 다 채우지 못하고 퇴근하는 날이 많다"고 전했다. 일찍 퇴근하는 만큼 받아야 할 보수를 받지 못하는 셈이다.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B씨(23·여)도 이번 최저임금 인상 소식에 벌써 마음이 졸이고 있다. 그는 "오전 근무교대를 하러 출근했는데 사장님이 매출이 찍힌 모니터를 계속 보고 있었다"며 "함께 일하던 아르바이트생도 지난 5월에 그만뒀는데, 나도 곧 새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아봐야 하나 걱정이 들었다"고 말했다.

반면 지난해 편의점 업계 전체 매출은 10% 넘게 성장했다. 편의점주와 아르바이트생이 '을의 전쟁'을 벌이는 동안 갑(대기업)은 뒷짐만 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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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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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열티 줄이고 공동부담" 요구…본사는 침묵

'전국 편의점 동시 휴업', '심야영업 중단', '신용카드 선별 거부' 등의 집단행동을 예고했던 전국편의점가맹협회(전편협)는 16일 성명을 내고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업종별, 지역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과 함께 로열티(가맹수수료) 인하를 요구하고 나섰다.

전편협 관계자는 "가맹수수료를 인하하라는 것은 점주들이 살겠다는 이기적인 발상이 아니라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담을 정부와 본사, 점주들이 공동으로 짊어지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강남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A씨도 "계약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본사가 가져가는 이익배분율이 높고, 매출이 늘어날수록 배분율이 높아지기도 한다"며 "매출이 높아지면 알바생이든 점주든 고생은 고생대로 하는데 정작 남는 건 많지 않고 본사만 이익을 보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본사 통해서만 제품을 납품받는데, 단가도 일반 마트와 소매가격과 비교하면 저렴하지 않다"며 "일반 마트가 세일을 할 때는 오히려 납품단가가 더 비싼 경우도 있지만 어쩔 수 없이 해당 가격에 구매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편의점주들이 본격적으로 가맹수수료 인하 요구에 나섰지만 업계는 아직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가맹비를 낮춰야 한다'는 요구에 대해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CU나 GS25의 실질적인 영업이익률은 3~4% 수준이고, 미니스탑의 경우엔 1~2%에 불과하다"며 "이런 상황에서 본사가 가맹수수료로 갑질을 한다는 주장은 솔직히 억울한 면이 있다"고 하소연했다.

다른 관계자도 "상생지원을 통해 점주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방안을 고려 중"이라면서도 "가맹수수료 인하와 관련해서는 아직 공식적인 답변을 내놓긴 어렵다"고 전했다.

다른 유통업계 관계자도 "일단 편의점주들과 상생협약을 진행하고 있다"면서도 "가맹수수료 조정과 관련해서는 지금 당장 뚜렷한 입장을 내놓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답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최저임금 인상과 같은 정책 문제는 결국 정책적으로 보완되는 것이 옳다고 본다"면서 "특정 기업이 나서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dongchoi8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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