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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두터운 철문 지나 7개 관문 통과…“열려라 보물 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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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국립중앙박물관 수장고 첫 공개

카드·열쇠·지문 동원 출입통제 철저

20cm 철문 지나 덧신 신고 복도 이동

도자기·토기 7만3천점 보관 3수장고

습기에 강한 나무로 짠 바닥·수납장

종이 바스라질라…금속류 녹슬라

수장고 맞춤형 첨단 방온방습시설

CT로 내부 투사…불상 과학적 보존

수장고 80% 채워 내년에 확장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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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들어갑니다. ”

직원의 안내에 이어 두께 20cm를 넘는 철문이 열렸다. 천장이 6m를 넘고 길이가 140여m에 달하는 복도가 나타났다. 위압적인 분위기의 복도 양쪽벽으로 나라를 대표하는 문화유산들이 모인 수장고 철문들이 번호를 붙인 채 도열해 있었다.

17일 오전 서울 용산구의 국립중앙박물관 본관 1층의 3수장고 내부는 취재진으로 북적거렸다. 이날 박물관은 2005년 개관 뒤 처음으로 ‘심장부’인 수장고 공간 일부를 여러 언론사에 공개했다. 기자들은 직원들이 입구에서 나눠주는 덧신을 신고 수장고로 들어갔다.

모든 수장고는 전실과 유물 보관실로 나뉘어 있다. 우선 눈에 띈 것은 철저한 출입 통제 시스템이었다. 수장고 복도의 정문격인 철문부터 40여m 떨어진 3수장고 전실까지 오는데 전산카드와 수동열쇠를 함께 쓰는 보안장치 7개를 풀어야했다. 마지막 방인 수장고 보관실도 전담 직원들의 지문을 확인하고서야 열렸다.

3수장고는 도자기와 일부 토기류의 보금자리다. 모두 218개의 나무 수납장에 7만3천여점의 작품이 보관돼 있다. 나무장이 열지어 들어선 보관실에 들어서자 코로 들어오는 공기의 느낌이 달라졌다. 박진우 유물관리부장은 “공기도 4중으로 걸러져 나온다. 집보다 공기가 좋다”고 웃으며 설명을 시작했다. “보관실 바닥은 너도밤나무입니다. 수납장의 뼈대는 미송, 판재는 오동나무로 만들었어요. 습기를 견디고 벌레가 잘 안먹는 재질이죠. 금속못도 안 쓰고 전통가구 결구방식으로 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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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납장들엔 국내 도자기 명품들이 모여있다. 일제강점기부터 있던 각종 고대 토기와 소변보는 호랑이 모양 용기인 호자, 조선 사대부집에서 쓰던 제기와 무덤에 넣던 작은 명기, 근대 채색접시, 도자편들을 포장한 상자 등이 줄줄이 놓여있었다. 수납장 사이 통로들을 지나가며 양쪽을 보면 도자기 역사를 훑는 기분이 든다.

방온·방습은 각 수장고 특성에 맞춰 온도는 16~24℃, 습도는 50~60%선에서 유지한다. 3수장고의 습도는 50% 안팎, 종이류 수장고는 60%, 금속류 수장고는 40%로 맞춘다. “습도가 너무 낮으면 종이가 바스러지기 쉽고 반대로 습도가 높으면 금속류는 녹이 쉽게 슬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박물관 전체 소장품은 41만여점. 개관 이후 13년 동안에도 막대한 양의 추가 유물들이 들어왔다. 현재 수장고의 80%가량이 차서, 박물관은 내년에 수장공간을 넓히는 공사를 계획하고 있다.

뒤이어 들른 보존과학실에서는 독일제 컴퓨터단층촬영(CT) 기기 `모듈러‘가 시선을 모았다. 기기가 고려불상을 여러 방향에서 투사하고 직원들이 연결된 모니터에서 투사된 불상 내부를 분석하고 있었다. 지난해 17억원을 들여 구입한 ‘모듈러’는 병원에서 인체를 찍는 컴퓨터촬영기기와 원리, 기능이 비슷하다. 하지만, 훨씬 강한 엑스레이선을 사용해 더욱 명확한 해상도로 내부를 들여다 볼 수 있다. 모니터로 본 불상 내부는 금박선과 재료인 흙이 잔존한 정도까지 드러나 보였다. 유혜선 보존과학부장은 “불상 내부의 재질, 금박선, 벌레 파먹은 정도까지 입체적으로 관찰할 수 있다”며 “유물의 안전 진단과 진위 판별 등에서 보존과학의 수준을 크게 높일 것“이라고 기대했다.

글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사진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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