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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여행썰풀이] 대만 공무원은 '우육면'을 먹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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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윤슬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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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윤슬빈 여행전문기자 = 대만 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즐거움이 먹거리다. 외식 문화가 발달한 덕에 잘 차린 요리부터 간단한 요깃거리까지 그 종류만 해도 수만 가지.

그중에서 특히 우리나라 여행객의 입맛까지 사로잡은 요리가 '우육면'(牛肉面)이다. 거리에 우육면 간판을 찾는 것이 편의점 찾기보다 쉬울 정도로 음식점 수도 많다.

대만에서 '뉴러우미엔'이라고 발음하는 우육면은 소고기와 사골을 넣고, 오래 끓인 육수에 면을 넣어 만든 중국 요리다. 해장용으로도 손색 없을 진한 국물에 육질이 살아 있는 소고기가 넉넉히 들어 있어, 여름철 몸보신 음식으로도 제격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대만 공무원들은 우육면을 입에 대질 않는다.

실제로 대만 남부 타이난시 취재 중 만난 20년 경력의 시청 공무원에게서 "공무원이 된 이후 우육면을 먹어본 적이 없어서, 그 맛이 기억이 안 난다"는 얘기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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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난시에 있는 우육면 전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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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육면 맛집으로 알려진 음식점들은 보통 소 농장을 함께 운영해 싱싱한 소고기를 매일 공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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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가 뭘까. '알레르기가 있어서?' '소고기가 맛이 없어서?'도 아니다. 공무원을 포함해 일부 대만 사람이 두 가지 이유로 소고기를 먹지 않는다.

실제로 대만의 한 시장 조사 기관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만 사람 중 40%가 소고기를 먹고 14.9%가 소고기를 전혀 먹지 않는다고 답했다. '어느 쪽도 아니다'라는 답은 45.2%였다.

200~300년 전, 대만에서 소는 농경에 필수적인 도구이자 '동료' 였다.

따라서 소를 먹는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던 일이었다. 그때 문화를 계속 이어오고 있는 사람들이 현재까지도 소를 먹지 않게 된 것이다.

다른 하나는 시험을 치르는 이들에게 '금기 음식'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된 설이 있는데, 하나는 중화권의 학문의 신으로 알려진 문창제(文昌帝)가 가축에 내려와 있어 소를 먹어 버리면 신이 문제 해결을 도와주지 않는다고 믿기 때문이다.

시험을 보고 들어온 공무원 중 일부는 승진시험 등을 치러야 하기에 자연스럽게 소고기를 멀리한다고 한다.

또 불교에서 지옥의 심문을 하는 사람이 우두인신(牛頭馬頭)으로 소고기를 먹으면 벌을 받고, 운이 떨어진다는 얘기가 전해 내려온다.

단지 소고기를 안 먹는 이유가 '미신' 때문이라니 허무맹랑해 보이지만, 이것도 대만 문화의 일부분이다. 대만 친구를 사귀게 된다면 소고기를 먹는지 여부를 한 번 물어보자. 또 다른 재미있는 대답이 돌아올지 모른다.
seulb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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