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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동맹 때리고 적국엔 굽히고?…일주일간 국제질서 들쑤신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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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토 비판으로 시작해 푸틴 두둔한 '저자세 외교' 논란으로 정점

"EU는 적, 독일은 포로"라고 불러…英여왕·메이 총리엔 '결례' 논란

연합뉴스

첫 공식 정상회담서 악수하는 트럼프-푸틴



(서울=연합뉴스) 임주영 기자 = 약 1주일에 걸쳐 숨가쁘게 이어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유럽 순방이 16일(현지시간)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끝으로 시끌벅적하게 마무리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순방기간 내내 적과 동맹의 경계를 허무는 듯한 돌출언행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특히 동맹인 나토를 때리고, 잠재적 적국인 러시아를 향해 '저자세 외교' 논란을 자초하는 행보를 보여 전후 국제질서를 흔드는 양상을 연출했다.

로이터통신은 16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벨기에와 영국, 핀란드 순방에서 전통적인 우방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향해 자주 비아냥대거나 위협하는 모습을 보인 반면, 미국 정보기관이 2016년 자국 대선에 개입했다고 결론 내린 러시아에 대해선 연신 비위를 맞추는 모습으로 대조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통신은 특히 이번 순방이 그가 재임한 18개월 동안 가장 크게 비판받는 해외 방문이 됐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1∼12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선 동맹국들이 방위비를 충분히 분담하지 않는다고 힐난했다가 동맹국들이 방위비 확대 입장을 밝히자 다시 칭찬하는 자세로 돌아서는 등 혼란스런 행보를 보였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를 향해선 독일이 러시아의 가스 도입을 위해 추진하는 파이프라인 사업을 언급하며 독일이 러시아의 "포로"가 됐다고 하는 등 외교가에서 이례적으로 여겨질 수 있는 '모욕적' 언사를 던져 파문을 일으켰다.

다음 방문지인 영국에서도 외교적 결례에 가까운 돌출 행동이 이어졌다. 현지 신문 인터뷰에서 테리사 메이 총리의 정치적 반대파이자 최근 사임한 보리스 존슨 전 외무장관을 훌륭한 총리감이라고 치켜세우면서 메이 총리의 속을 뒤집어 놓았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연합(EU)과 긴밀한 경제 관계를 이어가는 '소프트 브렉시트(Soft Brexit) 전략을 추구하는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협상을 비난하면서 내정간섭 논란까지 불러일으켰다. 파문이 커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메이 총리를 훌륭한 리더라고 추켜세우는 등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레슬리 빈자무리 연구원은 처음엔 트위터를 이용해 동맹국들을 비판하고선 이후 공개리에 잘 해결됐다고 선언하는 '트럼프식' 의사 표명은 의도적인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예방하는 자리에서 여왕보다 앞서 걷고 앞을 가로막기도 해 왕실 예법에 어긋나는 행위를 했다는 입방아에 올랐다.

연합뉴스

트럼프, '소프트 브렉시트' 메이 직격 (PG)



돌출 행동은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전날에도 계속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CBS 방송과 인터뷰에서 유럽연합(EU)을 통상 정책에서 "적(foe)"이라고 불렀다. 이런 언급은 그가 서방 세계의 온갖 불만을 받아온 푸틴 대통령을 "좋은 경쟁자(good competitor)"라고 한 것과 대비된다.

하이라이트는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계기로 불거진 '저자세 굴욕외교' 논란이었다. 동맹을 몰아붙이던 '좌충우돌' 언행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 만남에서는 자신감 없는 듯한 태도를 보였을 뿐만 아니라 러시아의 2016년 미 대선 개입 의혹을 푸틴 대통령에게 공개적으로 따져 묻지 않았다.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의 대선 관여를 비난해온 미 정보기관 대신 푸틴 대통령에게 신임장을 준 셈이 됐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이에 따라 푸틴과의 회담을 끝으로 귀국길에 오른 트럼프 대통령은 야당인 민주당은 물론 집권여당인 공화당 소속 의원들과 언론으로부터 집중포화를 맞는 신세가 됐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오랫동안 바라왔던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지만, 구체적인 성과는 남기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통신은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순방 이벤트의 끝자락에서 '실체가 있는 선물'을 하나 챙겼는데, 바로 푸틴 대통령이 건넨 이번 러시아 월드컵 마크가 찍힌 축구공이라고 꼬집었다.

z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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