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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시진핑 초상 먹물투척 사건 후 인민일보 1면서 그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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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전쟁에 권력약화설 번져

'왕양·후춘화 후임설' 등 유언비어도

시진핑 초상화 먹물사건 이후

개인숭배 수위 조절 나선 것 분석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이름이 일주일 사이에 이틀 간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1면에서 사라지면서 우상화 선전이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는 보도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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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이름이 사라진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9일자, 15일자 1면. 오른쪽은 19차 당대회 폐막 다음날 시진핑 초상화를 크게 게재한 2017년 10월 29일자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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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소리(VOA)와 자유아시아방송(RFA), 싱가포르 연합조보 등은 17일 미국과 무역전쟁 발발 이후 9일과 15일 인민일보 1면에서 시진핑 이름이 사라졌다며 2012년 집권 이후 마오쩌둥(毛澤東) 시대를 방불케 하던 개인숭배 선전이 수위조절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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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중국 관영 신화망이 게재한 ‘화궈펑의 사죄’ 기사와 덩샤오핑 드라마 속 화궈펑 전 중국공산당주석. [사진=CHINA DIGITAL TIMES 캡처]




11일에는 관영 신화망이 돌연 “화궈펑(華國鋒) 사죄”란 제목의 과거 기사를 게재했다. 1980년 당주석이던 화궈펑이 지방을 시찰하면서 주위에 계엄을 발동한 일, 화 주석이 앉았던 중앙당교 의자를 박물관에 보존한 일, 지방정부가 화 주석 고향 집을 기념관으로 만든 일을 민중이 중앙기율위에 고발한 기사였다.

당시 황커청(黃克誠) 기율위 서기는 이를 ‘새로운 개인숭배’로 규정하고 엄중하게 조사했으며 화 주석이 잘못을 인정했고, 당 서기처는 “이후 20~30년 안에 현임 중앙 지도자의 초상화 게양을 일률적으로 금지한다”고 결정했다. 신화망의 해당 기사는 네티즌의 각종 억측이 담긴 댓글이 쇄도하자 곧바로 삭제됐다. 개인숭배를 이유로 권좌에서 물러났던 화궈펑을 중앙의 관영 매체가 재조명하자 시 주석 강제 하야설로 번졌다.

최근 시 주석 우상화 중단은 전국적으로 번지고 있다. 시 주석의 고향인 산시(陝西)성사회과학계연합회는 시 주석이 문혁 시기 하방했던 지역과 시진핑 사상의 연계성을 연구하는 “량자허(梁家河) 대학문” 연구 사업을 중단했다. 당 선전부가 주도했던 시진핑 개인숭배 추세와 정반대 행보다. 최근까지도 인민해방군 포병부대는 문화대혁명 시기 ‘마오 주석 어록’과 같은 붉은 ‘시 주석 어록’을 인쇄 보급했으며, 중국중앙방송(CC-TV)은 시 주석의 하방 시절을 찬양한 12회 다큐멘터리 ‘량자허’를 방영했다.

중국에서는 미·중 무역 전쟁 돌입과 함께 시진핑 권력 약화설이 번지고 있다. 홍콩 명보는 16일 오는 19일 열흘 일정으로 중동·아프리카 5개국 순방에 나서는 시진핑 주석이 무사 귀국을 우려하며, 왕후닝(王?寧) 상무위원 겸 중앙서기처 서기가 외교정책 실패를 책임지고 낙마할 것이며, 장쩌민·후진타오·원자바오·주룽지 등 40여 명의 원로가 정책 재검토를 요구하는 연대 서명에 돌입했고, 이미 왕양(汪洋) 정협 주석과 후춘화(胡春華) 부총리를 시 주석 후임으로 선정했다는 등 각종 유언비어가 난무하고 있지만 모두 근거가 없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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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상하이 한 여성이 중국 인터넷에 올린 동영상에서 시진핑 초상화에 먹물을 투척하는 장면. [사진=RFA 웹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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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주석 우상화 중단 원인은 무역 전쟁 보다 이달 초 상하이에서 발생한 시진핑 초상 먹물 사건 영향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후난(湖南)성 출신의 여성 둥야오충(董瑤瓊·29)은 지난 4일 상하이 하이난항공 건물 주위에 게시된 시진핑 초상 선전물에 먹물을 뿌리는 장면을 SNS에 생방송 한 혐의로 경찰에 연행된 뒤 지금까지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먹물 사건 이후 온·오프라인 등 중국 전역에서 유사한 사건이 빈발하자 베이징·둥관·창사·톈진 등 지방 정부는 마치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는 시 주석 초상화 제거 작전을 완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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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중국 인터넷에 유포된 광둥성 자오칭시의 시진핑 선전물이 훼손되어 있다. [사진=RFA 웹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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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의 시사 평론가장리판(章立凡)은 RFA에 “먹물사건은 전국에 초상화를 게양하는 등 (시진핑) 신격화가 야기한 것”이라며 “권력이 한 사람에게 집중되면 원망 역시 일인자에게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신격화를) 반대하는 행동이 전국적으로 번진다면 원만한 수습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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