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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샌드위치 K뷰티下]화장품도 중국 굴기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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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뷰티 모방한 中브랜드 2016~2017년 성장률 글로벌 1위
전세계 성장률 상위 31개 중 8개가 中…韓은 4개 불과
K뷰티 강세 마스크팩도 中현지 업체가 장악
중저가 시장 공략하던 中업체들 럭셔리 라인업 선봬
한국 인력 대거 빼내 기술력까지 높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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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브랜드 '이예즈'의 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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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아시아경제 박미주 기자]"화장품이나 용기를 만들어 판매하는데 매출을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중국 업체로의 수출이 굉장히 늘었다."(일본의 화장품 제조업자생산(ODM) 업체 암프리의 시노다 준 전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로 사실상 잃어버린 시간은 2년여다. 국내 업체들은 여전히 중국 매출이 많이 나오지 않고 있지만 그 사이 중국 현지 기업들이 많이 치고 올라왔다. 기술력도 많이 키워 그냥 놔두면 금방 따라올 수 있을 정도라 위기감을 느낀다."(중국에 진출한 국내 화장품 업체 팀장)

산업체별로 대륙의 굴기가 지속되는 가운데 화장품 산업에서도 중국의 맹추격이 시작됐다. 가장 매력적인 시장으로 꼽히는 중국 내에서 자국 브랜드들이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며 한국 브랜드들과 일부 소비층이 겹쳤고 고급 화장품시장에도 발을 내디디며 국내 화장품 업체들을 위협할 기세다.

17일 시장 조사 회사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16년과 지난해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한 브랜드는 70% 이상을 기록한 중국의 '이예즈(One-Leaf)'였다. 4위도 30% 정도의 중국 '한후(Hanhoo)'였다. 이 두 브랜드는 'K뷰티'를 벤치마킹한 브랜드였는데 어느새 한국 브랜드보다 더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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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췌링 마스크팩. 바이췌링은 2016~2017년 티몰 광군절에 2년 연속 화장품 판매량 1위를 기록한 중국의 식물성 약초 화장품 콘셉트 브랜드다.(사진=유안타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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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성장률 상위 화장품 브랜드 31개 중 원리프와 한후를 포함해 '바이췌링(Pechoin)', '즈란탕(Chando)', '추이야(Beautrio)', '유니팡(Yunifang)', '오우포라이(Aupres)', '한슈(KanS)' 등 8개가 중국 회사 브랜드였다. 한국 브랜드는 'AHC'와 LG생활건강의 '숨'과 '후' '이니스프리' 등 4개에 불과했다. 또 지난해 중국 스킨케어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한 브랜드는 바이췌링으로 2014년 점유율 2.6%에서 지난해 4.5%까지 넓혔다. 지난해 매출액 기준 상위 15개 브랜드 중 9개가 중국 자국 브랜드였다.

한국 업체들이 강세를 보이던 마스크팩시장도 현지 업체들이 장악했다. 지난 5월 한 달간 중국 온라인쇼핑몰 티몰과 타오바오에서 판매된 마스크팩 브랜드 중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린 브랜드는 중국의 이예즈였다. 매출 상위 10개 브랜드 중 8개가 중국 회사였다. 한국 업체는 5위를 차지한 제이엠솔루션 하나였다. 중국 브랜드가 전체 매출의 61.7%를 차지했고 한국은 15.7%로 2위였다. 이어 일본, 태국, 미국, 프랑스 등의 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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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로컬 브랜드 '마리달가'의 무인판매점 모습(사진=IBK투자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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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화장품시장 규모는 전 세계 2위다. 2011년 일본을 제치고 세계 3위에서 2위로 상승한 이후 2015년 33조5000억원에서 지난해 54조원으로 늘었다. 지난해 성장률은 9.6%로 주요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올해는 6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글로벌 브랜드들이 중국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현지에서 신제품을 대거 출시하는 등 더욱 격전을 벌이고 있다. 중국 현지 업체까지 점유율을 늘리면서 자연스레 중국인들을 기반으로 매출을 늘려온 K뷰티에 위협이 되는 셈이다.

사드 이후 중국에서의 브랜드 포지셔닝도 변하면서 소비층마저 겹치고 있다. IBK투자증권에 따르면 중국에 진출한 한국 로드숍 전용 브랜드들이 현지 쇼핑몰과 왓슨스 등에서 가격을 인하하며 매스티지층을 타깃으로 하는데 중국 화장품 업체들도 브랜드 포지셔닝을 한 단계 높이며 매스티지존으로 유입했다.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나 LG생활건강의 후는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들의 프리미엄 라인업 강화와 신제품 출시로 럭셔리가 아닌 프리미엄 브랜드 포지셔닝이 되고 있다. 정승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지난 5월 중국 미용박람회에서 화장품 디자인으로만 봤을 때는 중국 로컬 화장품과 해외 명품 화장품과 큰 차이점이 없었다"며 "중국 로컬 화장품 업체들은 고가 화장품을 출시하며 중저가 화장품에 주력하던 과거와 다른 모습을 나타냈다"고 전했다.

중국 업체들은 한국 인력까지 대거 빼내간 덕에 기술력을 높였다. 국내 한 화장품 회사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이 2015년께 연봉 1억원 선을 제시하며 인력을 빼갔고 기술력도 많이 올라왔다"며 " 2년이면 웬만큼 알맹이를 빼먹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부 직원들은 중국 회사로 이직했다가 2년 계약기간도 못 채우고 일자리를 잃기도 했다"며 "일부 업체들이 한국 인력에 가족, 학교와 아파트 등을 보장하는 조건을 내거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요즘은 인력 빼가기가 다소 소강 상태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국과 일본의 화장품 ODM사에서 양질의 제품을 납품받으며 중국 화장품 제품력이 올라오기도 했다. 실제 국내 양대 화장품 ODM사인 코스맥스와 한국콜마는 중국에 진출해 거의 대부분의 생산품을 현지 업체로 보내고 있다. 중국 화장품시장과 현지 업체의 성장에 힘입어 이들 매출도 증가세다. 코스맥스와 한국콜마의 지난해 중국법인 매출은 각각 31%, 11%였다. 이들 업체는 올해에도 두 자릿수의 성장률을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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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로컬 브랜드 대비 국내 브랜드들의 현지 유통망은 비교적 열세에 있다. IBK투자증권에 따르면 중국에서 '코스메틱 스토어존'을 형성한 브랜드들이 한국 로드숍 브랜드를 롤모델로 급성장했다. 이들 브랜드의 지난해 전국 매장은 2000개 정도이며 한국 로드숍 평균 800~1300개보다 많다. 로컬 업체들은 향후 3~4년 내에 브랜드당 최소 1만개의 출점을 계획하고 있다. 무인 립스틱 판매 등 스마트 화장품으로 젊은 층을 사로잡은 알리바바와 티몰의 연합 화장품 브랜드 '마리 달가(Marie Dalgar)' 등 경쟁력 있는 브랜드도 등장했다.

국내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K뷰티 매출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중국시장을 놓칠 수 없다"면서도 "최근에는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홍희정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코리아 연구원은 "K뷰티의 콘셉트를 차용한 여러 '미투' 제품, 프리미엄 소재와 고급스러운 패키징을 앞세운 J뷰티의 등장 등으로 K뷰티는 장기적 발전을 고심하고 있는 시점"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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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주 기자 beyon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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