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9 (금)

中, 곳곳서 시진핑 ‘개인숭배’에 반기…“무역전쟁 여파”

댓글 2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국 곳곳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의 ‘개인숭배’에 반발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공산당 내부에서도 시 주석의 우상화를 경계하는 조짐이 나타나면서, 그간 탄탄했던 시 주석의 입지가 미·중 무역전쟁으로 흔들리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6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중국 후난성 출신의 한 여성은 지난 4일 새벽 상하이 푸둥 신구 루자쭈이 금융무역구에 나타나 “권위주의 독재에 항의한다”며 시 주석의 얼굴이 그려진 공산당 기관지 포스터에 먹물을 뿌렸다. 동야오칭(29)이라는 이름의 이 여성은 이를 자신의 트위터로 생중계했으며, 4일 오후 “제복을 입은 남자들이 집에 찾아왔다”는 글을 마지막으로 사라졌다. 현재 동야오칭의 트위터 계정과 비디오는 삭제됐다.

조선일보

중국 후난성에 거주하는 동야오칭(29)이 2018년 7월 4일 상하이 푸둥 신구 루자쭈이 금융무역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얼굴이 그려진 공산당 포스터에 먹물을 뿌리고 있다. / 동야오칭 트위터


동야오칭이 사라진 후 그의 아버지인 동지안바이오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자신이 동야오칭의 아버지임을 밝히는 영상을 올렸다가 공안 당국에 체포된 것으로 전해졌다. 베이징에 거주하는 예술가 겸 사회운동가 화용 또한 소셜미디어에 동야오칭과 그의 아버지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가 공안에 체포됐다.

화용은 16일 오후 12시쯤 풀려난 것으로 확인됐으나, 친구와 동료 운동가들과는 연락이 닿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의 행방도 묘연하다. 이와 관련, 화용의 친구인 궈씨는 “그가 어머니와 영상통화를 했다고 들었다”며 “그가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상태인 것 같지만 완전히 자유로운 것 같지는 않다. 아직도 공안과 있을 수 있다”고 했다.

궈씨는 동지안바이오가 고향인 후난성으로 보내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당이 이번 일을 조용히 넘어가길 원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궈씨는 “그들은 동지안바이오와 화용을 감시하고, 화용이 이 일에 대해 공개적으로 말하고 다니지 못하도록 그의 인터넷 활동을 제한할 것”이라고 추측했다.

화용의 다른 친구인 지펑은 동야오칭의 경우 처벌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펑은 “화용이 그의 가족과 영상통화를 했다는 걸로 미뤄보아 그의 상황이 그렇게 심각한 건 아닌 것 같다”며 “동야오칭은 다른 문제”라고 했다.

RFA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번 사건이 알음알음 퍼지면서 중국 공산당이 이를 모방하는 사람들이 등장할 것을 심히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공산당은 사건 이후 후난성 성도인 창사시와 베이징, 광둥성에 시 주석의 초상화를 모두 철거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이에 따라 창사시에 있던 시 주석의 초상화는 사회주의의 핵심 가치가 적힌 전단으로 대체됐으나, 이마저도 누군가에 의해 훼손된 것으로 전해졌다.

조선일보

2018년 7월 1일 중국 지린성 창춘시에서 첫선을 보인 ‘홍색열차’. 내부 벽면에 ‘모두가 먹고 살 만한 사회(소강사회) 건설을 반드시 이루어내자(決勝全面建成小康社會)’ 등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어록이 새겨져 있다. / 웨이보


일본 산케이신문은 중국 공산당 내에서도 시 주석에 반(反)하는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산케이에 따르면, 산시성 내 정부와 연계된 연구기관과 사회과학원 등에서 최근 ‘시진핑 사상’을 연구하는 프로젝트가 갑자기 중단됐으며 다른 성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중국 국영 신화통신은 얼마 전 화궈펑<사진>에 대한 기사를 올렸다 삭제하기도 했다. 화궈펑은 과거 마오쩌둥의 후계자로 당 주석에 취임했다가 개인숭배와 관련해 비판을 받았던 인물이다. 산케이신문은 “해당 기사는 곧 삭제됐지만 시 주석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며 “시 주석이 미국의 대(對)중 공세에 애를 먹고 있는 만큼 구심력에 그림자가 드리워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홍콩 언론은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가 최근 1면에 시 주석의 이름을 거의 싣고 있지 않다는 점에 주목했다. SCMP는 한 정치학자를 인용, “중국 공산당 지배의 정통성은 순조로운 경제에 힘입어왔다. 무역 전쟁을 통해 경제 위기가 일어나면 그 정통성은 확실하게 요동친다”며 “시진핑은 체제 출범 이후 최대의 시련을 맞이했다”고 전했다.

조선일보

시 주석은 집권 2기를 맞아 ‘시황제(習皇帝)’라는 별칭을 얻을 정도로 절대 권력을 누리고 있다. 지난 3월 주석 연임 금지 조항을 없앤 헌법수정 건의서를 통과시키며 장기집권의 초석을 닦은 데 이어 마오쩌둥, 덩샤오핑과 함께 자신의 이름을 딴 사상을 헌법에 올렸다. ‘격대지정(隔代指定)’의 관례도 깼다. 격대지정은 덩샤오핑이 독재자의 출현을 방지하기 위해 만든 후계자 지명 원칙이다.

시 주석에 대한 개인숭배의 흐름도 본격화했다. 지난 1일 지린성 창춘시에서 운행되기 시작한 ‘홍색열차’가 대표적이다. 열차 객실 전체에는 시 주석의 어록과 정치적 구호가 쓰여져 있다.

학교와 연구기관에서는 ‘시진핑 사상’에 대한 연구활동이 활발하다. 올해 당의 승인을 받아 새로 발족한 ‘시진핑 사상’ 연구센터는 10곳에 이르며, 중국판 수능인 가오카오의 논술(작문) 시험에서는 ‘시진핑 사상’과 관련된 문제들이 다수 출제됐다.

[박수현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