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9 (금)

[초복 르포]개고기 퇴출된 모란시장 “복날에도 안팔려…‘보신탕’ 간판 내렸어요”

댓글 9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헤럴드경제

초복을 하루 앞둔 지난 16일, 한때 수도권 최대 규모의 육견 시장이 조성됐던 성남 모란시장 내 건강원 거리는 손님이 없어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가게에는 냉장고가 진열돼 있었지만, 개고기를 내놓은 곳은 찾기 어려웠다. [사진=이민경 수습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손님 끊기며 모란시장서 자취 감춰…대부분 업종 변경

-“개도축 지방서 더 음성화”…육견 합법화 ‘찬ㆍ반’ 집회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ㆍ이민경 수습기자] 초복을 하루 앞둔 지난 16일 오후. 한때 ‘개고기’로 유명했던 경기 성남 모란시장 입구는 방문객이 거의 없을 정도로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가게 입구에 ‘사철탕’, ‘영양탕’ 등 개고기를 의미하는 광고 문구가 붙어 있는 곳이 일부 남아있었지만, 공개적으로 도축을 하거나 도축된 개고기를 진열해놓은 곳은 찾기 어려웠다.

모란시장에는 지난 2001년까지만 하더라도 54곳의 육견 도축업소가 자리 잡았다. 그러나 도축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악취 때문에 인근 주민 민원이 잇따랐고, 동물보호단체의 지속적인 개식용 반대 캠페인으로 육견 도축시설은 설 자리를 잃었다. 현재 모란시장에는 육견 도축업체가 한 곳 남았지만, 이마저도 지자체와의 소송전이 한창인 상황이다.

도축업체는 사라졌지만, 아직 모란시장 한쪽에 개고기를 판매하는 건강원은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러나 매년 반복되는 ‘육견 논쟁’에 조심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도축된 개고기를 냉장고에 진열해놨던 한 건강원은 “요즘에 개고기를 진열해놓는 곳이 어디 있느냐”며 손사래를 쳤다. 모란시장에서 건강원을 운영하는 유모(48) 씨는 “도축장은 거의 사라졌고 40개였던 개고기 판매점도 최근 20개로 줄었다”며 “요즘에는 고기를 사가는 사람은 거의 없고, 개고기를 먹는 노인들도 모두 식당에서 요리를 직접 사먹는다”고 답했다. 윤 씨는 “노인들이 개고기를 사가더라도 어떻게 요리를 해먹겠느냐”며 “나도 차라리 식당에 가서 한 끼 사먹는 게 낫다고 말해준다”고 덧붙였다.

김용북 모란가축상인회장 역시 “이제 모란시장에서는 개고기를 찾기 어려워졌다”며 “중국 동포들을 상대로 영업하는 소수가 있지만, 식당들도 지금은 낙지 등 다른 보양식으로 전업 중”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최대 규모의 육견 도축 단지는 모습을 감췄지만, 모란시장 내 판매점과 전국 식당에는 여전히 육견이 공급되고 있다. 서울 광진구의 한 육견 전문 식당 주인인 김모(52ㆍ여) 씨는 “예전에는 모란시장에서 육견을 눈으로 비교하며 구매했지만, 요즘에는 농장에서 직접 계약을 통해 도축된 고기를 공수해온다”고 설명했다.

헤럴드경제

모란시장 내에 있던 54개 육견 도축업체는 한 곳을 제외하고 모두 사라진 상황이다. 시장 한쪽에서는 개고기 합법화를 주장하는 마지막 도축장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사진=이민경 수습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대한육견협회 관계자는 “지방 농장에서 직접 도축을 해 식당에 고기를 공급하는 경우도 있지만, 합법화를 기다리지 못하고 문을 닫는 농장이 상당수”라며 “정부가 개식용 합법화를 미루는 사이 육견 산업은 점점 더 음성화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개식용 합법화와 불법화를 주장하는 다툼이 반복되는 사이 육견 도축업은 음성화되고 있다. 최근에는 경기 남양주에서 불법 육견 농장이 발견돼 동물보호단체가 구출에 나서기도 했다. 해당 농장은 원래 주인이 폐업한 틈을 타 불법으로 자리를 차지하고 무단으로 도축을 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구출을 주도한 동물권단체 케어의 박소연 대표는 “해당 농장은 추위로 죽은 어린 반려견을 육수용으로 도축해 공급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며 “불결한 상황에서 길러진 동물들이 제대로 소독, 세척 처리되지 않은 가공상태로 유통되며 대장균 등 건강 문제까지 야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개식용을 둘러싼 양측의 공방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지난 15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서로 집회를 벌였던 케어와 육견협회의 입장 차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케어 측은 17일 서울광장에서 개식용에 반대하는 대규모 전시회를 진행한다고 밝혔고, 육견협회 역시 복날 등을 중심으로 지속적인 육견합법화 집회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osyoo@heraldcorp.com

- Copyrights ⓒ 헤럴드경제 & herald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전체 댓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