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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트레이드 활성화 방안, 신인 지명권 거래 승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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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프로야구 10개 구단 관계들이 24일 양재동 THE-K호텔에서 열린 2016 KBO신인드래프트 2차 지명에 참석해 의논하고 있다. 2015.8.24 스포츠서울DB



[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스카우트팀 직원들에게 올스타브레이크는 남의 나라 얘기다. 지난 15일 한 여름 땡볕 아래서도 각 구단 스카우트팀은 분주하게 아마추어 선수들을 관찰한다. 7주 앞으로 다가온 드래프트에 대비해 선수들이 대회에서 보여주는 모습 뿐만 아니라 훈련까지 모든 것을 담았다. KIA 김지훈 스카우트 팀장은 “대회만 봐서는 선수의 모든 것을 판단할 수 없다. 훈련하는 모습과 친구들, 후배들을 대하는 모습까지 다 지켜보고 인성도 고려한다”고 말했다. LG 김동수 스카우트 총괄 또한 “스카우트 팀이 따로 움직이며 최대한 많은 선수들을 관찰하고 있다. 훈련 때 나은 선수가 있고 실전에서 더 잘 하는 선수가 있다. 둘 다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잠재력을 봐야하기 때문에 다각도로 꾸준히 선수를 바라보며 평가한다”고 귀띔했다. SK 염경엽 단장은 “스카우트 시절 고등학교 선수가 성장기를 마치고 체력이 어떻게 변할지 예상하기 위해 선수 부모님의 체격까지 고려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렇게 각 구단 스카우팀은 하나라도 많은 정보를 얻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지만 막상 드래프트를 마치고 나면 아쉬움이 남기 마련이다. 특히 지난해부터는 ‘베이징키즈’라 불리는 세대들이 빼어난 잠재력을 뽐내면서 신인 지명의 중요도가 한 층 높아졌다. 선수 출신 단장이 많아지면서 이제는 단장들도 직접 아마추어 경기를 찾아 관전한다. 2군 경기와 아마추어 경기를 관전하러 다니는 LG 양상문 단장은 “앞으로 스카우트에 사활을 걸 것”이라고 말했다. 신인지명과 육성이 구단의 기틀을 잡은 가장 중요한 작업이라는 얘기다.

그런데 오는 9월 10일에 열리는 드래프트에선 이대은, 이학주, 하재훈, 김성민 등 해외파도 대거 참여하면서 1라운드 지명이 짙은 안개 속에 빠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구단 스카우트는 “마음 같아선 1라운드 지명권을 2개 행사했으면 좋겠다. 올해 같은 경우 1라운드 지명권 2개면 즉지 전력과 미래 전력을 모두 손에 넣을 수 있다. 다른 팀도 이런 생각을 한 번 쯤은 해 봤을 것”이라고 입맛을 다셨다. 스카우트 출신 넥센 고형욱 단장은 “1차 지명도 어려웠는데 드래프트 1, 2라운드도 쉽지 않다. 매년 드래프트가 어려웠지만 올해도 그렇다. 해외파의 경우 8월 중순 트라이아웃 등을 통해 몸상태를 확인할 계획이다. 참 지명권 하나하나가 소중하다”고 설명했다.

만일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이렇게 가치가 높아진 신인 지명권의 거래를 승인한다면 7월 트레이드 시장에도 불이 붙을 것이다. 우승을 노리는 팀은 1라운드 신인 지명권을 하위권 팀에 넘기는 대신 하위권 팀의 즉시전력감 선수를 받아올 수 있다. 예를 들면 이대은 지명을 바라보고 있는 KT와 상위권 팀이 각각 지명권과 선수를 놓고 협상테이블을 차린다. KT가 상위권 팀으로부터 1라운드 지명권을 받고 상위권 팀은 KT로부터 즉시전력감 선수를 수급한다. KT는 9월 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이대은과 고졸신인을 지명해 ‘현재’와 ‘미래’를 얻고 상위권팀은 우승을 향해 박차를 가하는 그림을 그릴 수 있다.

과거 KBO는 신인드래프트 지명권 거래를 허용했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 자금난에 시달리던 쌍방울이 무분별하게 지명권을 팔기 시작하면서 신인 지명권 거래를 금지시켰다. 물론 시도 때도 없는 신인지명권 거래는 구단의 미래를 어둡게 만들고 깊은 암흑기로 빠져들게 한다. 하지만 규약을 통해 이러한 부분을 보완하면 된다. 미국프로농구(NBA)의 경우 2년 연속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 거래를 금하고 있다. 2019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을 다른 팀에 넘겼을 경우 2020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을 거래할 수 없다. KBO도 이런 규약을 참고하면 과거 쌍방울과 같은 행위는 얼마든지 방지할 수 있다.

KBO리그는 1위팀의 한국시리즈 우승 확률이 절대적으로 높다. 트레이드 마감일을 앞두고 전력을 보강하고 싶어도 트레이드 시장 움직임이 제한적이라 전력을 강화할 수 있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 시즌 중 1위보다 강한 2~3위가 만들어질 확률은 희박하다. 21세기 단일리그 시즌에서 1위팀이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지 못한 경우는 두 차례 뿐이다. 신인 지명권 트레이드의 길이 열릴 경우 메이저리그(ML)와 같은 극적인 전력강화가 가능해진다. 젊은 선수 또한 입단 후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 팀을 옮기는 것보다 처음 지명된 팀에서 꾸준히 단계를 밟으면 성장에도 가속이 붙는다. 더 치열하고 고민하고 치밀하게 움직이는 구단이 승리하는 리그가 건강하고 재미있는 리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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