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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생생확대경]보수의 작은 희망, 누가 꺾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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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태 한국당 대행이 백의종군해야 하는 이유

개혁보수 표방한 바른정당..탈당으로 힘빠져

'사형선고' 받은 한국당, 심폐소생해 연명케 해

복당파 잔류파 새 비대위원장에 맡기고 물러나야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자유한국당의 내홍이 점입가경이다. 표면적으론 선거 참패에 대한 책임 소재를 가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속내를 보면 21대 총선을 앞두고 공천을 놓고 계파간 피튀기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당과 보수가 대선과 지선 패배에도 계파싸움만 벌이는 것은 이명박·박근혜 정권 9년 동안 국민들에게 실력과 희망은 보여주지 못하고 무능과 거짓만 보여준 것과 잇닿아 있다. 그렇다고 해서 보수에게 아무런 희망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바른정당이라는 작은 희망이 있었다.

바른정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탄핵에 찬성하는 의원들 33명이 새누리당을 탈당해 만든 정당이다. 기존 새누리당과 차별화해 새로운 개혁보수의 길을 가겠다고 했다. 처음엔 정말 새로운 보수의 길이 열리는 것 같았다. 특히 김성태 현 한국당 대표대행 겸 원내대표는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특위 위원장을 맡아 강단있는 모습을 보여주며 일약 ‘주목받는’ 정치인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바른정당은 현안마다 새누리당과 유사한 목소리를 내고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며 국민들에게 외면 당했다. 게다가 19대 대선 과정에서 유승민 후보의 지지율이 오르지 않자, 위기를 느낀 의원 22명이 2차에 걸쳐(1차 13명, 2차 9명) 한국당으로 복당했다. 이들이 지금 한국당 갈등의 중심에 서있는 복당파다. 복당파는 자신들을 받아준 홍준표 대표 체제하에서 ‘충성’하며 당의 요직을 차지했다. 김성태 의원은 홍 대표의 전폭적인 지지속에 원내대표로 당선되기까지 했다. 하지만 지방선거 참패 이후 홍 대표가 물러나자 복당파는 기회를 노리고 있던 잔류파의 공격을 받고 있다. 지금 한국당의 상황이다.

그럼 바른정당은 어떻게 됐나. 11석으로 줄어들어 독자생존이 어려워진 바른정당은 국민의당과 통합, 지금의 바른미래당이 됐다(이 과정에서 2명이 추가로 탈당, 한국당으로 복당했다). 바른정당 출신은 바른미래당 내에서도 비주류로 각종 의사결정에서 국민의당 출신들에게 밀려 목소리도 제대로 내지 못하는 처지가 됐다.

결과적으로 보수정당을 표방하는 한국당과 바른정당 모두 몰락의 길로 가고 있다. 그 중심에는 바른정당을 창당했다가 ‘제 살 길 찾기’ 위해 한국당으로 돌아간 복당파가 있다. 정치에서 ‘만약’이란 게 의미없긴 하지만 만약 복당파들이 바른정당을 지켰다면 어땠을까? 복당파가 돌아가 ‘심폐소생’을 하지 않았다면 박 전 대통령 탄핵과 함께 ‘사형선고’을 받은 한국당은 자연스레 소멸의 길로 가지 않았을까? 대신 바른정당이 새로운 보수의 희망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지 않았을까?

지금 한국당 잔류파들은 지방선거 참패의 책임을 물어 김성태 대행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김 대행은 한국당으로 복당하면서 “한국당을 쇄신하기 위해”라고 명분을 내세웠다. 하지만 그가 복당한 후 지금까지 한국당은 쇄신은커녕 보수 지지층마저 등을 돌리게 하는 실망스런 결과를 낳았다. 다들 보수가 몰락했다고 한다. 김 대행이 보수몰락의 책임을 지고 백의종군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한국당은 전국위원회를 열어 비대위원장을 선출한다. 복당파 잔류파 할것 없이, 새 비대위원장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뒤로 물러나야 희망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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