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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광화문]美中 패권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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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강기택 경제부장] ‘패권’이 추상적 개념이라면 달러와 석유는 그 구체적 실체다. 미국의 패권은 달러와 석유에 근거한다. ‘궁극의 군대’라 일컫는 미국의 군사력도 달러와 석유 없인 존재할 수 없다. 두 가지는 물과 공기처럼 있을 때는 못 느끼지만 없으면 경제적 생존을 위협받는다. 달러가 없으면 외환위기고, 석유가 없으면 오일쇼크다.

달리 말하면 패권을 쥐지 못했다는 것은 달러와 석유를 온전히 갖지 못했다는 얘기다. 중국이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지만 위안화는 기축통화가 아니고 석유는 자급자족을 못한다.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2014년 6월 4조달러를 넘겼다가 6월 3조1244억달러로 내려왔다. 위안화는 올 2월 연저점인 달러당 6.2653위안에서 지난 13일 6.6979위안으로 약세를 보였다. 세계 최대 원유수입국 중국은 유가가 오를수록 외환보유액이 소진된다. 위안화로 원유결제를 시도하지만 아직은 달러가 대세다.

중국으로 갔던 제조업 일자리를 되찾고 중국의 기술굴기를 누르겠다는 무역전쟁의 이면은 무역적자로 전 세계에 달러 유동성을 공급한 미국이 이를 줄이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은 곧 화폐전쟁이 된다. 달러가 고갈돼 석유나 구리 등 원자재를 살 수 없는 국가가 어떨지 상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지난해 중국의 대미수출액은 5055억달러며 미국의 대중수출액은 1299억달러다. 3756억 달러의 무역흑자를 내던 쪽이 같은 금액의 무역적자를 내는 쪽보다 잃을 게 많다. 중국 GDP(국내총생산)에서 내수비중이 커졌다지만 중국의 무역흑자가 감소하면 주요 경제지표가 영향을 받는 것도 시간문제다. 특히 원유나 다른 원자재 대금 지급에 필요한 달러수요를 감당하려면 중국은 금융시장 개방 등을 통해 달러를 구해야 한다.

미국의 금리인상도 있지만 위안화와 홍콩달러화의 약세는 이런 정황을 일정부분 반영한다. 미중 무역전쟁이 전개된 뒤 중국, 홍콩과 미국 주가지수를 비교해도 시장의 베팅은 명확하다. 지난 13일 기준으로 상하이종합지수는 1월 고점보다 21% 넘게 빠졌다. 반면 미국 S&P지수는 1월 고점보다 2.5%가량 떨어지는 데 그쳤다. 나스닥지수는 이날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중국의 경제침략에 눈 감지 않겠다’는 취지로 내놓은 새 안보전략을 상기하면 이 같은 정책 기조는 지속될 것이다. 즉 미중 무역전쟁은 선거용이 아니라 패권유지 전략에 따른 것이므로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 때까지 일단락되리라는 것은 희망사항일 뿐이다. 극적인 반전이 없다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이런 패권다툼에서 우리가 받을 영향이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수출국이며 중국으로 수출한 중간재의 상당량이 미국으로 간다는 점에서 타격이 있을 수밖에 없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13일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7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미중 무역갈등 등에 따른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고 했다. 한국은행은 미중 무역전쟁의 불확실성에 근거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3.0%에서 2.9%로 낮췄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산업연구원의 보고서를 인용, “한국의 수출 및 생산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본 것과 다른 뉘앙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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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물경제의 규모보다 금융경제의 규모가 수십 배 더 크다는 점에서 수출과 생산 이상으로 자본이탈 등과 같은 금융시장의 징후를 잘 살펴야 한다. 그 대비는 모자란 것보다 지나친 게 낫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회동했지만 미중 무역전쟁에다 하반기 2차례로 예고된 미국의 금리인상이 맞물릴 때 기재부와 한은의 수단은 ‘제한적’이다. 그렇지만 그 약점과 한계 속에서 제 역할을 다해줘야 한다. 그게 늘 달러에 굶주리고 석유에 목마른 국가의 당국자가 떠안은 숙명이다.

강기택 경제부장 ace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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