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9 (금)

[사설] 정부가 두 달 묵힌 것으로 확인된 계엄 문건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기무사의 '계엄 검토 문건'과 관련해 "국방부·기무사와 각 부대 사이에 오고 간 모든 문서와 보고를 대통령에게 즉시 제출하라"고 지시했다. 이날 수사에 착수한 '문건 특별수사단'과 별도로 대통령이 직접 나서 계엄 검토 문건의 실행 여부 등을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수사 독립성을 보장하겠다"지만 믿을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이날 청와대와 국방부의 설명을 보면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청와대는 "4월 30일 송영무 국방장관이 임종석 비서실장, 조국 민정수석 등에게 기무사 정치 개입 사례로 촛불 집회 관련 계엄을 검토한 문건의 문제점을 간략히 언급했다"고 했다. 그 무렵 정의용 안보실장에게도 관련 보고서를 올렸다고 국방부는 밝혔다. 비서실장·안보실장·민정수석이 모두 두 달여 전에 이 문건의 존재를 보고받은 것이다. 청와대는 "당시 기무사 개혁 관련 회의라 계엄 문건에 대한 질의나 토의는 없었다"고 했지만 '촛불 정부'를 자처하는 이 정권 핵심 인사들이 '촛불' '계엄' 등의 단어가 국방장관 입에서 나오는데도 흘려들었다는 것은 이상하다. 지금 '내란 음모' 운운하는 여권 분위기로 보면 그때 당장 난리가 났어야 한다. 그런데 그렇지 않았다. 내란 음모를 두 달 이상 두고 있다가 이제 와 수사한다는 것을 누가 납득할 수 있나.

기무사 문건은 촛불 시위대만이 아니라 태극기 시위대에 의한 폭동도 전제로 하고 있다. 그런데도 송 장관은 4월 청와대에 "촛불 관련 계엄 문건"이라고 했다고 한다. 코드 맞추기 보고 아닌가. 청와대가 벌써 "국가 안위와 관련된 심각한 문제"라고 한 것을 보면 이번 건을 '내란 예비 음모' 정도로 예단한 것이고 수사 결과도 그렇게 나올 것이다. 이 정권은 만약 지금 대규모 폭동이 발생해 청와대 등이 점거되고 경찰이 이를 진압할 수 없을 경우, 군(軍)이 국가 질서를 회복하는 방안을 검토했다면 그것도 내란 음모라고 할 것인지 궁금하다.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